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내지 않고 천천히, 귀리·아이들 함께 키워나갈 것”

[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 박정윤 씨는 전남 영암군 신북면 행정리에서 두 아이를 키우며 귀리 농사를 짓고 있다.

아버지 병간호 위해 고향 내려와
당뇨 완화 효과 귀리 농사 시작 

단가 낮은 유통업체 납품 대신
인터넷·직거래 등으로 판매
축제 줄줄이 취소돼 쉽지 않아
트랙터 임대료 인하 등 절실

네 살·두 살 아이 ‘자식 농사’도
부족한 농촌 교육시설 아쉬워


“영암의 맑고 푸르른 자연 속에서 욕심 부리지 않고, 느리지만 천천히 귀리와 아이들을 함께 키워나갈 겁니다. 천천히 가다보면 언젠간 귀리농사와 자식 농사 둘 다 성공할 수 있겠죠?”

전남 영암군 신북면 행정리에서 2만3140m2(7000평) 규모로 귀리 농사를 짓고 있는 박정윤(33) 씨는 올해 귀농 6년차다. 그는 농업과는 전혀 관련이 없었다. 학교 졸업 후 광주광역시에서 비료회사부터 시작해 각종 회사의 사무직, 푸드트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일을 했다. 그러던 중 고향에 있는 아버지가 당뇨로 인해 건강이 악화돼 일을 그만두고 2015년에 영암으로 내려왔다.

아버지 병간호를 하면서 당뇨에 좋은 음식을 찾다가 언론을 통해 귀리가 당뇨 환자의 증상을 완화시켜 주고, 알츠하이머 등의 노인성 질환에도 좋다는 보도를 접했다. 귀리가 당뇨 완화에 도움이 되는 것을 보고 시장조사를 통해 귀리의 시장 가능성을 확인한 후 귀리 농사에 뛰어들었다.

실제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국내 식품시장에서 소비자들이 귀리를 건강기능성 식품으로 인식해 소비가 급격히 늘어났다. 귀리 수입량의 경우 2013년에 5019톤이었지만 2015년엔 2만6987톤, 2018년 4만5746톤으로 2013년 대비 911%나 증가했다. 귀리 수요가 증가하며 수입량뿐만 아니라 국내 재배면적과 생산량도 늘었다. 국내 재배면적은 2013년 200ha에서 2015년 350ha, 2018년 1200ha까지 증가했고, 국내 생산량도 2013년 800톤, 2015년 1200톤, 2018년 3000톤으로 늘어난 상태다.

귀리의 국내 수요와 공급량이 늘었지만 여전히 중소 농가들은 판로가 가장 큰 문제다. 박정윤 씨의 경우 쌀귀리와 귀리가루, 귀리 볶음 등과 이를 묶은 선물세트를 인터넷과 직거래 등으로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코로나 19 발생으로 인해 각종 지역 축제가 취소되고 소비자를 만날 수 있는 직거래 장터도 줄줄이 취소되며 인터넷 판매에만 매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재고 소진을 위해 유통업자에게 판매하는 방법도 생각해봤지만, 정성들여 키운 귀리를 유통업자들이 단가를 너무 낮춰 매입하려고 해서 결국 포기했다는 것이 박정윤 씨의 설명이다.

그는 “인터넷 유통마켓과 경쟁하면 단가가 높기 때문에 결국 직거래 장터나 축제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를 해야 하는데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결국 농가들의 생산 단가를 낮춰야 경쟁력이 생기는데 정부가 트랙터 임대료를 조금 더 낮춰주면 중소 농가들이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박정윤 씨는 귀리 농사 이외에도 정성을 쏟는 농사가 하나 더 있다. 네 살과 두 살 된 두 아이를 키우는 ‘자식 농사’다. 그는 귀농 후 두 아이를 낳고 기르고 있는데 농촌에서 육아를 하는데 있어 가장 애로사항은 ‘교육’이다. 꼭 좋은 대학을 보내기 위해서가 아닌, 아이들에게 더 좋은 환경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해주고 싶지만 다른 대도시에 비해 교육 시설이 현저히 부족한 게 현실이다. 이에 박정윤 씨는 정부가 농촌의 아이들이 체계적이고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면 더 많은 청년여성농업인들이 농촌에 정착해 안심하고 아이를 양육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아이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영어유치원도 알아봤지만 2시간 거리에 위치해 결국 포기했다”면서 “엄마가 된 입장에서 농촌에서 가장 아쉬운 점이 교육인데 정부가 농촌에 있는 소수의 아이들에게 지금보다 더 체계적인 교육을 제공하면 농촌에서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이 걱정인 청년여성농업인들의 출산과 정착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정윤 씨는 마지막으로 농업을 통해 이루고 싶은 소망을 밝혔다. 두 아이의 엄마답게 소망도 아이들과 연관이 있었다. 그의 소망은 농촌에서 아이들이 푸르른 자연 속에서 흙과 식물을 만지며 걱정 없이 뛰놀며 농촌을 자연스레 접할 수 있는 농촌체험장을 운영하는 것이다. 상업에 초점을 둔 체험장이 아닌 아이들에게 좋은 것만 주고 싶은 엄마의 입장에서 농촌체험장을 만들고 운영해 영암의 대표 농촌체험장이 되고 싶다는 것이 박정윤 씨의 설명이다.

그는 “귀리 농사와 자식 농사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욕심내지 않고 천천히 하다보면 언젠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두 농사와 함께 내 꿈인 엄마의 입장에서 운영하는 농촌체험장을 설립하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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