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일 탄력적 운영 계획’ 간담회
농협품목별전국협의회회장단 참석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문영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사장과 농협품목별전국협의회 회장단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8일, ‘가락시장 개장일 탄력적 운영 계획에 따른 간담회’가 진행됐다.
문영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사장과 농협품목별전국협의회 회장단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8일, ‘가락시장 개장일 탄력적 운영 계획에 따른 간담회’가 진행됐다.

가락시장 ‘개장일 탄력적 운영’(주5일제) 추진에 앞서 시장 내부적으로 근로여건 개선을 위한 대안을 먼저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산지의 제안에 대해 추진 주체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수용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드러내 출하자 반발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올해 4분기 동절기에 맞춰 주5일제 시범사업을 재추진하자는 얘기도 거론되고 있어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18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 공사 회의실에서는 농협품목별전국협의회 회장단(조합장) 및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가락시장 개장일 탄력적 운영 계획에 따른 간담회’가 열렸다. 간담회 형태로 진행된 이번 만남에서는 품목별 조합장들이 가락시장 인력 문제 해소를 위한 대안으로 꼽은 △인력 확충 △순환 근무(휴일) △경매 시간 변경 △출하 피해 보상 등의 검토 요청에 대해 문영표 공사 사장이 답변을 내놨다. 하지만 현실적인 시장 여건을 이유로 ‘사실상’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오히려 산지 반발을 부채질할 것으로 보인다.
 

인력 확충·순환근무·경매시간 변경 요구에 공사 ‘수용 어려워’ 답변

인력 확충에 대해, 문영표 사장은 “사람을 구할 수가 없으니까 이런 논의를 지금 하고 있는 것”이라며 “가락시장은 외국인근로자 도입업종으로 지정도 안 돼 있어 외국인을 채용하라고도 할 수 없다”고 했다.

순환 근무(휴일) 부분과 관련해서는 “경매에 참여하는 중도매인들이 1700명 정도 있는데, 경매 특성상 일부라도 참여하지 않으면 농산물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경매제 체제에서 요일별 시프트(교대)를 운영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산을 투입해 근로환경을 개선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그래서 1조원을 투자한 시설현대화사업이 2031년까지 순환재건축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문 사장은 “가락시장 거래물량이 계속 줄어드는 것은 분산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인데 중도매인들이 고령화되다보니 힘에 부치는 것이고, 새로운 판로를 찾기보다는 단골을 유지하는 쪽으로 자꾸 머물게 되는 실정”이라고 했다.

경매 시간 변경에 대해선 “주간 경매 얘기에는 100번 동의한다. 하지만 야간 경매 이유는 결국 물류와 관계가 있다. 해남에서, 전라도에서 아침 일찍 수확해 포장을 통해 출하해야 빠르면 저녁에 도착하게 되는 것”이라면서 “다만 품목별로 경매 시간을 1시간씩이라도 빨리 당겨서 밤을 꼴딱 새는 부분은 중기적으로 검토를 해야 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출하 피해 보상에 대한 질의에는, “시범사업을 하면서 손해배상 체계를 만들라고 하는 것은 (피해) 기준도 모호하고 접근하기가 굉장히 힘든 이야기”라고 했다.
 

“산지 피해만 따르는 주5일제 추진 중단해야”

이날 회의에서 시장 유통인들은 열악한 근로환경으로 인력 유입(고용)이 어려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주5일제 시행이 필요하다는 점을 호소했는데, 조합장들의 반박이 이어지면서 언성이 높아지는 모습도 연출됐다. 공사와 시장 유통인들은 시범사업이라도 단계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조합장들은 산지 피해만 따르는 주5일제 추진은 중단돼야 한다고 맞섰다.

이준연 고랭지채소전국협의회 회장은 “10년 후 가락시장에서 60대 이상 중도매인이 82%가 넘고 청과 하역인은 86%가 된다고 하는데, 주5일제를 시행하면 달라질 수 있는 것인가. 전국민이 모두 고령화되고 있다. 추진배경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농촌 고령화는 더 심각하다. 이럴 때일수록 농업인을 돕는 정책을 만들어야지, 시장 구성원만 위한 정책에 농업인들은 동조할 수 없다. 농업인들은 일주일에 8일이라도 출하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차홍석 한국오이생산자협의회 회장도 “근로여건 개선은 주5일제 한다고 해서 개선된다고 보지 않는다. 야간 근무, 현장 시설, 낙후된 환경 때문에 근로여건이 나쁜 것이지 주5일제 한다고 해서 여건이 좋아진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이런 부분을 개선하는 쪽에 초점을 맞춰야지 주5일제로 경매일수를 줄이려는 것은 탁상행정에 불과하다”고 했다.

김재호 한국토마토생산자협의회 회장 역시 “산지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시장 중도매인만 생각하는 것은 안 된다”면서 “생산자협의회에서 농산물 출하를 하지 않는 부분도 협의하고 있다. 공사가 어떤 방식으로 나올지를 보고 어떻게 나설지를 결정할 생각”이라고 했다.

정재영 전국상추생산자협의회 회장은 “주5일제 근무로 바뀌면 편해질 수는 있겠지만, 그걸로 인해 다른 사람이 피해보는 상황은 없어야 될 것 아니냐. 결국 피해는 농업인이 입는다”면서 “현재 농촌은 고령화로 농사를 지을 수 없고, 상추 농사의 경우도 수확 인력이 없어 하우스 규모를 줄이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동절기 시범사업땐 휴장일 수요일로 변경” 언급하며 재추진 시사

주5일제 시범사업 재추진 여부, 시기 등을 비롯해 일체의 세부계획은 향후 생산자가 참여하는 협의회 자리에서 논의를 통해 정하겠다는 것이 공사의 공식 입장이지만, 이날 간담회에서 문영표 사장은 “올 추석이 지나고 4분기 동절기에 시범사업을 하게 된다면 수요일로 옮겨서 해보자”고 언급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 역시 동절기 시범사업 추진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비친다.

다만 공사는 산지에서 우려하는 단기간 내 전면 도입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제도적으로 가능할 수도 없다는 설명이다. 공사 관계자는 “전면 주5일제 변경을 위해서는 서울시 조례 규정을 개정해야 하는 부분이 있고, 중앙정부(농림축산식품부)의 승인도 받아야 하는 등 거쳐야 할 절차가 간단하지 않은 만큼 공사 단독으로 추진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했다.

여름철 및 성수기로 확대하는 부분도 산지 여건, 가락시장 현대화사업을 통한 저온·저장시설 확충 시기 등을 고려해 신중히 단계적 검토 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공사는 생산자, 출하자, 유통주체, 구매자 등 이해관계자들이 상생할 수 있는 ‘가락시장 개장일 탄력적 운영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최근 ‘농산물 물가 이슈’가 부각되고 있는 시점과 맞물려 국내 최대 농산물도매시장인 가락시장에서 주5일제 시행으로 경매일수가 감소할 경우 가격 불안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를 담은 언론 보도도 나오고 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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