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복지의 시대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복지 논쟁이 불붙고 있다. 이런 복지담론의 홍수 속에서 농어촌 복지의 개선, 농어촌 삶의 질 향상 문제가 전면적으로 다뤄야할 의제로 대두되고 있다. 농어촌의 경우 수십 년 동안 수입개방 및 수출 공업화와 도시 중심의 성장전략에 희생돼온 결과, 도시와는 메우기 어려운 소득의 격차, 복지수준의 격차가 벌어져 있기 때문이다.

1990년 도시가구 대비 97.4%였던 농가소득은 2009년 66%까지 추락했고, 2009년 대도시 절대빈곤층 비율이 6.6%인데 비해 농어촌의 절대 빈곤층 비율은 14.8%에 달한다. 특히 농가 가운데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빈곤농가 비율은 2005년 14.9%에서 2009년 19.6%로 크게 증가했다. 다섯 농가 가운데 한 농가가 절대빈곤이다. 

농촌공동화와 고령화도 심각하다. 2007년 6.8%이던 농가인구 비율은 2019년에 4.7%로 줄어들 전망이다. 2005년 18.6%이던 농어촌 65세 이상 인구비율은 2014년에 22.9%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공업화·도시 중심의 성장전략에
희생돼온 농어촌·농어민에 주목
도시-농촌 소득·복지 격차 줄이고
획기적 개선정책 마련해야 할 때


사회보장제도에서도 농민들은 소외되고 있다. 고용보험와 산재보험에서 농민은 제외되고, 농업인재해공제는 임의가입인데다 농민이 보험료를 부담해야 한다. 국민연금의 일환인 농어민연금은 가입 당시인 95년 연령제한으로 가입조차 못한 농민들이 많고, 2000년부터 받는 특례노령연금도월평균 13~15만원에 불과하다. 직장인들과 달리 연금보험료는 농민이 다 부담해야 한다. 여성은 더 문제여서 부부협업시 배우자를 가입 대상에서 제외하는 바람에 여성들이 농가인구의 51.2%를 차지하는데도 보험료를 지원받은 여성은 17.4%에 불과하다. 건강보험료 역시 직장건강보험은 개인소득 비례방식이지만, 농민들이 가입하는 지역보험은 소득과 재산을 함께 고려하므로 보험료 부담이 과중되는 형편이다. 또한 농촌지역의 교육여건은 인구감소를 빌미로 한 학교 통폐합 등으로 점점 나빠지고 있으며, 각종 복지문화 공간도 부족해 농민들과 그 자녀들의 삶의 질을 악화시키고 이농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정부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는 있지만, 대응은 크게 미흡하다. 지난 정부 때인 2004년 농림어업인 삶의질 향상 특별법이 제정돼 기본계획을 5년마다 세우도록 했고, 현 정부는 2009년 12월 제2차 계획을 세워 정책을 추진중이다. 그러나 이 법은 예산확보가 제대로 되지 않고, 추진부처가 각기 달라 실효성과 집중성이 떨어져 추진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삶의질 향상을 위한 새로운 차원의 움직임도 있다. 농촌형사회적기업이라 할 수 있는 농어촌공동체회사가 육성돼 주민 스스로 소득과 복지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싹을 틔우고 있으며, 사회복지 종사자들이 조직적으로 농촌지역의 복지를 개선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일부 병의원들도 농촌지역의 건강 돌보미로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고 있다.

국민들의 복지요구가 증대되는 현 시점에서 농어촌 삶의질 향상을 전면으로 내세울 때가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의 장경호 부소장은 “도농간 소득격차와 각종 사회보험과 교육, 의료 등의 도농간 격차가 농촌 빈곤을 부르고 있다”면서 “복지 정책을 확대해 나가는 과정에서 농어촌 복지정책의 획기적인 개선이 공약화되고 정책으로 실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길leesg@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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