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재난사회, 생존의 법칙

2012년은 고대 마야력이 끝나는 해여서 2011년부터 전 세계적으로 종말 의식이 일어났다.

영화는 이런 종말 의식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했는데, 대부분 영화 ‘투모로우’ 같은 방식의 기후 재난 영화를 만들어 냈다. 재난이 일어나는 순간은 긴박하고 스펙터클하며 다양한 인간의 감정이 여러 가지 방식으로 드러난다. 그 재난이 지나간 뒤의 삶은 어떨까?

‘코맥 맥카시’라는 미국의 작가가 있다. 그의 소설 ‘더 로드’는 2007년 풀리쳐 상을 받았고, 영화로도 제작됐다. 핵 재앙 이후 지구에 살아남은 아버지와 아들이 길을 걷는 이야기다. 생존한 인간들의 도덕성은 극도로 타락했고 살기 위해 사람을 먹는 사회가 됐다. 아버지는 그 타락한 사회에서 아들을 보호하는 것을 유일한 삶의 목적으로 하고 남쪽의 바닷가로 같이 걸어간다. 아버지는 이런 사회가 만들어진 것에 대해 아들에게 무한한 죄책감을 느끼지만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모두를 적으로 대하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그러나 아들은 누구를 만나든 호의를 갖고 그를 대한다. 그 호의로 인해 어려움에 빠지는 경우가 많고 아버지는 그 상황에서 아들을 구해내는 것이 중요한 이야기의 전개다.

‘헬’ 이라는 독일 영화가 있다. 이 영화는 지구 평균 온도가 10도 상승한 사회라는 자막과 함께 시작한다. ‘6도의 악몽’이라는 책에는 지구 온도 상승의 단계별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한 내용이 있다. 지구의 평균기온이 1도 상승하면 만년빙이 사라지거나 사막화가 심화되는 등 산과 들에서 재앙이 시작된다. 2도 상승하면 대가뭄과 대홍수가 닥치고 3도 상승하면 지구온난화가 추진력을 얻어 더욱 심화된다. 4도 상승하면 지구 전역에 피난민이 넘치고, 5도 상승하면 살아남은 사람들 사이에서 식량과 물을 확보하려는 투쟁이 벌어진다. 그리고 마침내, 6도 상승하면 인류를 포함한 모든 동식물들이 멸종하게 된다. 6도의 악몽을 기준으로 하면, ‘헬’이라는 영화는 지구 온도가 5도 상승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식량과 물을 확보하기 위한 투쟁을 다룬 상상이다.

미래의 재난은 ‘투모로우’ 방식으로 스펙터클하게 오지 않을 것 같다. ‘6도의 악몽’이나 영화 ‘헬’처럼 점점 다가오고 단지 속도가 상당히 빠를 것 같다. 올해 미국의 대가뭄, 우리가 겪은 여름의 혹독한 무더위와 ‘볼라벤’ 같은 대규모 태풍을 볼 때 현재 우리는 지구 온도가 2도 상승한 사회에 살고 있다. 현재 지구의 인구 규모로 볼 때 오래지 않아 지구 온도가 3도 상승한 사회가 시작될 것이고 가뭄과 홍수가 일상이 되는 사회를 맞게 될 거다. 농산물 가격은 몇 배로 뛸 것이며 낮은 농산물 가격으로 유지했던 도시 문명은 스스로 무너져 내릴 것이다. 정말 입에 풀칠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는 사회가 될 수 있다.

이런 사회에서 어떤 사람들이 살아남을까? 미래의 재난을 다룬 모든 영화와 소설이 동시에 꿈꾸는 것이 있다. 폭력성이 강한 사람은 무너지고 윤리성과 생존 적응력을 가진 사람들이 미래를 여는 것이다. 조금 더 설명하면 ‘소박하고 단순하게 살지만 서로 돕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 미래의 주인공이 되길 바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과 같은 재난 사회가 만들어진 이유가 ‘혼자만 잘 살면 된다’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재난’을 보고 겪으면서 ‘윤리’를 생각하는 것은 오래된 선조들의 지혜이다. 자연을 알고 의지해 살아가는 농민들이 재난 속에서 오래된 지혜를 다시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김재형 죽곡농민열린도서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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