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과 영양고추유통공사는 2008년 5월 15일 OEM을 위한 MOU를 체결하며 서로의 상생을 강조했다. 이후 영양고추유통공사에서 제조된 고춧가루는 CJ제일제당 브랜드명인 해찬들이라는 브랜드를 달고 전국매장에 유통됐다.

그로부터 4년여가 흐른 지난 3일 오후 탄탄대로를 걸을 것 같았던 이 고춧가루에 문제가 발생했다. 서울시와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잔류농약 검사에 걸려 일부 제품에 대한 전량 회수 조치가 내려진 것. 이후 이들 간의 상생도 무너져 내렸다.

CJ제일제당의 움직임은 과히 국내 최대식품업체가 될 만했다. 관계당국의 발표가 나온 지 1시간도 안 돼 ‘전량 리콜하기로 결정했다’고 빠른 조치를 취하며, 겉으로 보면 잘못을 인정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 이면을 보면 CJ제일제당의 행보엔 상생을 위한 의지가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

리콜결정 발표와 함께 CJ제일제당은 언론사 등에 ‘CJ제일제당에서 자체 생산한 제품이 아닌 경북 영양군 소재 영양고추유통공사에서 위탁생산한 제품임을 언급해달라’며 친절한 설명을 붙였다. 이는 아무리 OEM방식으로 유통됐다 치더라도 자사 브랜드가 달린 제품에 대한 책임을 회피한 것으로 밖에 인식되지 않는다. 더욱 아쉬운 대목이 있다. 당시 영양군과 영양고추유통공사는 다른 인증기관의 시험성적서를 제시하며 식약청의 결과에 반발하고 있었던 시기였던 것이다.

이번의 사례는 앞으로도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CJ제일제당은 최근 즐거운 동행을 태동시켰다. 지역 중소업체와 손잡고 시너지효과를 도모해내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이 문구가 단지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하나의 마케팅 수단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끝으로 전하는 이 즐거운 동행에 참여했던 한 업체와의 대화에서도 이러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이 업체 대표는 “원료가가 인상돼도 거래가는 그대로이면서 잘 팔리지 않으면 유통량은 줄이는 모순을 보여 왔다”며 “즐거운 동행이 아닌 일방적인 통행이었다”고 답답함을 전했다.
김경욱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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