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우리나라 주류시장은 연간 8조원 이상의 규모로 납세액만 2조60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1907년 '주세령' 공포 이후 세원보전과 징세 편의를 위한 규제위주의 관리정책으로 산업적 발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제도적으로 보호받고 있는 소수 대형 주류업체의 독과점적 산업구조로 인해 전통민속주 또는 우리술 산업의 발전이 저해되고 대부분 고급주류 소비가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주류 원료로 우리농산물 사용 더구나 소주와 맥주 등 국내에서 생산된 주류도 원료의 대부분을 수입 농산물에 의존해 주류산업과 국내 농업은 아무런 연관을 맺지 못하고 있다. 마을마다 다른 맑은 물과 깨끗한 자연, 쌀과 한약재 등 우수한 농산물 그리고 반만년 역사를 통해 손에서 손으로 전해온 제조방법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4억 달러 이상의 외국 술을 수입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농업인들이 자기가 생산한 농산물로 술을 빚어 판매할 수 있다면 수입 양주의 대체는 물론 남아도는 국산 농산물 소비 촉진도 가능할 것이 자명하다. 예를 들어 국내 생산 '주정'의 경우 연간 3000만리터인데 대부분 수입 농산물이 원료다. 쌀로 이만한 양의 주정을 만들려면 약 66만3000톤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는 연간 쌀 생산량의 13% 물량이다. 보리는 맥주와 위스키 원료이고, 포도를 이용해 와인과 브랜디 생산이 가능하다. 쌀은 탁·약주와 소주를 만들 수 있다. 독일이 감자를 생산하는 농가가 주정과 증류주를 생산하면 정부에서 이를 수매하고, 프랑스의 경우 포도재배 허가를 받은 농가가 포도주를 생산하는 것은 바로 농업과 술의 관계를 잘 설명해 주는 사례다. 높은 주세에 영세업체 기 못펴 우리나라도 오랜 논란 끝에 1993년 주류분야 전통식품 '명인'이나 농업인들이 직접 생산한 농산물로 술을 빚으면 농림부장관의 추천으로 쉽게 제조허가를 받을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되었다. 그 후 농민주와 민속주업체에 대한 '제조 및 유통규제 완화'를 거쳐 2005년까지 272개 업체가 제조허가를 추천 받았다. 이중 132개가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생산한 술은 전체 주류 출고량의 0.2%, 납세액 기준 0.5%에 그친다. 일반 주류업체에 비해 규모가 영세하기 때문으로 업체 수는 늘었으나 경영성과는 미흡한 결과다. 술로써 농촌경제를 활성화한다는 말은 애초부터 잘못된 가설이었던가· 농민주 업체들은 과도한 세금(80%)과 자금부족(40%), 판매부진(34.7%)과 함께 제조방법규제, 기술부족, 원료확보 어려움 등을 당면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그렇다. 연간 출고량을 보면 농민주가 39kl, 민속주가 24kl로 일반주류 출고량 2390kl의 10%에 불과한데도 같은 세율을 적용, 동일한 세금을 납부하고 있으니 어찌 장사가 될 수 있겠는가· 제도가 농민주 산업 정책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농민주를 산업적으로 육성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주세법'을 개정해 소규모 농민주와 민속주에 대한 주세를 감면하고, 우편판매 확대 등 유통규제를 정비하는 것이다. 둘째, 농림부는 농산물가공산업육성 차원에서 품질향상과 다양한 신제품개발, 포장 및 디자인개선을 위한 연구개발, 우리술의 이미지개선과 소비촉진을 위한 홍보와 판매촉진, 그리고 시설현대화와 원료구입 등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지원해야 한다. 농민·민속주산업육성법 제정을 하지만 이같은 단편적인 지원만으로는 농민주를 종합적으로 지원·육성·관리하는데 한계가 있다. 결국 '농민주 및 민속주산업육성법(가칭)'을 제정해 추진체계를 정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수입개방 상황에서도 술은 농촌체험관광이나 기능성 식품과 연계해 우리농산물 소비를 촉진하는 고부가가치 문화상품이 될 수 있다. 농민주의 산업적 육성을 위해 지혜를 모으는 일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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