2007년 1월 15일, 기자는 충북 청원군 청남농협의 부정과 비리를 고발하는 보도를 한 바 있다. 이 보도를 계기로 미곡종합처리장 장장 등 직원들은 징계를 받고 3억원이 넘는 돈을 조합 측에 변상금으로 물어야 했다. 부정의 정점에 있던 조합장은 조합원들에 의해 해임됐다.

그런데 꼭 5년만인 작년 1월, 당시 해임됐던 유모 조합장이 선거에서 승리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동안의 모든 불명예를 일거에 쓸어버리고 화려하게 복귀한 것이다. 그를 낙마시키는 데 일조했던 기자의 심정은 착잡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최근 청남농협은 6년 전 사건에 버금가는 부정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2등급 한우를 1등급으로 속여 팔다 적발돼 사법당국의 처분만을 기다리고 있는 꼴이 된 것이다. 유모 조합장의 법적 책임여부는 온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최고 관리자로서의 도덕적, 도의적 책임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 모든 비리의 최초 원인제공자는 결국 조합원들이다. 조합원들이 6년 전 해임했던 비리 조합장을 재선출하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지 모른다. 그들이 다른 선택을 했었다면 ‘비리와 부정의 청남농협’을 막을 수도 있었다.

경험컨대 조합원들보다 탁월한 능력을 가진 조합장은 없고, 그들보다 월등한 도덕적 인격을 갖춘 조합장은 더더구나 찾기 힘들다. 조합장의 도덕적 수준과 능력은 조합원들의 수준, 딱 그만큼만이다.
이평진leepg@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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