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뉴딜 사업 차원의 공익형직불제 추진해야”

[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기상이변 따른 가격 불안 등
농업경영 위험관리체계 구축
데이터에 의한 정밀농업 추진
ICT 기반 작물 비축 등 제안

코로나 이후의 시대, 한국농업은 어디로 가야하며,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에 대한 제안을 담은 보고서가 나왔다. 이정환 GS&J 인스티튜트 이사장은 8일 ‘코로나19와 한국농업 : 위협, 기회, 대책’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가 한국농업에 가져올 위협과 기회요인을 진단하고, 뉴노멀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해야 할 농업정책의 방향을 제시했다.

◆한국농업을 둘러싼 위협과 기회=이정환 이사장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한국농업이 당면한 위협요인으로 가장 먼저 ‘먹거리 안보’ 문제를 꼽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탈리아는 토마토 수입이 차단돼 고통을 겪었고, 베트남·러시아·카자흐스탄 등은 쌀, 식용유, 양파 등 채소의 수출을 금지, 수입국을 불안하게 했다. 모든 것이 불확실성에 휩싸인 지금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농산물과 식품의 공급을 글로벌 밸류체인에 의존하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는 얘기다.

두 번째 위협요인은 ‘노동력 부족’. 코로나로 이동이 제한되자 동남아시아 노동력에 의존해 왔던 고추, 양파, 마늘 등 양념채소를 비롯해 고랭지 채소, 시설농업은 큰 타격을 입었다. 외국인 노동자 부족으로 언제라도 채소와 과일이 품귀현상을 빚을 위험성을 안고 있다.

세 번째 위협요인으로 꼽은 것은 ‘온라인 유통혁명’. 그는 앞으로 소매는 물론 도매도 온라인 거래가 뉴노멀이 되기 때문에 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공급자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반면 새로운 기회요인도 있다. △세계화에 기초한 농식품 조달 체계의 위험성을 확인, 국내 농업생산의 중요성이 새롭게 재인식되고 있고 △높아진 한국의 브랜드 가치에 힘입어 국제 농식품 시장에서 한국산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으며, △모든 활동이 재택근무, 자연과 야외 활동 중심으로 전환되는 변화가 나타나 농촌공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저성장시대, 새로운 고용 창출의 장이 될 수 있다는 점 등이 기회 요인으로 분석됐다.

◆정부는 무엇을 할 것인가=이정환 이사장은 우선 기상 이변에 따른 작황 변동과 재해, 그에 따른 가격 불안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농업경영의 위험관리체계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이사장은 “미국의 경우 이미 1930년대에 뉴딜정책의 하나로 농산물의 가격위험을 흡수하는 가격지지제도와 흉작 위험을 관리하는 작물보험제도를 도입했다”면서 “현재 전체 농지의 90%가 작물보험과 수입보험에 가입되어 있고, 농가부담이 거의 없는 기초보험제도인 대재해보험제도가 마련돼 농민들이 흉작과 자연재해의 공포에서 벗어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농업·농촌의 생태·환경 복원을 위한 공익형 직불을 그린 뉴딜의 하나로 추진하자는 제안도 주목된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사상 최대의 위기를 맞은 유럽의 경우 자연 순환구조의 복원을 코로나 사태의 반복을 피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로 인식하고, 뉴딜의 핵심전략으로 농업·농촌의 생태·환경 복원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 

이에 우리도 올해부터 시작된 공익형 직불제도를 단순한 소득보조정책이 아닌 그린뉴딜 사업 차원에서 추진하자는 게 이 이사장의 구상이다. 그는 “코로나 이후의 탈도시, 탈밀집 지향시대에 농촌이 국민의 삶의 질을 지키는 대안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환경과 생태·경관의 보전과 복원기능을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선택적 직불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개발하고, 이행의무를 감시하는 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셋째, 데이터에 의한 정밀농업을 디지털 뉴딜의 하나로 추진해야 한다는 제언도 내놨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농지정보를 디지털화해 재배작물, 생육 상황, 병충해 발생, 작업 내용 및 시기 등을 자동으로 기록하는 시스템을 구축, 필요에 따라 이를 농가, 작업자, 행정이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넷째, 펜데믹으로 인한 일시적 수입차단에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가장 효과적 방법은 비축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일로, 비축은 ICT 기술에 기반한 정부의 감시체계 아래 민간이 최저 재고를 유지하도록 적절한 시설 및 유지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제안했다. 특히, 질병관리본부 등과의 긴밀한 정보공유와 협조체계를 구축해 농식품과 인력의 이동이 차단될 위험을 조기에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농정조직 개편도 강조했다. 코로나 이후의 위험과 기회에 대응하고 공익형 직불 농정에 맞게 통상, 경영위험, 농촌공간, 데이터 농업, 직불제 등을 기획하고 관리하는데 중점을 두도록 조정해야 한다는 것. 농촌진흥청은 물론 농어촌공사, 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기평, 농정원 등에 대해서도 전면적 조정과 개편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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