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가 느끼는 아픔 공감

한·미 FTA의 결과가 농민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는 것은 대부분의 농민들이 이미 다 알고 있다. 농산물 가격, 특히 소값 폭락은 한·미 FTA가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한·미 FTA로 인해 엄청난 경제적 손실이 예상되고 미래도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두레라는 공동 농사 노동이 사라지고 농기계 중심의 농업이 시작된 이후, 안 그래도 서로 협력하기보다는 각자 알아서 일하는 경우가 많은 농사일에서 협력하는 일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눈 앞에 보이는 농사일을 협력하는 것도 잘 안 되는 상황에서 농민들이 현실을 넘어서 서로가 느끼는 아픔에 대해 공감하고 연대한다는 것은 너무나 먼 이야기 같다.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지역을 넘어 연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주 강정 마을은 이미 여러 평화 활동가들이 현장에 가서 구럼비 폭파 저지를 위한 활동과 강정마을 공동체 회복을 위한 생명평화마을 운동을 하고 있다. 이 곳에도 우리 마을에서 자원하는 활동가 한 사람을 보내서 몇 달째 함께 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강정 활동 보고회도 했는데, 여러 마을 분들이 참여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왜 죽곡처럼 작은 농촌 마을에서 자기 문제도 아닌 다른 마을의 문제에 참여하고 고통을 함께 느끼려고 하는 걸까?

농촌이 이렇게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경제적 고통을 겪는 이유 중 하나는 우리 문제를 누군가 힘이 있는 권력자나 돈이 있는 사람들이 해결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정 정당을 투표에서 찍는 이유는 그 정당이 권력을 가졌고, 그 권력에 순응하는 것이 우리 마을의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마을은 어떻게 되든 우리 문제를 해결하는 데만 마음을 쓰는 것이다. 그 결과 우리 스스로의 발목을 잡게 돼 한·미 FTA로 인해 가장 많은 피해를 보면서도 한·미 FTA를 주도하는 정당을 지지하는 쉽게 설명할 수 없는 문제에 부딪치게 된다.

세상에 어려움과 고통은 늘 있다. 나만 어렵고 힘든 게 아니다. 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위로 눈을 돌려 권력을 볼 것이 아니라. 나에게도 올 수 있는 고통을 겪고 있는 농민 형제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 내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기도 하다. 권력은 순응하는 농민들은 겁내지 않지만 연대하는 농민들에게는 긴장한다.

마을과 마을은 서로 이어져 있다. 강정마을 농촌 노인들에게 퍼부어대는 용역과 경찰의 욕설과 폭력은 언제든 우리에게 날아 올 수 있다.

그런 연대와 공감의 인식 능력을 가질 때 농촌은 자기 문제를 극복하고, 미래의 희망이 될 수 있다. 쉽진 않지만 포기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김재형 죽곡농민열린도서관 관장.
한국농어민신문webmaster@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