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가격이 연일 롤러코스터를 타며 농민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 채소값은 바닥이 무너져라 곤두박질치고 있고, 품목에 따라 작년 이맘때 가격의 20~30% 수준에 머무는 것도 있다. 정부에서도 채소값 안정대책을 발표했지만 얼마나 시장에 영향을 줄지 아직까지 미지수다. 오히려 농촌 현장에선 농민들이 채소밭을 갈아엎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배추나 양파 등 노지채소는 물론 풋고추 등 시설채소까지 가격폭락이 품목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채소값이 폭등하자 마치 국가 비상사태라도 벌어진 듯 난리법석이던 때가 바로 엊그제인데, 이제는 폭락을 걱정하는 형국이다. 정부는 가격폭락의 원인을 재배면적 확대에서 찾으며, 채소값 폭락에 대한 책임을 농민들에게 돌리고 있다. 이는 매우 단편적이고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채소값 폭락은 정부가 채소수급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가격이 폭등하면 수입을, 가격이 폭락하면 산지폐기와 같은 미봉책으로 일관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작년 채소값이 폭등할 때 정부는 농협을 통한 계약재배나 직거래 확대 등 채소 수급계획을 철저히 세우고 관리했어야 했다.

그러나 농촌현장에선 여전히 상인들의 포전매매가 주를 이루고 있다. 게다가 장바구니 물가를 잡겠다며 비축물량 방출과 무관세 수입까지 남발한 정부의 과잉 대응이 농산물값 폭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물가를 잡겠다는 정부정책이 농민만 잡고 있는 꼴이다.

이제라도 정부는 책임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물가안정이라는 이름으로 무분별하게 농산물을 수입하는 관행부터 중단하고, 농산물 수급조정을 위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또한 계약재배를 확대해 생산단계에서부터 유통량을 조절하고, 가격폭락시 산지폐기 등 신속한 정책추진으로 가격안정에 능동적으로 나서야 한다.

아울러 산지폐기와 같은 시장격리 정책뿐만 아니라 정부나 지자체가 직접 수매, 저장해 김치 등 가공식품으로 출하하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최상기chois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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