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생활 시작하며 친분을 쌓은 농민 한 분이 어느날 저녁 사무실로 찾아와 고충을 털어놨다.

말썽만 피우는 중학생 막내 아들녀석 때문에 속앓이가 이만저만이 아니란다. 공고롭게도 며칠 후에는 2명의 아들을 명문대에 입학시킨 지인 한분을 우연히 만날 기회가 있었다. 다짜고짜 효과적인 자녀교육 방법을 물었다.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집에서 키우는 난초처럼 항상 관심을 갖고 정성을 보이면 보답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춘기 삐뚤어졌던 아이를 바로잡은 아들에게 직접 쓴 편지도 보여줬다.

00에게!

병원에서 엄마 품에 있던 너를 처음 만난 지 어느덧 14년이란 시간이 흘렀구나! 처음 너를 보는 순간 하늘이 주신 고귀한 선물인 너를 누구보다 잘 키우겠다고 하늘에 맹세했단다. 

처음으로 네 스스로 두발로 걷고 또 처음으로 엄마, 아빠란 말을 할 때, 처음으로 심부름할 때 그 수많은 매 순간순간 마다 너는 우리에게 기쁨을 주는 고마운 아들로 가슴에 남아있단다. 이제는 벌써 중학생으로 훌쩍 자랐지만 아직도 아빠의 눈에는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하는 어린아이로만 느껴지는 것은 아마 나 뿐만 아니라 이 세상 모든 부모들은 같은 심정이리라 짐작하고 있다. 

어린 소년의 티를 벗고 조금씩 성년으로 성장하는 청소년기에 접어든 중학생 시절이 그 어느 때보다 삶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해야 할 중요한 시기임을 아빠는 이미 경험을 했단다.

정신적으로는 항상 정직을 마음 중심에 두고 바르게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매 시간마다 생각하고 불의에 대항하는 용기도 마음속에서 만들어 가야하는 시기임이 분명하다.

신체적으로는 소년에서 남자로 성장하는 사춘기 출발점인 중학생시기에는 한 가지 운동에 취미를 갖고 꾸준히 체력을 키워야하는 중요한 시절이란다. 때로는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급변하는 상황변화를 감당하기 어려울 때도 있겠지만 그 때마다 부모님이나 선생님, 혹은 좋은 친구들과 많은 대화를 하면서 변화를 성장의 길로 이끌어가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이러한 현명함을 갖추기 위해서는 시대를 앞서간 훌륭한 선인들의 정신을 배워야하는데 그 방법은 고전, 위인전 등의 책을 통해 그 정신을 배우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구나.

건실하게 잘 자라 어른이 된 후에는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어렵고 힘들게 삶을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는 능력과 실력을 갖추길 기대하고 있단다.

끝으로 아빠는 영원히 너를 지켜주고 너를 품에 감싸는 너의 보금자리임을 다시 한번 말하고 싶구나.

이 편지를 읽은 아이는 부모마을을 알게 됐고 그 후부터는 마을을 다잡고 공부에만 매진해 명문대 입학은 물론 인격적으로도 건실한 청년으로 성장했다고 한다.

농업인들에게 자녀는 내일의 희망이며 삶의 동력이 된다. 하지만 최근 속을 썩이는 자녀로 고민하는 농업인들이 의외로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제는 들녘의 논밭농사처럼 자식농사에도 정성을 다하고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이영주leey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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