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갈 길 먼 농업분야 ‘탄소중립의 길’

[한국농어민신문 이기노 기자] 

 

이덕환 씨가 운남면 간척지 태양광을 가리키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 ‘2050 탄소중립’ 실현은 새 정부의 최우선 농정과제 중 하나다. 기본적으로 농업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필요하지만, 이에 못지 않게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둘러싼 부작용을 하루 빨리 해소하는 것이 매우 시급하다. 문재인 정부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대폭 상향했고, 단기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추진해왔다.

문제는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시설이 농어촌 지역에 난립하면서 투기세력에 의해 농어촌 공동체가 파괴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점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공약에서 탈원전 폐기 공식화와 함께, ‘농산촌 태양광사업 종합가이드라인 수립 후 추진’을 언급했다. 최근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탄소중립 정책을 대대적으로 수정하겠다고 밝힌 상황. 재생에너지를 포함한 농업분야의 탄소중립 정책 대안을 모색했다.

 

 

‘투기판’이 된 농어촌

멀쩡한 농지 염해판정 받고
농토 뒤덮은 ‘검은 태양광’

1년 넘게 반대시위 이덕환 씨
“20년치 한 번에 준다는데 
안 넘길 땅주인 어디 있겠나”
임차농만 삶터에서 쫓겨나 

“자본가들이 농사짓고 있는 땅을 뺏어가 버리니까 농민들이 난리죠. 멀쩡한 농지를 염해라면서 태양광을 짓고 있어요. 평당 1000원 정도하는 임대료를, 태양광 업자들은 6000~9000원까지 준다고 하고, 20년치를 한 번에 준다고 하는데 안 넘길 땅주인이 어디 있겠어요. 부재지주들은 돈만 벌면 되니까, 결국 애꿎은 임차농들만 쫓겨나는 거죠.”

전남 무안군 운남면의 대규모 간척지. 비옥했던 농토를 검은 태양광 패널이 뒤덮고 있다. 이곳에서 1년 넘게 반대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농민 이덕환(68) 씨의 양파밭 바로 옆에도 17만5000평(약 58만㎡) 규모의 태양광 시설이 자리하고 있다. 절대농지였던 이곳은 염해판정을 받은 직후 태양광 시설이 들어섰다.

이덕환 씨는 “간척지는 100년이 지나도 염해가 난다. 땅이 마르면서 물이 올라올 때 소금이 같이 올라오기 때문”이라며 “농사를 지을 때는 물을 계속 대주니까 염해 걱정이 없는데, 괜히 검사를 해서 염해라는 이유로 멀쩡한 절대농지에도 태양광을 짓고 있다. 간척지에 농사를 짓는 농민 60% 이상이 임차농인데, 이들은 생존권을 위협받고 삶터에서 쫓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2019년 농지법이 개정되면서 농업진흥지역인 간척지에 염해 피해가 있을 경우 20여년 동안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 발단이 됐다. 태양광이 설치된 간척지를 20년 후에 논으로 되돌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만, 현재 운남면에는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시설이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다. 오죽하면 한전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전기용량이 초과돼 특고압 변압기를 갖춘 사설 변전소와 송전선로 설치가 추진될 정도다.

이덕환 씨는 “무안의 경우 한전에서 받을 수 있는 전기 용량이 초과되면서 태양광 전기사업 허가를 받고도 약 20% 정도만 한전에 전기를 판매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허가 현황을 보면 지역농민은 1%가 채 안 된다. 태양광 업자들은 매달 은행 빚을 갚고도 수억원의 이득을 보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작 주민들은 참여를 못하고 외부 투기꾼들만 이득을 보고 있다”고 성토했다.

재생에너지로 인해 지역공동체도 파괴되고 있다. 원인은 결국 ‘돈’이다. 이 씨는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들어선 마을은 찬성파와 반대파로 쪼개져 버린다”면서 “흔히 땅을 많이 가지고 있거나 업자로부터 받아먹은 쪽은 찬성이고, 땅이 없거나 보상을 못 받은 쪽은 반대”라고 씁쓸해 했다.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하다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에너지 전환’ 중요한 수단
재생에너지 확대 열 올리며
생태계·마을공동체 파괴 문제
‘에너지 자립’ 노력 우선돼야

