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긋한 쑥 향과 쫄깃함이 으뜸인 쑥 개떡을 남편이 식을 새도 없이 가져다 먹는다.

찔레꽃이 지고 있다. 성긴 덤불속에서 순박함을 잃지 않은 적은 무리의 찔레꽃이 내 발길을 멈추게 한다. 유년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때처럼 찔레꽃 순을 따서 한입 넣어 보았다. 기대했던 비와는 달리 달작 지근함은 어디가고 찝찌름한 것이 비릿하기만 해 이내 뱉어버리고 만다. 찔레꽃이 많이 피는 해는 큰 가뭄이 든다고 하더니만, 그래서인지 올해는 유난히도 꽃이 무성하고 고왔다. 아니나 다를까 극심한 가뭄이다. 찔레꽃이 다지도록 비 한 방울 오질 않아 작물과 함께 농부의 마음도 타들어만 가고 있다. 정말로 무심한 하늘이다.

“이봐, 날씨도 뜨거운데 거기서 뭐 하는 겨?”

이웃 아주머니의 눈총에 계면쩍고 무안해 얼른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아 가시에 찔림을 당하면서도 대여섯 송이의 꽃을 꺾어 안고 내려왔다. 찔레꽃을 식탁위에 올려놓으니 온 집안에 향내가 진동을 한다. 고추밭 고랑에 물을 대던 남편도 모처럼 일찍 들어왔다.

“냄새 참 좋다. 어디서 꺾었어?”

봄내 어느 곳이든지 찔레꽃이 지천이었지만, 바쁘게 모내기를 하느라 그것들이 쉽게 눈에 들어올 리가 없었을 것이다. 새삼스러이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아침 일찍부터 땅콩 밭에서 한바탕 풀과의 전쟁을 치러서인지 속이 출출했다. 남편도 애꿎은 냉장고문만을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먹을 것을 찾고 있다. 밭에 나가기 전에 내려놓았던 냉동 쑥 쌀가루를 가져다 반죽을 했다. 가루가 손에 묻어나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물을 넣어가면서 치대주고는 동그랗게 빚어서 찜통에다 20여분을 익혔다. 그리고 서로 달라붙지 않게 참기름을 살짝 발라주니 떡이 더욱 윤기가 돌며 먹음직스럽다.

쑥은 이른 봄에 캐어 쌀과 함께 빻아 냉동실에 넣어 뒀다가 출출할 때마다 이렇게 간단하게 해 먹으면 아주 좋다. 또 가루로 만들어 쑥 칼국수며 쑥 된장국 또는 선식으로도 활용할 수 있으므로 많이 뜯어서 보관하면 유용하게 쓸 수가 있다.

흔히들 보잘 것 없는 것을 두고 개떡이라고 한다. 하지만 향긋한 쑥 향과 쫄깃함이 으뜸인  이 쑥 개떡이 떡 중에 최고의 떡이 아닐는지. 남편은 몹시 시장했는가보다. 떡이 식을 새 없이 열심히 가져다 먹으며 콧노래까지 흥얼거리고 있으니 말이다.

“분위기 좋고 좋고 식감이 와요 와요. 오메 좋은거. 나는 행복해.”

그러나 지나가는 소나기라도 한바탕 내려 준다면 이보다 더 행복할 수가 있을까.

두릉댁 이상분(54) 씨는 평택시 고덕면 두릉리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여성농업인으로 현재 농어촌여성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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