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승욱 단국대 교수

며칠 전 생활체육을 전공하는 어느 교수님과 나눴던 이야기들을 해볼까 한다. 시작은 “금메달의 경제적 가치가 얼마나 될까?”하는 궁금함 때문이었다.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수여된 금메달은 금이 1%, 은 93%, 그리고 나머지 6% 정도를 구리로 만드는데, 대략 80만원 정도 든다고 한다. 금메달 하나가 딸랑 80만원? 헐값 같아도 상당히 헐값 같다. 경기를 보면서 수많은 국민들이 느꼈을 자긍심과 승리에 대한 쾌감 등 돈으로만 환산할 수 없는 엄청난 가치가 금메달 하나하나에 아로 새겨 있기 때문이다.

금메달의 경제적 가치 600억

1936년, 손기정의 목에 걸렸던 그 금메달이 일제 치하 우리 백성들에게 줬을 그 기쁨을 생각해 볼 때 그 가치를 어찌 헤아릴 수 있겠는가. 금메달 한 개당 약 500억~600억원의 경제적 가치가 있다는 스포츠 경제학자들의 분석도 있다. 금메달 한 개를 만드는데 80만원에 불과하지만,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엄청난 가치를 가진 ‘금메달’이나 식량안보, 국토의 균형발전, 전통문화의 보전 등 다양한 공익적 가치를 발휘하지만, 늘 시장에서 홀대받는 ‘쌀’이나 서로 닮아도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농업과 체육의 공통점을 곰곰이 따져보기로 했다.

효용 커도 홀대받는 쌀과 닮아

농업과 체육의 첫 번째 공통점은 삶을 영위하는데 필수불가결한 요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농업은 다양한 먹을거리를 통해 생존에 필수적인 에너지를 공급하며, 체육은 건강하고 균형 잡힌 몸을 만들어 주니 당연하다. 먹지 않고, 움직이지 않고 살 수 있는 어떤 생명체도 없으니 말이다.

두 번째는 둘 다 소비를 통한 엄청난 만족감을 제공한다. 곧 소비를 통한 효용이 막대하다는 것이다. 농업은 놀거리와 볼거리를 주기도 하지만, 사람들에게 ‘맛’을 선물한다. 싱싱한 제철 과일과 갓 잡아 올린 싱싱한 생선회 한 점, 생각만 해도 즐거워진다. 여러 가지 맛있는 음식을 먹어보는 것을 낙으로 여긴다는 식도락(食道樂)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체육 또한 그렇다. 우리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체육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기꺼이 지불한다.

세 번째 공통점은 농업과 체육 모두 자연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잦은 기상이변으로 올 해 우리나라 쌀 생산량은 32년 만에 가장 저조할 것이라고 한다. 기후 변화로 인한 작물생육의 변화는 인류가 장기적으로 맞닥뜨린 큰 문제이기도 하다. 체육분야 또한 기후가 큰 변수 중의 하나이다. 농업이나 체육이나 자연의 변화에 적응하고, 순리에 잘 따르는 것이 중요함을 일깨우는 대목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닮지 말아야 할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둘 다 쉽게 잊혀진다는 것이다.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국민들을 제대로 열 받게 만들었던 펜싱 오심을 기억하는가? “맞다. 그때 그런 일이 있었지?”하면서 아련한 일 같지만, 불과 몇 달 전 일이다. 배추 한포기가 1만5000원 할 때를 기억하는가? 호떡집에 불이 나도 단단히 났다. 온 나라가 난리다. 국민 모두는 배추 유통의 전문가가 되고, 정치인들은 정책비판에 열을 올린다. 그런데 분기탱천하던 그 많던 전문가들은 어디로 갔는지 온데 간 데 없다. 그렇게 절박한 문제이면서도 체육이나 농업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머무르지 못하고 쉽게 잊혀진다. 아쉽다.

필수불가결한 삶의 원천 주지를

그러나 우리가 기억해야 할 중요한 닮은꼴이 있다. ‘농업과 체육이 발전한 나라가 선진국’이라는 사실이다. 전 세계에서 제대로 된 선진국 치고 농업이 발전하지 않은 나라가 없다. 1971년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쿠즈네츠는 ‘후진국이 공업 발전을 통해 중진국까지는 발전할 수 있지만, 농업·농촌의 발전 없이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고 농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쉬지 않고 오래 걷는 랑도네가 생활체육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고, 일본에서는 30%가 넘는 국민이 걷기를 즐기고 있다고 한다. 배워야 할 것은 선진국들에서 뿌리 내리고 있는 생활체육의 힘과 시민들이 주도해 만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배고플 때나 찾고 이겼을 때만 박수를 보내는 쌀과 금메달이 돼서는 안 된다. 그것은 우리들의 생활 깊숙이 뻗어내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민들 모두가 커다란 울타리가 돼 줘야 한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에서 발전돼야만 될 농업과 체육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 우리 모두 곰곰이 되짚어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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