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하림그룹 계열사가 대량으로 닭을 수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여론은 삽시간에 들끓었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들과 축산업계 사이에서 감지된 온도차는 사뭇 달랐다. 표면적으로 온라인에서는 “그럴 줄 몰랐다”는 ‘놀라움’ 쪽에 방점이 찍혔다면, 업계에선 “그럴 줄 알았다”는 ‘의혹 확인’ 쪽에 무게를 뒀던 이들이 적지 않았다.

하림의 해명대로 사실 관계를 바로잡을 소지는 있다. 합법적인 계열사에 의한 수입이었고, 이 물량들이 하림의 국내산 제품에는 쓰이지 않는다는 것.

그렇다고 해도 이번 사태의 시사점은 적지 않다. 하림 입장에서는 기업 이미지에 큰 치명상을 입었다. 닭고기하면 떠오르는 국내 기업은 단연 하림이다. 많은 기업들이 하림의 브랜드 마케팅 전략을 모범 사례로 꼽고 있으며, 김홍국 회장이 어린 시절 외할머니로부터 병아리를 선물 받은 것을 계기로 국내 굴지의 축산기업을 세운 얘기는 신화처럼 회자되고 있다. 하림그룹의 닭고기 수입에 이목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를 통해 업계에서 제기하는 닭 수입 의혹이 또다시 불거졌다는 점이다. 하림이 지난해 미국 닭고기업체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현지 닭을 국내로 역수출할 수 있다는 의혹이 나왔다. 하림 측은 수입 닭의 비중은 현재 1%에 불과하다며 이런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왼손이 한 일이기 때문에 오른손은 모른다고, 또 책임질 부분도 없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누군가는 명확하게 대답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하림그룹이 실수는 할 수 있되, 실기하지 않는 선택을 내릴 수 있기를 바란다.
고성진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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