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삶이 모아진 역사…상상력을 키워주자

Q. 초등학교 고학년이 가장 어려워하는 과목으로 꼽는 것이 바로 사회라고 한다. 사회 중에서도 특히 역사 부분을 참 어려워한다. 역사 드라마나 역사 소설은 재미있는데 우리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어려운가보다. 왜 그럴까?

A. 역사 이야기나 역사 체험활동들이 재미있지 않냐고 물어보면 다들 역사 이야기는 재미있지만 외울게 너무 많아서 어렵다 한다. 무엇을 그리 외워야 하냐고 물어보면 각종 역사적 사건들이 일어난 연도부터 누가 언제 무엇을 했는지 다 외워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묻는다. 암기력에 의존하는 공부는 당장의 효과밖에 거둘 수 없다. 그리고 역사는 재미없고 어려운 것이라는 심각한 거부감만 키울 뿐이다.

이것은 단순히 역사는 싫은 과목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역사 자체에 관심을 끊게 되는 위험하고 걱정스러운 현상이다.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니 우리의 과거를 바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이해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미래 역시 발전할 수가 없다. 특히 식민지와 전쟁을 겪은 우리나라로서는 그와 같은 일들이 되풀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더욱 역사에 관심을 가져야 할 절대적인 필요가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좀 더 쉽게, 재미있게 역사에 접근할 수 있게 할까?

둘레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물건들을 모아서 이야기를 만들어 보자. 때때로 별다르게 할 일이 없을 때 둘레를 살펴본다. 라면 봉지, 연필, 문제집 등이 보인다고 하자. 200년 뒤에 이것들이 어느 날 우연히 함께 발견됐다면 200년 뒤의 사람들은 어떤 상상을 할까? “200년 전의 사람들이 문제집을 풀다가 라면을 끓여 먹었다”, “라면을 자주 먹었다”, “문제집을 풀면서 공부를 했다” 식의 상상을 할 수 있다. 웃기지만 그럴법한 이야기를 어른이 먼저 꺼내보자. 그러면 아이도 어이없지만 재미있으니까 자신의 상상을 펼쳐 보일 수 있다. 그렇게 상상한 이야기를 주고 받아보자. 지금의 모습으로 보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도 그렇게 시작한다. 그래서 무엇이든 그 시대를 나타내는 것이 발견되면 환호를 하는 것이다. 이 때 어느 아이의 일기장이나 신문이 발견된다면 역사가로서는 그야말로 “유레카”다. 그러면 역사에 있어서 ‘기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저절로 깨친다.

두 번째로 역시 책이다. 요즘은 어린이들이 볼만한 역사책이 참 많이 나온다. 하지만 그 수준과 주제가 책마다 다르기 때문에 우리 아이에게 무엇이 잘 맞는지를 살펴보고 권해야 한다.  처음 역사를 접한다면 아이들 또래에서 있음직한 일들을 유물에 근거해 쓴 ‘역사 일기’가 좋다. 그렇게 역사에 대한 이해가 생기고 나면 인물 이야기나 시대별 역사책을 읽으면 된다. 역사편지, 한국사 이야기, 키워드 한국사 같은 책으로 사건과 시대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다만 인물 이야기를 어릴 때부터 읽게 하는 경우가 많은데 열 살 이전의 아이들은 아직 인물과 시대를 연결 지을 수가 없다. 인물의 일화 정도를 이해하고 기억할 뿐이다. 4학년쯤은 돼야 한 인물의 역사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회가 될 때 마다 박물관에 가보자. 우리 마을 유적지도 좋다. 요즘은 지역마다 나름의 주제를 가진 박물관도 많고 유적지도 많이 발굴되고 보존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니 조금만 노력하면 갈 곳은 많다. 게다가 이러한 곳은 입장료가 그다지 비싸지 않다. 하지만 눈으로만 대충 살피고 올 것이 아니라 하나라도 좋으니 갈 때 마다 그 곳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보자. 당연히 부모와 함께 해야 한다. 또 대부분 그러한 곳은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를 갖고 있으니 미리 알고 가서 아이에게 들려주면 아이는 훨씬 더 잘 기억하고 이해한다. 부모가 들려주는 것이 매끄러운 박물관 학예사가 들려주는 이야기보다 더 재미있다. 교실에서 있어보면 전문가에게 들은 이야기를 내게 다시 들려주는 아이는 없지만 부모가 해 준 이야기를 담임에게 다시 들려주는 아이는 꽤 있다. 아이가 많은 유물을 수첩에 의미 없이 적게 하는 것보다 한 가지라도 부모가 따뜻하게 들려주는 것이 아이의 역사적 상상력을 키우게 해줌은 분명하다.

역사는 개인의 삶이 모아진 것이다. 우리 부모님의 삶, 그리고 지금 우리의 삶, 우리 아이의 삶이 모아진 것이라 생각하면 ‘역사’ 교육 절대 함부로 할 수 없다.

오은경 선생님은 경북 울진에서 15년째 교직에 재직 중이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큰 아이와 갓난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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