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도 기계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예전보다는 편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여건이 됐다. 하지만 농기계 보급이 보편화된 만큼 농작업 사고도 많아졌다. 지난 4월 트랙터가 전복돼 고인이 된 고 정호영 한우협회 회장의 사례처럼 농작업 사고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사고가 발생해도 농민들이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은 농협에서 시행하고 있는 농업인안전보험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보험 또한 임의가입이기 때문에 실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농민은 소수에 불과하다. 일반 근로자들에게 적용되는 산업재해보상보험(산재)과 비교하면 보장범위와 보장수준이 턱없이 부족하고 영세농들은 보험료 부담으로 가입을 꺼리기 때문이다.

이에 농업계는 농업인재해보장법안의 필요성을 역설했고 관련 법안도 제출돼 지난 1일 열린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에서 처리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정부가 비용부담과 타 산업과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의 반대논리는 매우 빈약하다. 전문가들은 국가가 부담해야 할 재정이 연간 약 1500억원(국가 50% 부담 기준)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2012년 복지예산이 약 92조원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적은 금액이다. 전문가들은 또 산업화와 FTA 등 정부의 개방정책으로 열악한 위치에 있는 농어민들을 자영업자로 분류해 타 산업과의 형평성을 운운하며 지원을 꺼리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주장한다. 헌법에 국가가 농어업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은 잊은 듯 싶다.

정부는 그동안 농업에 수백억원, 수조원을 쏟아부었다며 농업에 대해 할 만큼 하고 있다는 듯한 인상을 보였다. 그러나 그 돈의 혜택이 농민들에게 얼마나 갔을까?

농민들은 정부가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을 펼쳐주기를 주문한다. 농업인재해보장법안 등이 바로 그것이다. “농식품부는 이 제도를 시행하면 비용 부담이 많다고 하는데, 제대로 분석했는지 의문스럽다. 예산부처인 기획재정부 눈치 보는 것이 아닌가 싶다”는 농업계 관계자의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 농민들이 안전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하는 것도 정부가 할 일이다. 정부가 불필요한 반대 논리를 만드는데 힘쓰지 말고 현장에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챙기길 바란다.
이현우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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