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한국중식요리협회와 과천 로고스센터가 지난 3월 17일 국산밀로 만든 짜장면과 짬뽕을 2000명에게 무료로 나누는 행사를 진행했다.  
한국중식요리협회와 과천 로고스센터가 지난 3월 17일 국산밀로 만든 짜장면과 짬뽕을 2000명에게 무료로 나누는 행사를 진행했다.  

밀가루 소비량이 많은 중식요리업계가 기존에 사용하던 수입산 밀가루를 국산밀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국산밀 사용량은 미미하지만 향후 새로운 국산밀 소비처가 마련될 수 있다는 기대에 이목이 집중된다. 
 

중식요리협회 ‘적극 홍보’aT 등과 협약 맺고 비축밀 ‘수입산 수준’ 가격 공급

한국중식요리협회(협회장 정권식)는 지난해부터 협회 내에 우리밀홍보사업단을 꾸리고 중식당 회원들이 수입밀 대신 국산밀을 사용토록 적극적인 홍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회원들의 국산밀 사용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6월에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한국쌀가공식품협회와 국산밀 소비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수입밀과 비슷한 가격에 정부 비축 국산밀을 공급하고 있다. 

중식요리협회가 국산밀에 관심을 보인 건 소비자들의 수입밀에 대한 불만족 때문이다. 고령화가 진전되며 소화기능이 과거에 비해 떨어지는 소비자들이 밀가루가 많이 들어가는 중식요리를 먹고 소화가 안 된다는 평가가 늘자 조금 더 건강한 식재료가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다 떠오른 게 국산밀이었다. 

또 국산밀이 소비 확대 방안을 마련하지 못해 자급률이 저조한 상황에서 밀가루를 많이 사용하는 중식요리업계가 수입밀을 국산밀로 대체하면 자급률 향상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우리밀홍보사업단을 꾸리게 됐다는 게 중식요리협회의 설명이다. 

최경호 중식요리협회 이사는 “국내에 중식당이 2만5000여개가 있는데 이 중 10%인 2500개 업소만 국산밀을 사용한다면 하루에 50톤의 국산밀을 소비할 수 있고, 연간으로 따지면 1만5600톤이 된다”며 “소비처를 찾지 못하는 국산밀의 새로운 소비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고 강조했다. 

이론상으로는 이상적이지만, 현실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여러 있다. 공급 측면에서는 연중 꾸준하게 국산밀이 공급돼야 하고, 가격도 수입밀과 비슷한 수준이어야 중식당들이 국산밀에 관심을 보일 것이라는 게 중식요리협회의 설명이다. 최 이사에 따르면 중식당들은 수입밀을 20kg에 2만4000~2만9000원에 구매한다. 하지만 현재 국산밀은 20kg에 평균 4만원 꼴로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지금은 중식당들의 국산밀 사용을 독려하기 위해 정부 비축 국산밀은 20kg 당 2만8000원에 공급하고 있는데 가격경쟁력이 꾸준하게 이어져야 중식당들이 수입밀에서 국산밀로 전환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달라지는 맛·식감 해결 위해 반죽면대·생면 공급소비자 대상 홍보 등도 중요

재료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최 이사에 따르면 중식당은 보통 사업주와 조리장이 분리돼 있는데 조리장은 굳이 국산밀로 대체하는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국산밀 대체에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기존의 수입밀로 면을 만들 때 반죽 방법이나 재료 첨가량 등이 달라 제대로 된 식감과 맛을 내기 어려운 문제도 있다. 이 문제의 경우 제면 전문업체인 예산국수와 협업을 통해 기존에 밀가루로 중식당에 납품하던 것에서 자르면 생면이 되는 반죽면대나 생면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여기에 더해 국산밀가루에 반죽재료를 넣어 만든 프리믹스로 개발 중으로, 개발이 완료되면 더 많은 조리장들이 국산밀을 부담 없이 사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 이사는 “조리장들은 고용된 사람들이기 때문에 굳이 나서서 수입밀을 국산밀로 전환해야 할 이유가 부족하다”며 “이들이 전환의 위험 부담이 없이 손쉽게 국산밀을 사용할 수 있도록 협회와 예산국수가 협업을 통해 반죽면대와 생면, 국산밀 프리믹스 등을 공급하면 식감과 맛을 일정하게 유지해 조리장들도 국산밀로 전환을 긍정적으로 생각할 것이다”고 말했다. 

홍보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수입밀의 식감과 맛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국산밀로 만든 중식요리에 이질감을 느끼지 않도록 적극적인 시식 홍보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중식요리협회는 지난해부터 지자체 자원봉사센터와 종교단체 등과 협업을 통해 국산밀로 만든 짜장면 나눔 행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 12월에는 노량진 내 취업준비생과 지역주민 150명을 대상으로 나눔행사를 진행했고, 올해 3월에는 과천로고스센터와 지역주민 2000명을 대상으로 나눔행사를 벌였다. 중식요리협회는 향후 더 다양한 지자체 자원봉사센터와 협업해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국산밀 짜장면 나눔행사를 통해 수요를 점차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최경호 이사는 “소비자들은 음식에 대한 경험이 있어야 지속적으로 섭취를 하는데 처음부터 국산밀 짜장면을 판매하면 소비는 많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지역 소외계층과 주민들에게 국산밀로 만든 건강한 짜장면 시식 기회를 나누다 보면 결국 소비자들이 먼저 국산밀 짜장면을 찾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작년에는 국산밀 100톤을 사용했지만, 올해는 500톤 사용이 목표고 최종적으로는 1만5000톤을 사용해 소비자에겐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국산밀의 자급률도 높이는 데 일조하겠다”고 강조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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