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세기엔 평등의 박탈이란 자본주의 허점과, 자유의 박탈이란 사회주의 맹점을 극복해야 한다. 그 선두는 신자유주의가 아니라, 생산·판매·이용을 함께 하는 협동조합이 맡아야 한다.’봉건사회가 무너지고 자본주의가 득세했을 때 가난한 사람들은 협동조합을 만들어 사회·경제적 이익을 얻고자 했다. 협동조합은 이 때부터 자본주의와 흥망을 같이 해 왔다. 그러나 협동조합은 지금 자본주의의 ‘최신버전’ 격인 신자유주의 앞에서 약자보호, 사회적 안전판이란 원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협동조합운동의 ‘이념적 복권’이 절실한 이유다. 정병호 박사(전 수협연수원 교수)는 지난 22일 열린 한국협동조합학회(회장 김정주 건국대 교수) 동계학술대회에서 ‘신자유주의와 협동조합운동’ 주제발표에서 “협동조합은 다국적기업의 입맛에 맞는 허울뿐인 세계화에 대항해 양극화된 불평등과 불의에 대한 성찰을 해야 한다”며 협동조합운동 이념의 부활을 강조했다. 정 박사는 그 성찰을 ‘보수적 이데올로기에 영합하고, 기업의 조직·경영을 닮기에 열중하고 있는’ 협동조합이 ‘빈곤·소외계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애초 이념을 되찾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나의 시장, 그 위에 선 거대 다국적 기업’으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에 대항하는 첨병으로서 협동조합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날 대회에 모인 학자와 농업계 인사들의 화두도 여기서 출발한다. 학회가 새삼 우리나라와 일본의 생협운동을 곱씹고, 노동자협동조합·고령자협동조합처럼 주류사회의 관심 밖이었던 문제를 이날 주제로 택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김정주 학회장은 “지난 2년동안 우리 협동조합은 사상 초유의 격동을 겪었고,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후유증을 겪고 있다”며 “그러나 협동조합이 인간의 지혜로 자본주의 병폐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란 명제는 변함없다”고 설명했다. 배영환 기자 baeyh@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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