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1~2달을 버티기 어려운 소규모 농가들은 시설현대화자금을 받고 싶어도 받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경매에 넘어가는 농장들도 계속 늘고 있습니다. ”

“그럼 협회가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 겁니까?”

14일 대전에서 열린 한돈자조금 대의원회 총회가 끝난 뒤 한돈협회에 대한 각 지부별 건의사항을 요구하는 자리에서 이병모 한돈협회장과 경기도 지역의 한 지부장이 목소리를 높였다. 지부장은 FMD(구제역)와 돈가 폭락으로 인해 소규모 농가들이 도산하는 사례가 많다며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협회에 강하게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이병모 회장은 협회도 돈가 안정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고 응수했다. 결과적으로 “협회에서 더 노력하겠다”는 이 회장의 말로 공방은 수습됐지만, 양 쪽 간 감정의 골은 좁혀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협회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는 쪽이나 협회 회장의 목소리에서는 서로에 대한 답답함과 아쉬움이 짙게 묻어났다.

양돈 산업이 규모화되고 기업농들의 비율이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소규모 농가들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FMD를 거치면서 피해를 입은 소규모 농가들의 현실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재입식 과정에서 소요된 시설 보수·유지비, 외상으로 구매한 사료비 등을 만회하기 위해선 출하시기에 좋은 돈가가 받쳐줘야 하는데, 현재 상황은 악순환의 연속이다. 반면 FMD 피해를 입지 않은 대군 농가들의 사육 규모는 점차 커지고 있다. FMD 이후 업계의 예상을 깨고 사육두수 증가 속도가 급격하게 빨랐던 이유 중에는 이런 원인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목소리들을 농가들로부터 쉽게 들을 수 있다.

대군 농가와 소농들의 양극화 역시 심화되고 있다. 협회가 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이유로 대군 농가들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들도 나온다. 한돈협회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힘없는 농가들이 서로 힘을 모아 자신들의 권익을 보호하고자 협회를 설립했고, 그동안 협회를 이끌고 뒷받침했던 이들 역시 소규모 농가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상기하고 초심을 잃지 않아야 할 때다. 양돈 산업이 개방화 시대에 대내외적으로 큰 위기에 봉착했다.  한돈협회가 산업 이전에 양돈농가를 실질적으로 대변할 수 있는 조직이길 기대한다.

고성진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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