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농식품부의 다문화가족농촌정착지원과정에 참가한 다문화가족들이 역할극을 하며 소통의 시간을 갖고 있다.

정부의 다문화가족 지원정책 가운데 대부분의 교육프로그램이 가족보다는 여성결혼이민자에게 집중돼 있어 가족대상 교육프로그램 확대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다문화가족 지원정책은 여성가족부와 농림수산식품부 등 11개 중앙행정기관에서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기관에서 추진하고 있는 지원정책의 대부분은 결혼이민자 영농교육 지원, 한국어교육, 직업훈련 및 취업지원 등 이민여성을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우리나라 농어촌의 국제결혼 비율은 2011년 통계청 조사결과 29.1%다. 농어촌 10가정 가운데 3가정은 국제결혼으로 맺어진 다문화가족인 셈이다. 이는 결혼이민여성들이 농어촌 공동체 구성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한 미래 농어촌 사회를 이끌어갈 주역들이 다문화가족이라는 것은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그간 정부의 다문화가족 지원정책은 이민여성에게 국내 생활문화 방식을 일방적으로 주입시키는 결과를 낳아, 자칫 한국사회의 가부장적인 생활문화에 대한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러한 지적의 배경에는 주입식 교육이 이민여성의 국내 정착을 더디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따라서 이민여성들과 결혼한 농어촌지역의 남성과 시부모를 대상으로 한 가족교육 프로그램 확대가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가족통합 교육을 통해 존중과 이해가 수반된 가족관계를 형성하면서 다문화가정의 모범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지원이라는 의미에서다.

박대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사는 “다문화가족 지원정책의 최종 목표는 여성결혼이민자가 한국에 거주하기 위한 지식·기술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다문화가족이 건강한 가정으로 사회에 안착할 수 있도록 가족 대상 교육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한 농식품부에서는 올해 다문화가족 농촌정착지원과정을 새롭게 개편하고 가족대상 교육프로그램을 개설했다. 시부모와 부부가 함께 받는 교육을 통해 가족 간 화합의 장을 마련한다는 취지에서다. 아울러 이민여성을 가족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면서 이민여성의 모국문화에 대한 적응 노력을 하지 않고 있던 시부모와 남편에게 쌍방 노력의 필요성을 일깨우기 위해서다.

지난 20일 농촌사랑지도자연수원에서 열린 ‘다문화가족 농촌정착지원과정 8기’에 참가한 한 남성은 “평소 술을 많이 마셔서 아내의 불만이 많았는데 교육프로그램 중 역할극을 해 보면서 아내의 입장을 생각해 보게 됐다”고 말했다. 여성에게 일방적으로 한국사회 적응을 강조했던 남편들이 교육을 받으면서 아내의 고충을 깨닫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농식품부의 이번 사업은 사업 참여자를 모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민여성들이 외부에서 교육을 받으면 외도나 가출을 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가정이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 2박 3일의 일정은 농사일로 바쁜 농어촌 가정이 교육에 쉽게 참여하지 못하는 이유가 된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나 지역 농협 등 지역차원의 가족 대상 교육프로그램이 필요한 이유다.

이에 대해 문혜숙 농촌사랑지도자연수원 교수는 “농한기에 교육을 진행하고 싶어도 겨울철 빙판 사고 등의 위험 때문에 일정을 옮기지 못하고 있다”며 “다문화가정이 농어촌에서 갖는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역차원에서 적극적인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대식 박사는 “찾아가는 가족교육 서비스를 강화해서 다문화가정이 갖고 있는 부정적 인식을 변화시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강효정kang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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