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어업인 육성 지원 조례’를 제정하기 위한 지자체의 의지가 부족하다. 이에 농림수산식품부 등 관계 당국의 관리·감독과 여성농업인 단체의 단결이 시급하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성농어업인 육성정책과 각종 지원 사업이 후순위로 밀려나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다.

여성농어업인 육성 지원 조례는 여성농어업인을 전문 인력화해 지역 농어업 발전의 핵심인력으로 육성하기 위한 것으로, 지난 2007년 9월 아산시에서 처음으로 제정된 뒤 현재까지 전체 203개의 광역·기초 지자체 중 55개에서 조례를 제정했다.

문제는 이 수치가 너무 적다는 데 있다. 2007년 조례 제정 움직임이 시작된 지 5년이나 경과했지만 전체 자치단체 중 약 27%만이 관련 조례를 제정한 것. 더욱이 지난해부터 제3차 여성농어업인 육성 기본계획에 지자체의 여성농업인 육성 지원 조례를 확대한다는 추진과제가 포함돼 있지만 현재의 수치로 볼 때는 미미한 것. 이는 중앙정부의 농정방향 설정에도 지자체의 실행의지가 부족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따라서 중앙정부가 나서 지자체의 조례 제정을 확인하는 등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강원 철원의 이모 씨는 “정부가 여성농업인을 육성한다고 큰소리치지만 관련 조례도 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이 얼마나 확대되겠냐”며 “지자체의 의지부족이라고 지켜볼 게 아니라 중앙 정부가 나서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충청북도가 조례를 통해 여성농어업인 대상 복지 사업을 확대해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충북에서는 올해 도내 농어촌지역에 거주하는 여성농어업인을 대상으로 1인당 연간 10만원(자부담 2만원)의 복지바우처를 발급하고 있다. 병원과 약국 등 여성들의 수요가 많은 사용처를 확보하면서 여성농어업인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는 복지사업이라는 평가다. 조례 제정이 여성농어업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 사업은 지난 10월 있었던 국정감사에서도 화제가 돼 전국적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처럼 조례를 제정해야 할 이유는 분명하지만 지자체의 의지가 부족한 실정이다. 조례가 제정되더라도 여성농업인 전담 부서가 없어 관련 사업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기 어렵고, 아예 조례 제정에 관심이 없는 곳도 많다. 이에 전문가들은 전담부서 부활과 여성농업인 단체의 단결, 시행규칙 제정 등 신속한 후속 조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오미란 광주여성재단 사무총장은 “지자체에 전담부서 부활을 주장해도 중앙 정부에 여성농어업인 담당국이 없기에 실현되기 어렵다”며 “담당 부서의 부활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와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생활개선중앙연합회 등 여러 여성농업인 단체에서 정책 추진을 위해 단결하는 게 중요하다”며 “여성농업인단체 정책협의회라도 만들어서 한 목소리를 내고 끝까지 관철할 수 있도록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은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조례 제정에 그칠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진행할 것인지, 시행규칙 제정이 선결돼야 한다”며 “정책의 지속성을 갖고 연령별 맞춤형 복지 등 실효성 있는 사업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2차 여성농어업인 육성계획을 진행할 당시엔 전체 25개의 시·군에서만 조례가 제정됐지만 3차 들어서 55개 시·군으로 늘어나는 효과가 있었다”며 “지자체의 의지가 반영돼야 하는 사항이지만 농식품부에서도 조례 제정이 확대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신경쓰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강효정kang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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