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기노 기자]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가운대)이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농해수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국회사무처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가운대)이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농해수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국회사무처

농해수위 의원 여야 막론
‘역대최악 추경안’ 입모아
“새 정부 출범 일주일도 안돼
윤 대통령 예산 확대 약속 깨”

비료가격 정부가 지원 촉구
농업재해보험 1000억 삭감 논란
정황근 장관도 “수긍 어려워”
충분히 의견 개진해 방어 방침

59조4000억원에 달하는 추경재원 마련을 위해 농업예산을 삭감하겠다는 정부 계획에 대해 국회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위원장 직무대리 위성곤)는 지난 16일 전체회의를 열고,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 농촌진흥청, 산림청, 해양경찰청 등 소관기관이 제출한 추경안을 심의했다. 농해수위 소속 위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이번 추경안이 말 그대로 ‘역대 최악’이라며 대대적인 수술을 주문했다.

이번 추경안을 보면 농림축산식품부 소관 재정규모는 본예산보다 2132억원이나 감소했다. 5개 사업 2121억원이 증액됐지만, 무려 58개 사업에서 4253억원의 예산이 감액된 것이다. 이에 따라 국가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농식품부 예산 비중은 2.8%에서 2.5%로 축소됐다. 농업예산 감액규모는 이번 추경에서 정부 전체 지출 구조조정 규모 7조원 중 약 6.1%에 달한다.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추경예산에서 정부 지출구조 조정규모가 7조원 정도인데, 국가 전체 예산 중 3%도 안 되는 농업예산에서 6% 넘게 감액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면서 “우리당에서 그동안 농업예산 비중 축소를 이유로 문재인 정부의 농업홀대를 비판해 왔는데, 오히려 이번 추경을 고려하면 농업예산 비중이 2.46%가 된다. 대통령께서 농업예산 확대 등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말씀했는데, 새 정부 출범 일주일도 안 돼 제출한 추경안으로 인해 농업예산이 역대 최저로 내려가면 어느 누가 대통령 말씀에 공감할 수 있겠냐”고 맹비판했다.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농식품부 소관 증액사업 규모는 총 2120억7900만원으로, 전체 추경예산안 일반지출 증액분 36조4000억원 중 약 0.58%에 불과하다”며 “반면 추경예산안 재원조달을 위해 농식품부 소관 세출 중 배수개선, 농촌용수개발, 새만금지구, 수리시설개보수 사업 등에서 4252억9700만원이나 감액됐다”고 지적했다.

세부사업과 관련해선, 비료 가격 인상분 지원과 관련한 국고부담 비율 축소가 도마에 올랐다.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비료 가격이 100% 가까이 급등해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국비 40%, 지방비 10%, 농협 30%를 분담해 비료가격 인상분을 보조하기로 했는데, 이번에 추경에서 국비 분담이 10%로 줄고, 농협 분담이 60%로 증가했다”면서 “농협 분담이 60%로 올라가면 다른 사업으로 농민들에게 지원해줄 예산이 줄어들게 된다. 이건 정부가 잘못한 것이다. 기재부가 결정했다곤 하지만, 농식품부도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항의를 해서 농민들에게 부메랑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당 김선교 의원도 “정부가 당초에 결정한 대로 농협 부담을 30%로 해도 큰 상관이 없는데, 괜히 농협 분담률을 60%까지 높여 정부가 농협에 책임을 떠넘긴다는 말을 듣고 있다”며“정부가 분담률을 높여도 10%에 600억원 정도면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농협의 주인이 농민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농협에 부담시키지 말고, 직접 지원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작년 하반기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비료 가격이 급등했고, 우선적으로 농협이 2022년 비료 가격 상승분의 80%를 할인 판매하고, 그 보전비용은 국가·지자체·농협이 사후 협의해 분담하되 국가는 적정예산을 반영키로 했다”면서 “그런데 ‘적정예산’이라는 표현이 무색하게 이번 추경안에는 전체 소요 예산 6003억원 중에서 정부 분담률은 10%인 600억원만 반영됐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국비 부담을 10% 정한 것은 당사자 간 협의로 적정예산을 반영하기로 한 국회의 부대의견을 무시한 것일 뿐만 아니라, 생색만 낸 정부를 대신해 출혈을 감수하며 할인판매에 나선 농협에 대해서는 신의를 저버린 것”이라며 질타했다.

윤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농협의 분담액 증가는 농업인에 대한 교육 및 현물 등 지원사업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결국 농협의 부담이 농가의 부담으로 되돌아오는 꼴”이라며 “농협의 분담금 3600억원은 경제사업을 담당하는 농협경제지주의 지난해 영업이익 120억원의 30배에 달해, 독자적으로 확보하기도 어려울뿐더러 경영부실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농업인 부담 보험료의 35~60%를 국가가 지원하는 농업재해보험 사업과 관련해선 추경감액으로 인해 미지급금 정산이 지연됨에 따라 농작물재해보험 운영의 안정성이 저하되고, 국가보험사업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입자들을 위해 농협손해보험이 선 집행한 금액 1240억원을 2022년에 농식품부로부터 돌려받을 예정이었지만 새정부 추경안에서 1000억원이 삭감됐다. 농어민들에게 꼭 필요한 재난지원금은 주지 않으면서 농어업 예산을 대폭 삭감해 놓은 것인데, 인건비, 유류비, 비료값, 농산물 가격폭락 등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는 농어민들이 피해자가 아니면 어느 산업종사자가 피해자냐”고 일갈했다.

이와 관련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재해대책비의 경우 상황에 따라 예비비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집행하는데 문제가 없지만, 농업재해보험 예산 1000억원 감액은 수긍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올해 1000억원의 예산이 삭감되면 다른 예산을 줄여서 내년도 예산에 1000억원을 반영해야 한다. 충분히 의견을 개진해서 방어할 것은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 농해수위는 지난 17일 법안심사소위 및 전체회의를 열고, 농식품부와 해수부, 농진청, 산림청, 해양경찰청 등 소관기관의 추경안을 심의하고, 6798억 2200만원을 증액·의결했다.

이번 추경안에 따라 2132억원이 감액될 예정이었던 농림축산식품부 예산은 5556억400만원이 증액되면서, 전체 규모는 17조2190억원으로 늘어나게 됐다. 논란이 커지고 있는 비료 가격 인상분 지원과 관련해선, 국고 부담비율을 40%까지 높이도록 했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도 감액을 수긍하기 어렵다고 밝힌 농업재해보험 예산 1000억원도 복구됐다. 이번에 농해수위가 증액·의결안 소관분야 추경안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심사를 받게 된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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