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경기도 여주를 다녀왔다. 한국농어촌공사가 주요 사업인 금사지구 농업용저수지 둑높이기사업을 소개하고자 기자들을 공사현장으로 안내한 것이다. 현장에 도착하자 공사 관계자들의 브리핑이 이어졌다. 금사지구 둑높이기 사업을 통해 제체를 42.6m에서 45.6m로 높이고 여방수로도 204m에서 228m로 연장하고 취수탑도 34.4m에서 37.2m로 높인다고 했다. 공사가 완료되면 현재 약 298만㎥인 저수량이 375만㎥까지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저수량이 늘면 농사에 중요한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으니 꼭 필요한 공사로 인식됐다.

하지만 계속되는 브리핑에서 의구심이 들었다. 그들은 “이 지역은 그동안 저수량이 부족하지는 않았습니다. 홍수피해가 발생한 적도 없습니다”고 말했다. 둑높이기사업은 홍수 예방과 안정적인 물 공급이 주목적이다. 그런데 홍수 피해도, 저수량 부족도 나타나지 않았는데 도대체 공사는 왜 하는 것일까. 결국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불가피하게 이뤄지는 사업이라고 밖에 해석되지 않았다. 실제로 금사지구 인근에서는 보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무려 174억원이나 투입되는 이 공사가 오직 4대강 사업을 위해 추진되는 것으로 비춰졌다. 농민들은 농산물 가격 폭락, 생산비 상승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다. 공사 측이 마련한 일정을 소화한 뒤 내 머리 속에는 ‘불필요한 사업에 들어간 예산만이라도 농민을 위해 쓰였다면 농민들의 고통이 조금 줄어들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만 맴돌고 있다.
이현우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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