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GS&J 연구위원 지적

[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코로나-전쟁-이상기후 영향 
국제곡물가격 상승세 계속
비상시 따라야할 행동지침 수립
취약계층 사회안전망 확보를

코로나19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국제곡물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 오랫동안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식량 슈퍼사이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세계가 2007/08년과 2011/12년의 식량위기를 다시 겪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비상시를 대비한 장단기 식량안보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농업분야 민간 싱크탱크인 GS&J 인스티튜트가 ‘식량 슈퍼사이클의 진입과 대응’을 주제로 12일 발간한 시선집중 300호 보고서에서 김용택 GS&J 인스티튜트 연구위원은 이같이 주문했다.

 

‘식량 슈퍼사이클’ 시대 오나

2013년부터 하향 안정추세를 이어가던 국제곡물가격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보고서는 ‘식량 슈퍼사이클’ 시대로 진입 가능성이 높다는 근거로 세 가지를 들었다.

첫째,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계속되는 와중에 곡물수출대국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발발, 이미 상승하던 국제곡물가격이 더욱 가파르게 급등하고 있다.

둘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전쟁 지속에 대비한 예비 수요와 가수요가 늘어 수출국의 곡물재고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고, 라니냐에 따른 가뭄으로 남미지역의 곡물 생산량이 급감하고 있다.

셋째, 대규모 식량수입국인 중국을 비롯해 식량수입국의 식량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으며, 물가상승 억제를 위한 긴축적 통화정책으로 금리가 빠르게 인상되고 환율 변동성은 더 커질 전망이다. 국제곡물가격이 급등하고 고유가가 유지되는 상태에서 금융시장의 불안정이 커지면, 국제곡물가격은 예상보다 훨씬 높은 수준까지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식량자급률이 낮아지는 이유

문제는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이 해마다 낮아지고 있다는 점. 보고서는 그 이유로 먼저 주식인 쌀이 ‘과잉’이라 국제곡물가격이 급등해도 어느 정도 견딜 수 있다는 믿음이 크다는 점을 꼽았다. 또 갈수록 소비자 지출액에서 곡물소비 지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지면서 식량가격 상승에 둔감해졌고, 오랜기간 국제곡물 수급여건이 좋았기 때문에 필요할 때 언제라도 낮은 가격으로 수입할 수 있다는 낙관적 인식이 팽배하다는 점도 문제도.

여기에 국제곡물가격은 순환 구조를 보이기 때문에 평소에 고비용의 식량대책을 이행하기보다는 국제곡물가격이 높은 시기에는 높은 물가를 그대로 견디는 것이 보다 경제적이라는 인식이 바닥에 있다는 것이다. 농지 감소 억제나 곡물생산 확대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기 어렵고, 때문에 식량산업에 대한 투자가 적절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장단기 대책 뭐가 있나

김용택 연구위원은 “세계 식량위기는 식량 수급이 빠르게 악화되고 가격상승폭이 큰 것이 특징”이라면서 “비상시를 대비하는 단기대책과 수시점검체계 운영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단기대책으로는 비상시 일반국민들이 따를 수 있는 행동지침을 수립하고,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으로 푸드스탬프 도입을 제안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식량안보'에 필요한 예산 확보, 법적 구속력 강화, 평시 및 비상시 모두 실현 가능한 정책수단 및 세부 대책을 유기적으로 통합하는 종합적인 식량안보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도 이스라엘이나 스위스 등과 같이 안보 대상인 에너지, 자원, 식량 등을 종합적으로 묶어 관리·운영하는 체계를 갖추고, 민간 부문도 국가 안보에 동참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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