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석 한국농업전문학교 교수

오늘날의 농업은 그의 승부가 생산현장인 논밭이 아니라 판매현장인 시장에서 갈린다. 그렇다고 고품질의 좋은 농산물 생산은 이제 필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생산보다는 판매가 훨씬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농산물 생산은 하늘을 믿고 성실하게 일하는 것을 제일로 치지만, 판매는 변화무쌍한 사람을 상대로 가능한 한 많은 이윤을 얻어야 하는 것을 최고로 친다. 그러나 농가가 판매에 뛰어든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과제다. 판매는 남에게 맡기고 생산에만 전념해도 되는 세상도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시장에서 당하지 않고 농사를 지으려면 최소한 기본은 알아야하지 않겠는가! 타농장과 구별되는 상품성 필수 판매전략이란 ‘내 물건(농산물)을 어떻게 하면 잘 팔수 있을까?’에 대한 해답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내 물건을 잘 팔려고 하는 모든 노력’을 우리는 판매전략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판매전략은 ‘내 물건’과 ‘잘 팔리게 하는 방법’의 두 가지를 어떻게 할 것인가로부터 시작된다. 먼저 ‘내 물건’이란 무엇인가? 예를 들면 사과가 잘 팔리면 좋지만, 그중에서도 ‘내 사과’가 더 잘 팔리도록 해야 하고, 바로 이 ‘내 사과’를 ‘다른 농장의 사과’와 다르게 할 수 없으면, ‘잘 팔리게 하는 방법’이 아무리 훌륭해도 쓸모가 없다. 그래서 ‘상품 차별화’는 판매전략의 시작이자 반드시 갖춰져야 하는 전제조건이다. 그런데 농산물은 공산품들과는 달리 상품 차별화가 매우 어렵다. 자동차나 냉장고, 에어컨 등은 멀리서 보아도 어느 회사 제품인지를 어렵지 않게 구분할 수 있지만, 농산물은 몇 번을 들었다 놓아도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을 되찾아낸다는 것은 거의 기대할 수 없다. 하물며 주부들이 ‘내 농산물’을 ‘다른 농장의 농산물’들로부터 구분해 낼 수 있겠는가? 불가능에 가깝다. 상품 차별화를 통해서 ‘내 농산물’을 따로 구분할 수 있도록 한 다음에야 비로소 더 잘 팔기 위한 판매전략들이 힘을 발휘하게 된다는 것이다. 소비자 신뢰 얻도록 약속 지키고 외형적으로는 상표를 달리한 브랜드화나, 포장을 달리 하거나, 또는 전자상거래나 우편판매와 같은 직거래와 같이 유통과정 중에서 다른 농장의 농산물들과 섞이지 않도록 하는 등의 방법도 있다. 또한 질적으로는 GAP나 친환경인증이나 지리적표시제 등의 인증제도도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차별화는 본격적인 판매전략을 시작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건일 뿐이다. 물론 상품 차별화를 어떤 방법으로 할 것인가는 판매전략의 일부지만, ‘차별화’가 안되면 아무리 훌륭한 판매전략이라도 효과를 거둘 수 없다. 좋은 브랜드도 중요하지만, 브랜드를 개발한 것만으로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 그 브랜드로 어떤 시장을 어떻게 공략할 것인가 등에 대한 판매전략이 뒤따르지 않으면 좋은 브랜드라도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판매전략은 또한 ‘신뢰’를 전제로 한다. 장사하는 사람들도 그 밑천은 돈이 아니라 ‘신용’이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마치 다시는 마주칠 일이 없을 것처럼 생각하고, 속여서 농산물을 팔아 치우곤 하는 농가들을 볼 수 있다. 이제 우리는 믿을 수 있는 농산물, 믿을 수 있는 약속(거래), 믿을 수 있는 사람임을 스스로 보증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제 소비자들은 값 보다는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이냐?”를 기준으로 농산물을 사기 때문이다. 안정적 공급능력 뒷받침돼야 그런데 농가들이 가장 지키기 어려운 약속 중 하나는 ‘정례적인 납품약속’이다. 농산물은 일년 내내 소비되지만, 혼자서 일년 내내 농산물을 공급할 수 있는 농장은 거의 없다. 그래서 뭉쳐서라도 공급능력을 갖춰야 비로소 판매전략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것이다. 상품 차별화와 신뢰, 그리고 공급능력의 확보는 농가 판매전략의 기본요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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