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 본사 객원논설위원

농림부 자료에 의하면 1990년부터 2004년까지 15년 동안 도시에서 살다가 귀농한 총 가구 수는 2만2703호다. 60년대 상공업중심의 경제개발 이후 지속적인 이촌 탈농 경향과 소농배제를 전제로 한 선택적 전업농 육성정책을 꾸준히 펼쳐온 농어촌 구조개선의 기조에도 역행하는 귀농현상은 매우 이례적인 것이다. ○농촌정주 희망 귀농인구 확산 1990년대 초반부터 시작한 귀농은 IMF를 전후한 1996년부터 1999년까지 4개년 동안 집중적인 귀농현상을 보였다. 2004년까지의 총 귀농가구 중 63%에 해당하는 1만4428가구가 이때 농촌으로 이주한 것이다. 더구나 이들은 사회에서 활동력이 왕성한 30대와 40대가 73%나 되어 단순히 노후를 보내기 위한 대책으로서의 귀농이 아닌 실질적인 영농생활에 종사하기 위한 적극적인 귀농현상으로 시사되었다. 이는 농촌에 대한 범사회적 이해변화의 징후로 판단될 만큼 많은 사회적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이러한 귀농현상은 크게 두개의 부류로 나눠 볼 수 있다. 그 하나는 IMF 파동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붐을 이루었던 귀농이다. 도시 실업자들이 밀리고 밀려 별다른 대안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마지막 기회로 생각하고 선택한 귀농인으로서 새로운 꿈과 희망보다는 많은 두려움과 어려움을 안고 농촌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들이다. 이에 반해 도전적으로 귀농을 선택한 벤처농업이나 부모님이 경영하던 농사일을 이어 받기 위해 새로운 각오로 귀농을 선택한 사람, 은퇴 후 전원생활을 즐기기 위해 농촌정주를 결심한 사람 등 자의에 의해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농촌으로 돌아온 사람들이 있다. 도시생활에 익숙한 사람들이 열악한 농촌 환경에서 생활을 한다는 자체가 어려운 일이지만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소득을 올리기 위한, 농사짓는 일은 직접 해보지 않고는 그 어려움을 헤아릴 수 없다. ○생계형→귀촌·귀향 증가 추세 현대 영농은 옛날처럼 단순 농사가 아닌 오랜 영농경험과 기술, 정보를 필요로 하는 종합적인 과학영농이고 작물에 따라서는 많은 자본투입이 요구되는 기업형 농업 경영이기 때문에 확고한 목적의식과 자본, 영농 기술 등 철저한 사전 준비가 있어야 영농정착에 성공할 수 있다. 도시 직장에서 하던 일과 농촌에서 하게 되는 농작업은 일의 방법이나 기능 면에서 많이 다르다. 대부분의 일들이 생소하고 힘든 일인데 반해 힘든 만큼의 보상이 뒤따르지 않는 낮은 소득은 농촌생활을 견뎌내지 못하고 농촌을 다시 떠나게 되면서 실패한 귀농인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이제 귀농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고 있다. 농업경영을 함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의 소득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하고 나아가서는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전업·전문화와 규모화가 불가피한 상황인데 아무런 경험도 없는 도시민이 장밋빛 꿈만 가지고 농업을 하나의 생업으로 영위하기 위한 귀농은 현실적으로 극히 어려운 선택이다. 조사 자료에서도 나타난 바와 같이 40대 이상 도시 주민의 58.7%가 은퇴 후 농어촌 정주를 희망한다는 것은 농촌의 휴식공간과 환경경관을 즐기는 전원생활을 선호하는 농촌정주의 개념이다. 이제는 생계농업을 위한 귀농에서 새 삶의 터전을 찾기 위한 귀촌·귀향으로 바뀌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 정책이 과감하게 펼쳐져야만 한다. 정부에서도 2013년까지 농촌을 중소도시 수준의 생활 인프라 구축과 함께 삶의 휴양, 산업이 조화된 복합정주공간을 조 성, 농촌인구를 총 인구의 20%수준으로 유지해 농촌에 생동감을 갖도록 하겠다는 것은 시의 적절한 조치다. ○도시수준 생활여건 조성 시급 인구가 줄어드는 사회가 갖는 문제점은 여간 많지 않다. 우리 농촌이 맨 먼저 겪고 있는 시련이다. 우리는 그동안 인구를 줄이는데 치중해 온 탓에 잘 알지 못했다. 노동력이 줄어드는 것은 기계화로 대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보다 심각한 것은 서비스의 양과 질을 유지시키는 것이 어려워진다는 사실이다. 인구가 줄어드니까 학교도 문을 닫고, 가게는 물론이고 병원, 약국이 있을 수 없다. 버스도 들어오지 않는 판국에 문화적 서비스를 운위하는 것은 사치에 속하는 것이다. 더 많은 경비를 지불하지 않고는 질은 고하간에 삶의 질이 열악해 질 수밖에 없다. 당면한 정책과제는 농어촌을 농어민의 삶의 공간뿐만 아니라 도시민의 귀농·귀향을 위한 생활여건을 조성해 우리 농촌에 다시 사람 사는 농촌이 될 때 도농상생의 길이 열리고 국토균형발전이 실현되는 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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