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내말 한번 들어 보이소’하며 전화를 하는 양돈농가가 한 명 있다. 말투로 봐서는 경남 어디쯤이 고향인가 싶은 그는 1000두 정도의 규모로 양돈업을 하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밝힌다. 하지만 제보는 항상 익명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그의 전화. 주된 내용은 축사시설현대화사업과 폐업보상에 관한 것이다.

지난해 초부터 시작된 그의 전화 요지는 이렇다. “정부에서는 양돈은 시설현대화사업을 하려면 무창돈사로 지으라고 하는데 10억이 넘게 든다. 시설현대화사업의 지원을 받게 되면 폐업보상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3년거치 7년상환이 조건인데 정부의 말대로 경쟁력 제고를 위해 10억원을 들여 돈사를 새로 짓는다고 치자. 한·EU와 한·미FTA가 체결된 마당에 원금은커녕 대출이자라도 갚으면 다행이다. 그렇다고 시설이 곧 경쟁력인 양돈에서 안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시설현대화사업은 폐업보상과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그가 몇 일전 또 전화를 했다. 시설현대화사업이 대규모 농가에 더 이익이 되도록 사업계획이 잡혔다는 것. 12억5000만원이 최대사업비인 264~2400㎡이내 농가에 지원되는 융자금의 이자는 3%나 되는데 최대 사업비가 50억원인 2400㎡이상 농가에 적용되는 융자금의 이자는 1%라는 것. 이유에 대해 정부관계자는 소규모 농가에게는 보조금이 지급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는 그. 그러나 따져보면 소규모 농가에 대한 역차별 정책이라는 것이다.

만사를 제쳐두고 따져봤다. 4년차 말부터 원금을 균등분할상환하는 경우를 가정했다. 따져보니 최대 40억원이 융자되는 50억원짜리 사업은 1%의 이자를 내면서 3%를 내는 소규모 농가와 비교해 이자비용을 8억6000여만원 줄일 수 있었다. 소규모 농가는 1% 이자율이었다면 8750만원만 내면 되는 3% 이자를 적용해 1억3000여만원이나 내야 한다. 또 12억5000만원이 한도인 소규모 농가에 지원되는 보조금은 3억7500만원인데 50억원 사업을 받을 경우 1% 이자를 내면서 줄어드는 이자액이 이 보조금보다 2.3배나 많았다. 소규모 농가가 보기에는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느낄 만했다.

그렇다고 폐업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FTA체결에 따른 피해로 인해 폐업보상을 받으려면 먼저 피해보전직불제가 발동되는 요건을 충족시켜야 하는데다가, 요건을 충족시켰더라도 최종 장관의 품목승인이 있어야 한다. 또 시설현대화사업자금을 지원받은 농가는 5년간 폐업지원대상에서 제외되고, 제외기간이 지났다고 하더라도 남은 융자금은 갚아야 한다.

양돈경기 바닥세가 지속되면서 계열업체가 매물로 나오는 농장을 나오는 족족 사들인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축사시설의 신규입지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서 시행에 들어간 축산업 허가제는 사실상 쿼터제나 마찬가지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다. 전업화 규모화를 정책기조로 양돈업은 급속한 발전을 해 왔다. 이렇다보니 소규모 양돈농가에 대한 지원은 줄어왔다. 이제 이들은 어디로 가야하나.
이진우lee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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