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농장 운영·꾸준한 고객관리 소비자 찾아오는 농업으로 변신

장 대표가 가장 아끼는 나무 중 하나라며 ‘한결이 나무’를 소개하고 있다.

농업은 시대를 따라 변화했다. 이제 농사꾼은 농산물만 잘 생산하는 사람을 말하지 않는다. FTA와 고령화, 패스트푸드가 식탁을 점령하는 현실을 살펴보고 미래를 내다보는 현안이 있어야 한다. 한발 앞서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여성농업인에게도 있다. 장미진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이 좋은 걸 왜 그렇게 늦게 시작했나 싶었어요.”

그녀가 농업에 뛰어든 건 2002년 5월. 남편이 제초기를 사용하다 발가락이 절단되는 사고가 일어난 직후다. 남편과 결혼한 뒤 살림과 육아에만 전념했지만 사고가 발생하자 집에만 있을 수 없었다. 남편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 위해, 부족한 노동력을 채우기 위해 시작한 농업은 이제 그녀에게 뗄 수 없는 일이 됐다. 가장 큰 도움은 역시 교육이었다.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어요. 무엇이 문제인 줄 몰랐고 그저 막막했어요. 그러다 한여농에서 실시하는 비즈니스 아카데미 수업을 듣게 됐고, 그 수업을 통해 정말 많이 변했어요. 농업도 변화해야 한다는 것, 소비자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끌어 모을 수 있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죠.”

약 6개월간의 교육을 마치자 길이 보였다. 농장에 ‘과일로 여는 세상’이라는 이름을 달고 품목도 늘렸다. 벼와 배, 사과 농사에 집중했던 생산품목에 오디와 블루베리까지 추가해 연중 생산 시스템을 갖췄다. 제품도 제수용과 가공용, 선물용 등으로 구분해 판매했다. 체험농장까지 시작하자 소비자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올 6월에만 오디 체험농장으로 1200여명의 방문객이 다녀갔다. 체험농장과 꾸준한 고객관리로 직거래도 늘어 농장에서 생산하는 과일은 따로 도매시장에 내놓지 않아도 다 팔린다.

무엇보다 큰 수확은 인맥. 수확기가 도래하면 여기저기서 일손을 돕겠다는 사람들이 나올 정도다. 농업의 변화를 눈치 채고 한발 빨리 준비한 게 비결이었다. 그녀의 다음 목표는 의농(醫農).

“과일나무를 분양하면서 다양한 사례들을 접했어요. 집중력이 부족하거나 자폐 증상이 있는 아이들이 1년 내내 나무를 돌보며 치유되는 걸 봤죠. 처음엔 대화조차 힘들었는데 요즘엔 말 안 해도 어느새 나무를 돌보고 있어요. 말 그대로 치유하는 농업인거죠.”

장 대표는 1년 중 한 차례, 추첨을 통해 과일나무를 분양한다. 1주당 20만원에 분양되는데 나무당 수확량이 연 50kg 정도. 분양받은 가족은 연중 아무 때나 들러 나무를 살펴볼 수 있다. 그 과정 자체가 치유하는 방법인 셈. 의농을 체계적으로 배우기 위해 일주일에 두어 차례씩 수원에 있는 아주대학교를 찾아 교육도 받는다.

“소비자와 상생할 수 있는 농업인이 됐으면 해요. 여성농업인으로서 받는 기대들이 가끔 부담스러울 때도 있지만 더욱 노력하려고 합니다. 지켜봐 주세요.”

소비자가 부담 없이 들러 담소를 나눌 수 있는 농가, 각박한 도시를 떠나 한 박자 쉬어갈 수 있는 농가가 되고 싶다고 말하며 장 대표가 웃었다.
강효정kanghj@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