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매가 40kg 1등급 3만760원
전년대비 6% 뚝
계약물량도 준데다
내후년엔 중단 ‘한숨’

“매년 생산비는 오르고, 수매가격과 계약물량은 떨어지고 걱정이 태산입니다.”

지난 20일 제주시 내도동 제주시농협 서부영농지원센터에서는 올해산 맥주보리 수매가 처음으로 이뤄지면서 이른 아침부터 농민들이 애써 재배한 맥주보리를 한 포대 한 포대씩 정성스럽게 쌓아올렸다.

그러나 즐거움으로 가득해야할 수매현장에서 농민들의 얼굴은 근심으로 가득했다. 등숙기에는 일조량이 많아 알곡은 잘 여물었으나, 수확시기인 5월말부터 6월초까지 비가 계속내려 맥주보리품종 고유의 색깔이 좋지 못해 수매가격이 지난해보다 감소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맥주보리 수매가격은 40㎏ 한포대당 1등급은 3만760원, 2등급 2만9150원, 등외등급 2만7600원이다. 이는 지난해 수매가격 1등급 3만2720원, 2등급 3만1010원, 등외등급 2만8450원에 비해 6% 가량 낮은 수준이다.

특히 지난 2006년 1등품 가격이 4만180원을 기록했던 것을 감안한다면 올해 수매가격은 무려 23.4%(9420원)나 떨어진 것이다.

또 정부에서 맥주보리 수매가격을 국제수준까지 떨어뜨리겠다는 방침인데다, 2013년부터는 맥주보리 수매를 아예 중단할 예정이어서 농민들의 표정은 좀처럼 펴지지 않았다.

수매현장에서 만난 김창현(72·내도동)씨는 “맥주보리가 예전과는 달리 손에 쥐는 돈은 거의 없다. 또 보리수매기간이 장마기간과 맞물려 있어 보관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하고 “2년 후부터는 아예 수매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데, 나이가 먹어서 다른 작목으로 전환할 엄두고 못내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특히 맥주보리 수매제 폐지후 제주산은 판로가 불투명, 더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정부수매 폐지 후 국내 맥주회사가 맥주보리를 계속 매입할 방침이라고는 하지만 제주산은 물류비 부담으로 선호하지 않는 것이 현실. 결국 맥주보리 농가들은 월동채소류 등으로 작목을 전환하고 싶지만 과잉생산에 따른 가격하락 우려로 진퇴양난에 빠져 있는 셈이다.
김현철kimhc@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