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한 사이의 대화를 모색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GS&J 북한 동북아연구원은 북한의 관심사 이면서 국제사회의 제재와 충돌을 일으키지 않는 농업분야의 협력을 우선 추진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최근 신정부 농정방향 시리즈 중 하나로 ‘신정부의 남북한 농업협력 방향’이라는 주제로 보고서를 발표하고, 새 정부의 남북한 농업협력 방향 설정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새 정부가 남북한 농업협력 방향을 어떻게 설정하면 좋을지 주요 내용을 정리한다. 

GS&J ‘신정부의 남북한 농업협력 방향’ 보고서
가이드라인 마련·협력사업 실행주체 지원 조정
김정은 정권에 맞춰 새로운 협력사업 발굴해야


▲지속성을 갖자=역대 정부 20여 년 간의 남북협력에 관한 성과를 평가할 때 가장 아쉬운 부분은 지속성이 부족했다. 그동안 남북한 농업협력의 공적원조(ODA) 성과를 OECD/DAC(개발원조위원회)의 5대 지표인 적절성, 효과성, 효율성, 영향력, 지속가능성 등 기준으로 평가할 때 상대적으로 효율성과 지속가능성은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2005년 8월 개최된 제1차 남북농업협력위원회를 통해 합의된 남북한의 농업분야 협력 사업은 지난 10여 년 간 남북한 농업협력의 핵심 추진 방안으로 인식돼 남북한 사이에 반복적으로 협의되었으나 제대로 실행되지도 못한 채 오늘에 이르고 있다. 당시 남북한 사이에 합의한 내용은 ① 협동농장을 통한 시범협력 ② 현대적인 종자생산과 가공ㆍ보관ㆍ처리시설 지원 ③ 유전자원의 교환과 육종 및 재배 기술, 생물농약의 개발과 생산기술, 농작물 생육예보 및 종합적 병해충 관리체계(IPM) 형성, 남측 농업전문가들의 방문 등 농업과학기술 분야의 협력④ 축산, 과수, 채소, 잠업, 특용작물 등의 협력 ⑤ 토지 및 생태환경보호를 위한 양묘장 조성과 산림병해충 방제 등 산림자원 확충을 위한 협력 등 5가지 사항이다.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한은 다양한 형태의 후속 실무회담을 개최하였으나 농업분야의 협의 내용은 제1차 남북농업협력위원회에서 합의한 내용을 벗어나지는 못했다. 따라서 앞으로 남북한 사이에 농업협력을 논의할 경우 지금까지 여러 차례 논의된 의제를 바탕으로 협력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선순위 조정 필요=남북 농업협력 사업이 우후죽순 식으로 추진되지 않도록 속도를 조절하는데 초점을 두고 단계별 전략을 구상해둘 필요가 있다.

우선 농업분야의 협력 사업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모니터링과 평가 절차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협력주체들이 지키도록 지도해야 한다. 중앙정부는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체를 구성하고 사업의 중복과 특정 지역에 대한 집중 지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정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협력사업 실행 주체들이 협력사업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현재 마련된 남북협력기금의 지원 절차와 방법에 대해서도 현실에 맞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남북한의 농업협력 사업을 위해서는 상대방의 수용 가능성을 파악하는 것이 필수적이므로 우리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사업을 추진해서는 성과를 얻기 어렵다. 김정은 정권 출범 6년차를 맞아 남북한 농업협력을 위한 남한과 북한의 상황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에 새로운 상황에 맞는 협력 사업을 발굴해야만 협력의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북한의 경우 식량문제가 상당 정도 완화되었으며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권태진 북한 동북아연구원장은 “김정은 정권의 경제정책 변화 중 가장 주목할 부분은 농업개발구의 지정과 2016년 제7차 당 대회에서 제시된 ‘경제발전 5개년 전략’이다”라면서 “향후 남북한 농업협력 사업은 농업개발구와 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농업분야를 고려해 추진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북한 당국도 지역급 경제개발구의 투자 유치를 위해 다른 지역보다는 우선적으로 인프라 투자를 하는 등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협력주체별 역할 분담=농업분야는 향후 남북관계의 개선을 위해 물꼬를 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협력 주체별로 역할을 분담해서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은 민간협력 사업을 정부가 일일이 간섭하고 통제하는 것이 실익이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특히 인도적 지원 사업에 대해서는 사회단체의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행동할 수 있도록 행동반경을 넓혀 주는 것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남북관계의 확립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인도적 지원, 개발협력, 교역, 경협 등 사업 성격에 따라 협력 추진 속도는 다를 수 있으나 가능한 분야와 방식부터 시도해야 한다. 어떠한 협력이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한 후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지속성과 효과성을 높일 수 있으므로 정부는 환경조성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사업을 재개할 때는 협력의 틀을 굳건히 하되 남북한의 의견이 일치하는 분야를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하면서 순차적으로 확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권태진 원장은 “협력은 상대방이 서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추진할 때 더 나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라면서 “농업분야의 협력 사업은 먼저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최근까지 협의가 이루어졌거나 협력사업이 실행되었던 양돈협력사업과 농촌마을개발, 종자 관련 사업,벼 생산성 증대사업, 채소온실사업 등에 관심을 집중해서 우선 추진해야 한다”라고 분석했다. 

이동광 기자 leed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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