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9일은 구구데이다. 예부터 닭을 불러 모을 때 ‘구구’라고 부르던 것에 착안해 2003년부터 매년 닭고기 소비를 적극 홍보해 양계농가들을 돕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날이다. 

여름철 성수기 수요가 시들해지는 9월, 구구데이는 양계농가들로서는 무척이나 반가운 날임에 틀림없다. 특히 올해의 경우 공급 과잉과 소비 부진이 겹친 데다 폭염과 태풍 피해 등 업계가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인 만큼 이번 행사가 성황리에 마무리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더욱 간절하다.

하지만 구구데이보다는 기념행사 자체에 초점이 맞춰지는 인상이 짙은 것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축산업계 대표자들이 모인 가운데 연예인이나 유명 인사를 섭외해 닭고기 시식회 등을 진행하는 행사의 기본 틀은 수년째 반복되고 있다. 적지 않은 예산과 인력이 투입되고 있지만, 정작 구구데이 당일에는 ‘닭고기 먹는 날’이라는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한 단체의 대표자는 “구구데이에 초점을 맞추고 실질적으로 닭고기 소비를 늘리는데 기여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해마다 업계의 상황과 소비자들의 트렌드가 변화하는 만큼 참신한 기획을 내놓지 않는다면 의례적인 연례행사 수준에서 머물 수밖에 없다”고 쓴 소리를 뱉었다.

축산업계 종사자들은 구구데이에 대해 한번쯤 들어봄직도 했겠지만, 아직도 구구데이를 생소하게 바라보는 이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구구데이 행사의 외적인 부분에 치중하기 보다는 구구데이 행사가 닭고기 소비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는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하는지에 대한 면밀한 점검과 장기적인 방향성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옛말에 이런 말이 있다.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 있다면, 손가락을 따라 달을 보아야 한다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달이라고 여긴다면, 달만 잃은 것이 아니라 손가락도 잃은 것이라고.

아무쪼록 올해로 10년을 맞은 구구데이가 본래 취지대로 닭고기 소비 활성화에 기여해 유독 궂은일 많은 농가들이 이날만큼은 근심을 내려놓고 쉴 수 있는 ‘안식일’로 자리매김되기를 바란다.
고성진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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