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꽃 만발한 산야/반가운 불청객들 부산하다/이꽃 저꽃/저꽃 이꽃/윙~ 윙~ 쉬임없는 날개짓 소리/가던 발길 멈추고 찾아든 백년손님/복사꽃 속살에/코 들이밀고 십 여분/죽은건지/혼절한 건지/꽃향기에 취한건지 꼼짝않고/널부려져 있다… -김영식 ‘꿀벌’

이처럼 활짝 핀 꽃들이 벌을 반기는 계절이 왔다.

그동안 꿀벌은 꿀을 모으기 위해 열심히 활동하고 가족처럼 집단생활을 해 왔기에 근면, 성실, 단결의 상징으로 인식됐고, 이는 영화의 좋은 소재로 활용됐다. 용감하지만 사고뭉치 꿀벌인 ‘배리’의 벌집 여정을 담아내 모험심을 유발시킨 ‘꿀벌 대소동’. 하치와 어린 친구들이 용기와 우정의 조화를 극적으로 잘 표현한 ‘꿀벌 하치의 대모험’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처럼 인간과 친숙한 관계를 유지해 오던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토종벌 90%이상을 폐사 시켰던 ‘낭충봉아부패병’이 올해 또 다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 병에 걸리면 유충이 번데기가 되지 못하고 말라 죽는데, 아직까지 그 원인조차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뚜렷한 치료법이나 백신이 없는 상황이다. 작년 힘든 아픔을 딛고 올해 재기를 꿈꾸던 농가들에겐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며, 종자벌을 구하기 위해 전국을 누비면서 희망을 품었지만 또다시 좌절의 고통을 맞보고 있는 셈이다.

산업적 측면에서 2008년 기준 약 190만통의 사육규모(세계 11위), 2만7000톤의 생산량(세계 15위)을 점유하던 우리나라로선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더욱 꿀벌이 농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생태계의 생물 다양성을 유지, 보존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공익적 측면에서 그 심각성은 더욱 크다. 실제 안동대학교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 벌이 농작물 수분작용에 기여하는 경제적 가치는 사과, 딸기 등 16개 과수, 채소류에서 약 6조원으로 평가됐다. 꿀벌의 꽃가루받이 기여도는 수박, 멜론, 딸기의 경우 전체 생산액의 80%, 사과는 68.7%를 차지한다고 한다.

“꿀벌이 사라지면 식물이 멸종하고, 결국 인류도 4년 이상 버틸 수 없게 된다”는 아인슈타인의 경고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다소 희박하나 농업과 생태계에 엄청난 재앙을 가져올 것만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다.

이런 점에서 기로에 서있는 양봉산업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서는 지난해 발표된 ‘양봉산업 육성종합대책’을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2015년까지 전업규모의 농가수를 전체농가수의 38%까지 확대해 생산량의 90%를 담당하고, 2008년 기준 14.5kg인 군당생산량을 2015년까지 20kg까지 늘리겠다는 주요 내용이 작금의 현실과 상당한 괴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간 양봉산업 규모를 2015년에 7000억원 규모로 확대한다는 청사진이 실패로 끝날 여지가 높다.     

특히 정부는 현재까지 피해보상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어 섣불리 나서기 어렵다는 소극적  모습에서 탈피해 보다 적극적으로 피해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다른 작물은 규정을 떠나 대파비 등을 지원했고, 지난 2000년에는 수해로 벌통이 떠내려가자 벌통 등에 대한 피해 보상이 있었듯이 무엇보다 정부의 의지가 관건이라는 양봉농가들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어야 한다.   

바로 지금 꿀벌이 우리에게 수백년동안 꿀, 화분 등의 산물뿐만 아니라 생태계 보전 등의 다양한 공익적 가치를 제공했던 은혜를 이제 우리가 갚을 때다.
정문기jungm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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