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안 개구리’ 한·중·일간 대립과 갈등 넘어서기

‘우물 안 개구리’라는 속담의 원문은 ‘장자’에 나오는 이 구절이다.

“우물 안 개구리에게는 바다를 이야기할 수 없다. 한 곳에 매여살기 때문이다. 메뚜기에게는 얼음을 이야기할 수 없다. 한 철에 매여살기 때문이다.”

우리는 현재, 현장, 현실이라는 시간과 공간, 상황 속에서 살고 있다. 현재와 현장이라는 시간과 공간은 우리 삶의 실재를 이루는 소중한 의미를 갖지만 문제는 너무나 쉽게 눈앞에 보이는 시간과 공간에 매몰된다는 것이다. 자신의 눈으로 보고 만지며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간, 공간, 감각을 벗어나기만 하면 그것이 자신의 삶을 구성하는 토대가 되더라도 무시하는 경우가 있고 어떤 경우에는 파괴적인 결과를 불러오기도 한다. ‘우물 안 개구리’의 눈으로 세상을 보기 때문이다.

우리는 너무나 오랫동안 국가, 민족, 영토라는 한정된 상황을 살았기에 그게 내 삶을 구성하는 전부라고 생각한다. 최근 한국과 일본, 중국 세 나라는 어느 때보다 긴장이 높아지고 있고 세 나라 모두 격변의 변화 가능성 앞에 놓여있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비롯해 최근 몇 년간 1년 이상 수상 임기를 잇는 정치인이 없을 정도로 정치 공백 상태에 빠졌고, 중국 지도부는 대폭적인 교체를 앞두고 있다. 한국은 연말 대선의 결과에 따라 내년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 지 상상할 수 없는 상태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 내부 문제를 다스리는데 전통적으로 이용된 정치 기법이 ‘우민정치-우물 안 개구리 전략’이다. 자신이 발 딛고 있는 현실을 넘어서 생각하지 못하는 백성의 우매함을 정치에 이용하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찾아가서 한국과 일본의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것, 일본이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국유화 선언으로 중국과 긴장에 들어가는 것, 중국의 반일 폭력 시위에 대한 방관 등은 현실 정치의 불안함을 풀 수 있는 정치적 역량과 의지가 없는 세 나라 집권 세력이 애국심을 빙자해서 일으키는 폭력 유발일 뿐이다.

한·중·일 세 나라는 황해를 지중해로 하는 하나의 나라였고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는 ‘동아시아 형제’다. 동아시아 형제들은 ‘한문’을 소통 문자로 쓰고, ‘하늘’ 사상을 공유하고, 수천년 동안 이어진 제자백가의 논쟁에 참여하면서 사상을 발전시켰다. 중동의 이슬람 국가들이 국가는 나눠져 있지만 서로 형제라고 인식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 그들에게는 국가의 눈만이 아니라 ‘중동’이라는 공간과 ‘이슬람’이라는 눈이 하나 더 있기 때문이다. 한·중·일의 대립과 갈등을 넘어서는 것도 결국은 세 나라를 분리된 시각으로 보지 않고 ‘동아시아’라는 공간 인식과 ‘하늘을 모시고 도덕적 삶을 사는 인간 완성’이라는 동아시아 전통 가치의 회복이 필요하다.

지난 9월 선애학교 학생들과 중국 청도에서 ‘동아시아인은 어떤 존재인가’라는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했다.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지 못한 중국 인민들이 일본에 보이는 ‘폭력적인 반일 감정’은 일본에 이익이 되지 못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의 인민들에게도 이익이 되지 못한다. 황해를 ‘지중해’로 인식하는 동아시아 공간 의식과 과거를 용서하고, 현실을 직시하며, 미래를 열어가는 시간 이해와 하늘의 뜻을 삶에서 실천하고자 하는 정신의 확장 없이는 한국, 중국, 일본의 대립을 정치적 전략으로 생각하는 국가주의의 확대 앞에 세 나라 인민의 고통만 더할 뿐이다. 동아시아인이라는 시간과 공간 의식을 갖도록 돕는 것은 미래 교육의 중요한   과제다.

김재형 죽곡농민열린도서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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