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라도 더 배우기 위해 취침시간이 5시간을 넘지 않는다는 이수연 대표. 이 대표가 미나리 하우스 안에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경북 청도군 풍각면의 물 맑고 공기 좋기로 소문난 차산리 마을. 이 곳에 미나리 하나로 연 1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여성농업인이 있다. 그 주인공은 이수연(49) 깜농장 대표다.

“농업인이 변화를 두려워하면 안돼요. FTA 등 농업을 위협하는 요소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농업인, 특히 여성농업인이 무엇이든 적극적으로 배워야 합니다.”

배움을 강조하는 그녀의 뒤로 벽면을 가득 채운 각종 교육 수료증이 눈에 띈다. 그녀는 1987년 남편과 결혼하면서 농업에 뛰어들었다. 청도에서 나고 자란 그녀지만 농업에 대한 기초지식은 전무했던 상태였다. 열정만 갖고 뛰어든 수박 재배는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었다. 거듭된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 그녀가 택한 방법은 체계적인 농법을 배우는 것. 그렇게 두드린 교육의 문은 그녀를 다른 사람으로 바꿔 놓았다.

“각종 기관에서 교육을 받으며 무지했던 제 자신을 깨닫게 됐어요. 생각하는 것부터 행동하는 것까지 모든 게 다 변했다고 할 수 있죠. 여성농업인분들, 정말 배우셔야 합니다.”

배움에 몰두하면서 작목을 보는 눈도 달라졌다. 몇 년간 수박부터 축산, 벼농사까지 다양한 품목에 매달렸지만 번번이 어려움을 겪었다. 때마침 IMF까지 터져 작목 선택에 고민하고 있을 때 마을 어르신들이 들려준 미나리 재배법을 통해 확신이 생겼다. 미나리를 주작목으로 결정하면서 전통 재배법에 그녀가 각종 교육을 다니며 익힌 유기농법을 적용, 청도 미나리만의 차별성을 키워 나갔다.

무엇보다 그녀가 심혈을 기울인 것은 미나리의 재배기간. 날이 추워지는 10월부터는 미나리가 재배되지 않는다는 것에 착안해 보온성을 높이고 지하 암반수를 뚫어 농업용수를 확보했다. 시설이 개선되면서 미나리 2기작도 가능해져 현재 연중생산을 통해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 2008년 청도 미나리 작목반을 설립하고 2010년 차산영농조합 ‘깜’을 등록하면서 지역 소득 증대에도 앞장서고 있다.

청도 미나리의 또 다른 특징은 철저한 종자 관리를 통한 고품질성이다. 미나리는 1년에 5~7번까지 수확할 수 있는 다모작 작목이다. 하지만 청도 미나리는 1회 수확하고 난 뒤에 다시 자라는 것 중 줄기가 굵고 튼튼한 것만을 선별해 종자용으로 따로 키운다. 품질관리에 집중하면서 청도 미나리는 농민들이 가격을 형성할 수 있는 작목이 됐다.

“첫째도 공부, 둘째도 공부, 셋째도 공부라고 말하고 싶어요. 여성농업인은 가사와 육아, 농업까지 여러 일을 해야하기 때문에 짬을 내 교육을 받으러 다니는 게 어려울 수 있어요. 하지만 스스로 변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여성농업인으로서도 성공할 수 있습니다.”

현재를 인생의 황금기라고 꼽는 이 대표. 그녀는 자신의 성공비결을 학구열로 꼽았다. 앞으로 중국 진출이 목표라는 이 대표의 말에서 여성농업인의 미래가 밝게 느껴진다.
강효정kang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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