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네텃밭에 참여한 여성농업인은 농업과 농촌에 대한 자부심이 향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병선 교수가 ‘언니네텃밭의 사회경제적 의의와 전망’이라는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사진은 발표 모습.

여성농업인 공동체가 만드는 꾸러미 사업인 ‘언니네텃밭’이 여성농민의 소득 증대를 통한 사회적 지위 향상 등 다양한 사회적 파급효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평이다. 여기에 대표 꾸러미 사업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농업생산의 불확실성을 생산농민과 공유토록 하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30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회장 박점옥)의 주최로 열린 언니네텃밭 녹색식생활교육 심포지엄 ‘텃밭과 꾸러미로 바꾸는 농업과 밥상’에서 윤병선 건국대학교 교수가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언니네텃밭의 정의와 이점=전여농에서 운영하고 있는 ‘언니네텃밭’은 대중에게 식량주권의 의미와 중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한 것으로, 여성농업인 생산자 공동체가 모여 친환경 농산물을 재배하고 소비자에게 배달해주는 꾸러미 사업을 말한다. 2009년 4월 강원도 횡성 공동체를 시작으로 지난 9월말까지 총 15개의 생산자 공동체가 생겨 전국에서 135명의 여성농업인이 꾸러미 사업의 주체로 일하고 있다.

언니네텃밭의 가장 큰 특징은 여성농업인이 자발적으로 모인 생산자 공동체라는데 있다. 이들은 친환경농법을 고수하며 자연순환 농사와 로컬푸드를 원칙으로 세운다. 이를 위해 생산 농민들은 제초제 사용을 금지하고, 가온 재배를 통한 인위적 농법을 거부한다. 여기에 전여농과 여성농민이 보유한 토종씨앗으로 농사를 지어 종자주권과 농민의 권리 회복을 꾀한다.

이런 특징은 여성농민의 사회적 지위 향상으로 이어졌다. 윤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실제로 꾸러미 사업에 참여한 여성농민의 96.9%는 농업·농촌에 대한 만족도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업생산의 주체자로서 인정받지 못했던 여성농민들이 꾸러미 사업에 참여하며 직접 영농 계획을 세우고 판매 소득을 올리는 과정에서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꾸러미 사업을 하며 본인 명의의 통장을 소유하게 됐다는 여성농민도 98.1%에 달했다.

윤병선 교수는 “언니네텃밭은 여성농민 스스로가 만든 생산자 공동체로 소비자와 소통해 식량주권의 중요성을 전파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다양한 제철 꾸러미 사업이 확대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고 평했다.

▲사업 개선점은=꾸러미 사업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생산자와 농민의 두터운 신뢰를 바탕으로 한 운영체계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소비자 교육의 중요성도 제기됐다.

윤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소비자의 대부분은 언니네텃밭이 갖고 있는 사회경제적 효과와 식량주권 확보, 토종종자 지키기 등 다양한 파급효과에 대해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 교수는 이같이 소비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언니네텃밭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소비자와 생산자가 농업생산의 불확실성을 공유하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해 생산량이 줄어들 경우 생산공동체에서 다른 품목으로 대체하기 위한 경비가 수반되는데 이에 대한 농민들의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월납입으로 진행되는 꾸러미 회비를 1년 단위 등으로 변환해 농가에서 영농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농산물의 생산물량을 꾸러미 사업 공급물량보다 여유 있게 집행하고, 과잉 생산된 부분을 해소할 수 있는 언니네텃밭 직매소 운영의 필요성도 나왔다.

소비자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의 중요성도 제기됐다. 언니네텃밭 소비자 회원인 김효영 씨는 “농산물을 사먹는다는 게 아니라 농민과 같이 간다는 소비자를 많이 발굴할 필요성이 있다”며 “어렵더라도 소비자 교육과 모임이 활성화 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정원 언니네텃밭 사무국장은 “꾸러미 사업을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소비자 교육을 활성화해 식량주권운동과 꾸러미사업의 의의를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강효정kang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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