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아이에게 젖을 준다’는 말이 있다. 아이에게 울음이란 자신의 욕구를 표출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입장에선 아이의 울음소리만 듣고서야 배가고픈지, 기저귀를 바꿔달라는 것인지 확인하고 조치를 취한다.

그런데 농업정책이나 사업도 이와 같다면 어떨까? 아마 현장의 농업인들은 답답해 죽을 맛일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해당 사업을 추진하는 기관에서 현장의 농업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무엇을 바꿔야 할지 먼저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정책이나 사업을 추진하는 기관에서 가져야 할 서비스마인드다.

하지만 한국농어촌공사의 모습을 보면 아직 ‘우는 아이에게 젖을 준다’는 표현도 모자란 듯 싶다.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벌써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제도개선에 대한 로드맵조차 농민들은 모르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농지은행이나 농지임대수탁사업 등이다. 두 사업 모두 근본 취지가 정부나 한국농어촌공사에게 이익을 주기 위한 사업이라기보다 농업인을 위한 서비스사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절대 다수의 농업인들이 제도 도입을 환영했다. 그런데 첫 도입부터 제기됐던 문제가 있다. 농지임대수탁사업은 높은 수수료, 농지은행은 공시지가에 따른 재산평가가 대표적이다. 그동안 농업인단체들은 이런 문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제기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

최근 본보의 이 같은 문제제기에 대해 한국농어촌공사는 “농식품부 등과 협의를 통해 제도개선을 추진 중”이라는 답변과 함께 “수수료만 갖고서는 적자를 면치 못한다”고 해명했다.

정부사업을 대행하면서 돈 되는 사업만 하겠다는 것인가? 또 제도를 바꾸겠다면서도 아직까지 왜 바꾸고, 어떻게 바꿀 것인지 최소한의 로드맵조차 농업인들에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직무유기가 아닐까싶다.

이제는 바꾸자. 우는 아이 젖 주는 것이 아니라 먼저 한발 앞장서 울지 않아도 무엇이 필요한지 먼저 준비하는 자세부터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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