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대파보다 쌀 땐 안팔리다값 1000원 올렸더니 매출 쑥너무 싸면 소비자 되레 '의심' '수요 점화' 적정 가격 찾아야 "왜 친환경 대파가 더 싸지?"필자가 할인점에 바이어로 근무하던 시절 큰 태풍이 분 적이 있었다. 그 즈음 필자가 우연히 서울 근교의 한 매장에 들렀더니 일반 대파(농약 친 대파)를 무농약 대파와 나란히 놓고 판매하고 있었다. 친환경 상품은 원래 일반 상품과 따로 진열해야 하기에, 지적을 좀 하려다 재미있는 일을 한가지 보게 되었다. 일반 대파는 한 단에 1280원인데, 무농약 대파는 훨씬 싼 980원이 아닌가? 하도 이상해 판매 담당자를 찾아 그 이유를 물었다. "무농약 대파는 저희 농장에서 나오는 것인데 저희는 이번 태풍에 피해가 없어서 예전과 같이 980원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반 대파는 가락시장에서 사오는데, 요즘 너무 비싸서 예전에 780원에 판매하던 제품을 1280원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러셨군요. 그런데, 이 두 상품은 다른 곳에 진열해야 하는데 왜 같이 진열하셨나요?" 이 말에 대한 답이 참 재미있었다. "이 동네 사람들이 너무 바보라 교육 좀 시켜야 해요. 이번 기회에 드셔보시라고 태풍에도 무농약 대파값은 안올렸는데, 매출이 늘기는커녕 이상하게 평소의 절반으로 줄었네요. 아무래도 손님들이 잘 몰라서 그런 것 같아, 안되는 줄 알면서도 일반 대파랑 같이 진열했습니다. 그런데도, 매출이 평소의 절반 정도네요. 이렇게 같이 진열까지 했는데... 이렇게 싱싱한 저희 무농약 대파를 안 사가니, 이 동네 사람들은 눈이 다 멀었나 봐요" 사실 판매 담당자의 말과는 달리 서울 근교의 신도시였던 그 동네는 고객들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동네였다. 당시 한참 가격 정책에 대해서 공부를 하던 중이었던 필자는 한가지 조치를 취하고 그 매장을 떠났다. 그 조치는 무농약 대파 값인 '980원' 앞에 '1'자를 써놓는 것이었다. 다시 말하면, 무농약 대파를 1980원으로 가격을 올렸던 것이다.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나중에 본사에서 무농약 대파의 판매량이 정상화된 것을 컴퓨터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왜 고객들은 더 저렴한 무농약 대파를 사지 않았을까? 논리적으로 무엇인가 잘못된 것 같이 보이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명백하게 더 좋은 물건인데 싸게 팔면 소비자들은 불안해하고, 또 의심한다. '혹시 병에 걸린 대파가 아닐까?', '금방 시들어 버리는 대파가 아닐까?' 하고 말이다. 마케팅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수요점화 가격'이라고 부른다. 이와 유사한 예는 무척 많다. 향수의 원료가격이 무척 싸다고 유명한 사넬 향수를 3000원에 팔면 어떨까? 아마 다들 가짜라고 하며 구매하지 않을 것이다. 최소 몇만원은 되어야 안심하고 구매하지 않을까? 싼 비용으로 생산했다고 싸게 파는 것이 좋은 일만은 아닐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절대 고객들을 혼란하게 해서나 불안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수요점화 가격 이론이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사실 농산물도 요즘 많은 신상품이 나오고 있다. 친환경 농산물이 그 대표적인 것이다. 이러한 신상품의 가격 결정시 많은 분들이 오해하시는 것이 하나 있다. 예를 들면 친환경 농산물 가격이 일반 농산물 수준과 유사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오해다. 친환경 농산물은 비싸게 받아야만 소비자들은 안심하고 사먹게 된다. 가격 때문에 못 사먹겠다고 하는 소비자는 친환경 농산물에 관심이 없는 소비자일 뿐이다. 다른 예를 보자. 만일 모양이 몹시도 특이한 농산품을 개발했다고 하자. 어떻게 할까? 필자는 그런 농산품은 '선물용'으로 이미지를 각인하고자 할 것이며, 최대한 비싼 값을 받으려 할 것이다. 그래야, 고객들은 안심하고 귀한 선물로 인정할 수 있게 될 것이니 말이다. 앞으로 새로운 품종들을 소비자에게 선보일 기회가 있다면, 한번쯤은 '수요 점화 가격'을 떠올려 보셨으면 한다. 그래서, 이제부터 개발되는 새로운 농산품들은 농민들에게 보다 높은 이익을 주고, 소비자들은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가격이 결정될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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