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과 국제곡물가격 급등이 맞물리면서 정부와 식품업계가 가격인상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기싸움은 주객이 전도돼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게 한다. 우리 농산물을 배제한 채 수입산 농산물을 두고 벌이는 신경전이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정부는 총선, 대선 등의 굵직한 선거를 앞두고 식품업체의 가격인상 움직임을 강하게 눌러왔다. 할당관세 혜택을 주지 않겠다는 경고성 메시지도 던졌다. 이 같은 압박에 눌려있던 식품업계에게 최근 반격의 카드가 생겼다. 국제곡물가 급등이 연일 이슈화되자 그동안 뒤로 내려놓았던 가격인상안을 재차 빼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자 정부에선 다시금 수입산 농산물에 대한 무관세 품목을 늘리며 가격인상을 막고 있다.

안타까운 점은 왜 우리의 먹을거리 정책에서 수입산 원료가 중심에 있어야 하느냐는 점이다. 정부는 수입산 농산물의 관세혜택을 놓고, 식품업계는 국제곡물가의 상승을 두고 서로의 입장을 관철시킬 카드로 활용하고 있는 이 상황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이를 두고 100여 년 전 주권을 잃어갔던 우리의 땅이 청·일, 러·일 전쟁 등 강대국들의 패권의 장으로 유린됐던 역사적 아픔을 연상시키는 것은 너무나 큰 논리적 비약일까.

식량은 제2의 주권이라고 한다. 100년 전 앞을 제대로 내다보지 못해 우리 주권이 제국주의의 희생양이 되는 것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던 아픔과 이제는 제2의 주권마저 외국산에 내줘야 하는 이 현실을 연계시키는 것이 정말 지나친 확대해석이길 바라는 바이다.

그렇지만 폭염 등 이상기후로 인해 올해 수확량을 걱정하는 농부, 이 땅에서 생산되는 농산물만을 고집하며 상대적으로 높은 원료 값을 감내하는 국산원료가공식품업체. 이들에게 이번 신경전이 자신들을 외면한 주객전도의 장으로 비쳐지지는 않을지 걱정이 앞서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김경욱kimkw@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