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주시는 배 꽃가루 지원사업과 관련해 적격업체가 없다며 올 사업을 전격적으로 취소했다. 그 대신 이미 확보한 예산으로는 배 재배농가의 경쟁력 강화사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나주시의 결정에는 아쉬움이 크다.

이미 수많은 벌이 낭충봉아부패병으로 집단 폐사하며 그 어느 해보다 인공수정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업취소로 농가들은 경영비에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사업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국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농촌진흥청의 허술한 업무처리는 농민들의 실망감만을 키웠다.

나주시는 배 꽃가루 지원사업 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사업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농촌진흥청 배시험장’에 꽃가루 발아시험을 의뢰했다. 나주시가 제시한 발아율 70%를 충족시키는 업체를 찾기 위함이다.

하지만 농촌진흥청 배시험장은 발아율을 검사하면서 표본집계의 기본 원칙마저 무시하며 판독을 잘못해 문제가 커졌다. 각 업체에서 제공한 시료 가운데 일부는 표집 정자수가 10개가 채 안되는 것이 있는 반면 어떤 것은 30배가 넘는 360여개에 달하는 등 들쭉날쭉이다. 개체수가 다르면 평균치를 적용해야 하는데 농촌진흥청 배시험장에선 전체 표집 정자수와 발아된 정자수를 단순히 나눠 발아율을 계산하는 오류를 범했다. 한마디로 발아율 검사 결과가 ‘로또’나 마찬가지가 된 셈이다.

수면(睡眠)상태인 꽃가루를 자극해 현미경으로 발아개수를 세는 만큼 발아율 오차범위가 넓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이는 상식을 벗어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재검산 결과 시가 애초 밝힌 발아율보다 최대 16%가 낮게 평가되거나 일부는 6%가 과대 계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수치의 차이는 있겠지만 농촌진흥청 나주배시험장의 미숙한 업무가 나주지역 2500여 배 재배농가에게 돌아갈 꽃가루 지원사업을 없애버린 것이다. 요즘 농촌진흥청의 최대 화두는 ‘강소농’ 육성이다. 작지만 강한농업, 경쟁력 있는 농업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꽃가루 발아율 하나조차 속 시원하게 검증하지 못하면서 농민들에게 ‘강소농’을 외칠게 아니라 내부에서부터 먼저 ‘강소농’을 만들어 가야 한다.
안병한anbh@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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