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연(단국대학교)

[한국농어민신문] 

‘농업은 산업적 성장 불가’ 고정관념 깨고
기술혁신으로 변화하는 세상 대응 모색
농업기술은 농업 바꾸고 농민 인생 바꿔 

우리나라와 미국에서 연말과 연시에 농업발전에 대해 서로 대비되는 묘한 상황이 있었다. 12월 28일 우리나라 국회에서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직회부’되는 초유의 사건이 일어났다. 여러 논란이 있지만, 우리나라 농정을 20여년 전 폐지되었던 쌀 수매 정책으로 되돌리려고 하는 모습이다. 한편, 1월 5일 미국에서는 전 세계 전자산업의 미래를 보여주는 CES(소비자 가전 박람회) 개막식이 열렸는데, 핵심 기조발제 주제로 농업분야가 선정되었고, 세계적인 농기계 기업인 존 디어(John Deere) 회장의 연설이 있었다. 자율주행 트랙터를 비롯한 농기계의 발전을 주제로 연설하면서 그는 “기술발전을 통해서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Doing more with less) 앞으로 농업의 발전 방향”이라고 하면서. 농업기술의 발전으로 식량과 환경 문제에 동시에 대응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CES가 세계적인 뉴스거리가 되고, 우리나라에서도 삼성, 현대, LG 등 대기업이 참여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것이 우리 농업과는 거리가 먼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필자가 직접 현장에 참여한 것은 아니지만, 인터넷을 통해서도 획기적인 기술 발전이 농업분야에서도 전개되고 있고 또 이를 세계적으로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 농업의 산업적 성장은 불가능하다는 고정 관념이 있다.

농업발전과 관련해서, 소농이 대부분인 우리나라에서는 농업의 산업적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또한, 선진국에서 사용하는 큰 기계는 우리 토양에 맞지 않는다는 인식도 있다. 실제 실패 사례도 있었다. 최근에는 노동력이 부족해서 농사짓기 힘든데, 산업적 성장은 말도 안 된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결국, 우리의 여건은 선진국과 많이 다르기 때문에 산업적 성장과 규모화를 추진하기보다는 중소농가가 농촌에서 지속적으로 농업생산으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수준에서, 고령농업인의 특성도 고려하면서, 이에 적절한 맞춤형 정부 지원과 보호를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농업을 발전시키는 방향이라고 생각하는 것같다. 만약, 세상이 변하지 않았다면, 즉,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기후위기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우리 농업의 발전 방향은 크게 바뀌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양곡관리법을 굳이 개정하지 않아도 쌀 수매 사업은 정부가 매우 적극적으로 추진했을 것이다. 1970-80년대에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변화하는 세상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농업에서도 기술혁신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세상이다. CES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존 디어의 존 메이(John May) 회장과 기술 담당자들이 했던 이야기는 기후가 변화하고, 가격이 급등락하고, 식생활이 변하고, 인구는 증가하는 데 농업노동력은 부족하고, 농지가 감소하고 있는 현실은, 예전에 많이 투입하고 많이 생산해서 많이 판매하고 소비하는 세상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환경적, 사회적으로 지속가능한 농업발전을 추진하는 것이 당면과제인데, 여기에는 기술혁신을 반영한 농기계의 발전이 핵심적이라는 것이다. 농기계에 인공지능과 스마트 기술이 결합되는 기술개발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농업에서 기술혁신이 필요한 이유가 ‘농지의 감소와 노동력의 감소’ 때문이라는 것이다. 효율적으로 식량을 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점은 선진국과 우리가 동일하게 경험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이제는 우리도 기술을 중심으로 한 농업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기술은 농업을 바꾸고 농민의 인생을 바꾼다.

농업 기술은 단지 식량을 생산하는 것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다. 기후변화에 적응해야 하고, 환경과 생태계의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과거와 같이 많은 비료와 농약을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저투입과 환경친화적인 생산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농업 생산과정에서 환경을 보전하면서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것이 현대적인 기술발전의 방향이다. CES 기조연설 말미에 존 메이 회장이 “기술은 농업을 바꾸고 농민의 인생을 바꾼다”고 하면서 강조한 부분이다. 결국, 한 국가가 지속가능한 농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당연한 말이지만, 농지를 보전하고 농민을 유지하며 기술을 발전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우리가 갖고 있는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탈피하여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농업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예전엔 맞았지만 지금은 틀린 정책과 관념을 바꾸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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