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양부 농협제자리찾기국민운동 상임대표

“땅은 내 것이지만 산물은 아자개 것이다.”

경북 상주시 사벌면 일대에서 아자개 영농조합법인과 벼 계약생산을 하는 농민사이에 퍼져있는 말이다. 내 마음대로 농사를 지을 수 없고 아자개의 지침에 따라 엄격하게 관리·생산된 벼의 판매는 아자개가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쌀 생산자 가공판매협동조합 전형

아자개는 사벌 쌀에 대한 틈새시장전략을 고품질 쌀 생산으로 정하고 품종선택에서 이앙, 비료 살포시기와 양, 병충해 방제, 수확 등에 이르기까지 연중 7~8차례 단지심사를 하고 있다. 수확 전 실사를 통해 최종 합격된 1등 벼만 산물 수매하고 있다. 1등에 미치지 못한 벼는 계약된 벼라도 가차 없이 수매에서 제외시키고 있다. 그 대신 아자개는 상주 일원에서의 민간과 농협RPC 중에서 최고가격으로 벼를 사고 있다.

조합원에 대한 애정이 ‘성공 열쇠’

아자개는 현재 사벌 일대 1450ha 논 가운데 약 600ha의 논을 관리하고 있으며 연간 5000톤 규모의 산물 벼를 수매하고 있고 매출액 60억원 정도의 소규모 영농조합이지만 경북 일대에서는 최고품질의 탑라이스를 생산하는 우리나라 대표적 들녘경영체로 평가받고 있다. 농협도 못하는 일을 아자개가 하고 있다.

내가 아자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아자개에서 협동조합 기본법시대 새 농협의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최근 후배 교수의 추천으로 아자개를 방문하고 농협보다 더 협동조합적인 쌀 생산자 가공판매협동조합의 전형을 아자개에서 보게 됐다. 우리나라에도 농협은 아니지만 농협보다 더 ‘착한 농협’이 있다는 사실이 반갑고 감사했고 자랑스러웠다.

아자개는 2005년에 농촌진흥청 탑라이스 생산단지로 선정될 때까지만 해도 고품질 쌀 생산에 올인하는 작목반에 불과했다. 탑라이스 단지 지정 요건의 하나인 자체도정시설의 확보를 위해 아자개가 임원 중심으로 정미소 건립을 위한 출자금 조성에 나설 때까지만 해도 주위에서는 모두 반신반의했다고 한다. 그러나 아자개 임원과 작목반원들은 스스로 2억원 정도를 출자해 부지 매입에 나섰고 농촌진흥청과 농업기술센터, 경북도와 상주시와 사벌면 등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5억원 정도를 지원받아 성공적으로 아자개정미소를 건립했다. 2005년 말에는 출자자 중심으로 아자개정미소 규약을 만들었다.

아자개는 정미소를 “협동을 바탕으로 한 자조조직”이라고 했다. 그리고 공개 조합원 원칙, 1인 1표주의, 민주적이고 투명한 의사결정, 임원들의 무보수 봉사 등 협동조합의 가치와 원칙을 실천해왔다. 2006년에는 정미소를 법인화했다. 85농가로 시작한 출자 조합원은 지난 7년 동안 127농가로 늘어났고 비조합원 365농가가 아자개를 이용하고 있다. 아자개의 성공은 임원진의 조합원에 대한 애정, 조합원을 위한 헌신적인 봉사와 열정, 목표에 충실한 원칙 있는 투명경영, 지역사회와의 원활한 소통과 지방행정의 전폭적인 지원 때문이다.

아자개는 생산자 농민이 자발적으로 모여 출자금을 조성해 쌀 생산에서 가공·판매까지 책임지는 우리나라 최초의 진정한 쌀 생산자 가공판매협동조합이 아닌가 생각한다. 아자개의 사례는 조합 임직원이 얼마나 투명하고 정직하게 사심 없이 농민 조합원을 위해 일하느냐 따라 착한 농협을 탄생시키는 것이 충분히 가능한 일임을 보여주고 있다. 기본법 시대를 맞아 채소와 과일, 축산 등의 분야에서도 제2, 제3의 아자개와 같은 착한 농협이 생겨나기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기본법 시대 새농협 가능성 엿보여

농협도 일선 조합장부터 중앙회장까지 마음을 바꾸고 생각을 바꿔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그 자리에 있는지를 생각하고 농민 조합원을 위해 해야 할 바를 마음과 뜻을 다해 실천한다면 얼마든지 농민 조합원의 사랑받는 농협이 될 수 있다. 아자개가 가르쳐 주는 평범한 교훈이다. 아자개에서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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