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검사 지나친 믿음은 금물…가능성 모색 후 결정

Q. 사교육이 늘어나고 아이들의 공부에 대한 압박감은 날로 심해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초등학교 조차도 똑같은 시험지로 일제히 성적을 평가하는 전국학업성취도 검사에 노출 되면서 더욱 힘들어졌다. 아이의 진로를 결정할 때 좀 더 여유를 갖고 우리 아이에겐 어떤 능력이 숨겨져 있는지, 어떤 일이 잘 맞는지 찾아 계발해 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A. 부모로서 학교 성적이 아니라 아이의 숨겨진 능력을 찾고 아이를 이해해 아이에게 더 잘 맞는 교육을 하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하루에도 열 두 번씩 변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부모들이 아이의 특성을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결과로 제시받고 싶을 것이다.  그럴 때 많이 찾는 것이 각종 심리검사, 성격검사다. 머리카락 다섯 올로 아이의 특징과 건강까지 검사하기도 한다.

이러한 검사들이 아이들의 자기이해에 분명 유의미한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초등학생용 심리 검사나 심지어 유치원 아이들마저도 그런 검사를 하는 것은 주의해야 하지 않을까.

이미 많은 학자들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심리 검사를 개발하는데 반대하고 있다. 첫 번째 이유는 초등학생의 불안정성이다. 진로교육을 위한 심리 검사가 개인의 특성을 측정하는 데 목표를 둔다면 그 개인의 특성은 미래의 직업을 예견하기에 타당성 있는 것이어야 하는데 초등학생은 많은 변화 가능성을 포함하고 있으며, 그 변화의 폭도 크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두 번째 이유는 흥미와 적성은 상당한 정도의 경험과 연관이 돼 있는데, 초등학생의 경우는 아직 경험을 하지 못한 영역이 상대적으로 많아서 경험하지 못한 영역에 대한 흥미나 적성은 낮게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세 번째 이유는 검사를 치르기 위해 최소한으로 요구되는 언어능력이 초등학생들에게는 아직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사를 치르기 위한 기본능력이 검사의 또 다른 변인으로 작용하게 됨으로써 검사 결과에 대한 믿음을 떨어뜨리게 하는 이유가 된다.

그럼 초등학생의 진로교육은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초등학생 특성이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것은 그 특성에 너무 의존하지 말라는 것이다.  물론 특정 분야의 대가가 되기 위해서는 가능하면 빨리 알아내고, 그 특성을 계발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할 수도 있지만 이러한 예는 극히 소수다. 진로 결정은 가능하면 많은 가능성을 모색한 후에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초등학교 때는 많은 가능성의 탐색을 통한 자기계발에 초점을 맞춘, ‘현명한 미결정’을 존중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초등학교에서의 진로교육은 초등학생의 특성을 살려 놀이(나만의 성공경험, 내 장점을 팝니다 등)를 하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자신의 특성을 찾아가는 것이 좋다. 이러한 놀이를 통한 자기이해 방법은 과학적이지 못하기는 하지만, 자연스런 생활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파악할 수 있고 놀이를 통한 자기이해 방법은 심리검사를 통한 자기이해 방법에서와 같이 결과에 대해 지나친 믿음을 갖지 않는다는 것도 훌륭한 장점이 될 수 있다.

미국 카네기 공과대학 졸업생 중,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 1만명을 대상으로 성공의 비결을 알아봤더니 그 결과 놀랍게도 종래의 성공 조건이라 믿어 왔던 두뇌, 기술, 노력 등으로 성공한 사람은 불과 15%이고 나머지 85%는 인간관계의 개선으로 성공했다는 보고가 있었다. 다른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놀이를 하는 과정은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자신을 볼 수 있는 객관적인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지만, 놀이 활동을 통해 대인관계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효과가 있다. 경쟁과 성취 위주의 학교 문화에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공동작업의 경험을 하고, 건강하게 상호 작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진로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심리 검사에서와 같이 어느 한 시점의 특성을 측정하는 방법이 아니라, 꾸준한 관찰을 통한 자기이해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계속적인 관찰을 통한 자기이해 결과를 누적해 자신의 특성을 정리해 보도록 한다. 자신을 성찰하고 점검하는 습관을 길러줄 수 있다는 점에서 발전적인 진로교육이 될 것이다. 사이버진로교육센터(http://cyber-edu.keis.or.kr), 커리어넷(http://www.careernet.re.kr) 등에서는 아이들이 직접 자기 이해와 관찰을 돕는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많이 있으니 적극 활용한다.

여기에 특기적성 교육을 강조하면서 많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방과후 특기적성 교육’을 받고 있다. 다양한 영역의 특기적성반이 운영되고 있으니 충분히 활용을 해 본다. 특히 저렴한 비용으로 여러 가지 경험을 할 수 있어 좀 더 쉽게 자신의 소질을 찾을지도 모른다.

오은경 선생님은 경북 울진에서 15년째 교직에 재직 중이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큰 아이와 갓난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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