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강원 평창 김은솔

▲ 강원 평창읍 고길리에서 토종다래를 재배하는 김은솔 씨가 수확철을 맞아 토종다래를 수확하고 있다.

[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씻어서 껍질 채 먹는 ‘간편함’
‘식이섬유·PG102’ 함유 등 장점
‘인스타’ 등 통해 전량 직거래
잼·고농축 수제청도 만들어 판매

“트럭·트랙터 모는 것도 내일인데
주변 사람 특이하다는 시선 답답
연차 기준 청년농 지원도 바꿔야”


“아직 농촌에서는 젊은 여성이 트럭과 농기계를 운전하며 농사를 지으면 특이하다는 시선으로 쳐다봐요. 전혀 이상할 게 없는데 말이죠. 앞으로는 인식이 바뀌어 청년여성농업인을 하나의 주체적인 농업경영주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강원 평창읍 고길리에서 약 2만3140m2(7000평) 규모로 토종다래와 산나물을 재배하는 김은솔(31) 씨. 그는 지난 2018년부터 전업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농사를 짓기 이전에는 사무직과 택배회사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잘 맞지 않아 고민이 컸다. 그러던 중 2014년에 부모님이 토종다래를 식재했고, 공부를 통해 토종다래의 성장 가능성을 내다보고 농사에 뛰어들었다. 부모님이 기존에 농사를 지었던 까닭에 농업에 대한 생소함이나 거부감이 없었고 익숙했다.

김은솔 씨에 따르면 토종다래의 가장 큰 장점은 ‘간편함’이다. 참다래의 경우 껍질을 벗기고 처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 반면, 토종다래는 씻어서 껍질 채 먹을 수 있어 1인가구가 보다 쉽게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식이섬유가 풍부해 변비 예방에도 훌륭한 효과가 있고, 천연면역과민개선물질인 PG102가 들어 있어 아토피와 건선 개선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 김은솔 씨의 설명이다.

그는 “요즘 소비자들이 토종다래를 잘 모르는데 청산별곡의 한 구절인 ‘머루랑 다래랑 먹고 먹자, 청산에 살어리랏다’ 부분을 말씀드리면 조금은 이해한다”면서 “맛이 좋은 우리나라 고유 과일인 토종다래를 더 많은 소비자가 알 수 있도록 홍보와 고품질화에 많은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은솔 씨가 정성들여 재배한 토종다래는 9월이 수확철인데 토종다래가 저장성이 좋은 과일이 아니여서 대부분 9~10월에 판매가 종료된다. 현재 그의 토종다래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네이버 스토어팜(평창연화농원) 등을 통해 전량 직거래로 판매되고 있다. 가격도 kg당 1만원으로 부담되는 가격은 아닌 까닭에 점차 구매량이 늘고 있다. 또 최근에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1년 내내 토종다래의 맛을 알리고 싶어 공방을 짓고 토종다래를 재료로 한 잼과 고농축 수제청을 만들어 판매를 시작했다.

그는 “올해에는 태풍 ‘링링’의 여파로 전체 과실 중 80%가 떨어져 많은 피해를 입었는데, 부디 내년에는 자연재해 피해 없이 농사가 잘 됐으면 한다”면서 “포기하지 않고 소비자들이 믿고 먹을 수 있는 건강한 토종다래 재배를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솔 씨는 농촌에서 농사를 지으며 답답한 점이 있다. 바로 ‘시선’과 ‘제도의 불합리’이다. 시선의 경우 농촌에는 여전히 성별에 따른 역할이 고정돼 있어 정해진 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특이한 사람이 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농촌에서는 남성이 주로 농기계를 사용을 하고 여성은 수작업으로 농사를 짓는다. 하지만 김은솔 씨의 경우 1톤 트럭을 몰고 농기계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이 특이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또 나이가 31살이 되자 주변사람들로부터 결혼을 통해 일할 남자를 구해야하지 않겠냐는 말을 종종 듣는다. 김은솔 씨는 농사와 결혼은 별개라는 생각이 들지만 쉽게 입 밖으로 뱉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는 “트럭과 트랙터를 모는 것은 그저 내 일을 할 뿐이고, 남자가 없으면 농사일이 힘들다는 이유에서 결혼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더 많은 청년여성이 농업·농촌에 정착하기 위해선 이 같은 농촌의 고정관념이 바뀌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제도의 불합리함의 경우 대부분의 청년농업인 지원 사업은 경영체 등록 3년차 이하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어 기존의 청년농업인은 정부의 지원 사업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는 것이 김은솔 씨의 설명이다. 단적인 예로 김은솔 씨는 후계농으로 선정되기 위해 전업으로 농사를 짓기 전인 2014년에 경영체 등록을 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는데 정부에서 실시하는 청년농업인 관련 지원 사업을 신청하려 했지만 경영제 등록 3년차 이상인 까닭에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김은솔 씨는 정부의 이 같은 청년농업인 관련 지원 제도가 현실적이지 못하고 역차별을 조장하는 까닭에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정부가 청년농업인 지원 사업을 펼칠 때 무조건 연차로 기준을 정하면 기존의 청년농업인들이 역차별을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현실적이지 않은 청년농업인 지원 사업 기준을 다시 한 번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더 많은 청년들이 농업·농촌에서 농사를 짓기 위해선 정부의 세밀하고 꾸준한 노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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