지구 온난화로 인해 폭염과 폭설, 산불 등 이상기후 현상이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고, 우리나라도 최근 30년 사이 평균 온도가 1.4℃ 상승하며 온난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처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확대는 불가피하고,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있어서 ‘에너지 전환’은 가장 중요한 감축 수단이다.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 따르면 석탄발전의 축소와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을 통해 2018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을 269.6백만톤에서 2030년에는 149.9백만톤으로 44.4%를 감축하기로 했다. 정부는 2020년 기준 6.6%를 차지하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을 2050년까지 60.9%~70.8%까지 확대하는 목표를 갖고 있다. 농수축산 부문의 경우 2018년 2470만톤에서 2030년 1830만톤으로 640만톤(25.9%)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갖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에너지 전환’이 탄소중립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문제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생태계와 마을공동체를 파괴하는 등 정의롭지 않다는 점에 있다. 정학철 농어촌파괴형 에너지 반대 전국연대회의 위원장은 “재생에너지 사업을 위해 이장들에게 금품을 살포하고, 15년 전에 사망한 사람이 부활해 발전사업에 찬성하는 서명을 하고, 집에서 300m도 떨어지지 않는 곳에 풍력발전 시설 공사가 시작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농어촌에 들어서는 풍력, 태양광 발전시설은 기업의 탐욕만 채우면서 주민의 삶을 파괴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개발이라는 명분을 앞세우고 있지만 자본과 기업의 돈벌이 수단으로 변질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부작용은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속도에만 열을 올리고, 대안을 찾는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정학철 위원장은 “국내 전기 소비 1위 기업인 현대제철은 전기를 이용해 용광로에서 철을 녹여 제품을 생산하는데, 지붕에 태양광 패널이 한 장도 보이지 않는다”며 “이유는 전기요금이 너무 싸기 때문에 굳이 재생에너지 생산에 투자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국가 전체 전력소비량의 87%를 차지하는 기업들에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의무화하고, 재생에너지 자립률에 따라 전기요금 단가를 차등 적용한다면 전국의 공장과 건물 위는 태양광 패널로 가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에너지 자립을 위한 노력을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 위원장은 “에너지는 이동 거리가 짧을수록 환경파괴와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에너지의 생산과 소비가 근접해야 효율성이 좋고, 전환 과정을 축소할 수 있으며, 유휴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면서 “기업과 수도권은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농어촌지역을 파괴하는 방식과 돈벌이 수단이 된 에너지 정책을 바꾸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정 위원장은 “지역주민들이 재생에너지의 일차적 향유권을 보장받아야 하고, 동시에 재생에너지에 대한 발전권을 대기업 등 자본이 독점하는 일이 없도록 사업 초기부터 지역단위 공영화 조치로 국가의 기간산업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전문가 제언/김연중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사
“외지인·사업자 주도 태양광 탈피, 주민 참여형 변화를” 

전력 수요·공급 종합적 고려한
태양광 사업 추진계획 시급
농축수산 온실가스 배출 연구를

새 정부가 출범하면 탈원전 탈피 등 탄소중립 정책의 일부 변화가 예상되지만, 큰 틀에서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추진 중인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전력의 생산 측면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호남지역 등을 중심으로 농촌 태양광 시설이 확대 보급되고 있고, 전기 생산과 수요처를 연계해주는 계통연계 시설의 불균형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대규모 전력 수요처가 없는 호남, 제주 지역은 전력 계통연계가 포화 상태에 달했으며, 이로 인해 농촌 태양광 설치 신청 후 전력 계통연계 확보에 5년까지 걸리는 상황이다. 따라서 전력의 수요와 공급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태양광 사업 세부 추진계획 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부재지주가 수익성을 위해 태양광 사업을 추진하면서 농지 임대차 계약을 해지, 임차농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고 주민들의 반감도 높은 실정이다. 외지인·사업자 주도의 농촌 태양광 사업에서 탈피해 주민 참여형 사업을 통한 이익 공유 활성화가 요구된다.

농축수산 부문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과 관련된 연구가 시급하다. 토양의 탄소 흡수능력은 인정받지 못하고 있고, 벼농사와 가축사육 등으로 온실가스를 얼마나 배출하는지 정확한 연구가 안 돼 있다. 이러한 비에너지 분야 외에도 농축수산 부문의 에너지 사용과 관련해서도 정확히 얼마만큼의 온실가스가 배출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제시한 배출량이 있지만 어떤 식으로 계산된 건지는 알 길이 없다. 따라서 2050년까지 농축수산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선 국가 승인 통계를 하루 빨리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경유와 등유 등 에너지원별로, 트랙터와 콤바인, 이앙기 등 어디에 무슨 작업에 얼마만큼 사용되는지 표본 설계가 나와야 전기로 바꾸면 온실가스를 얼마나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재는 전기 트랙터로 바꾼다고 해서 온실가스가 얼마나 줄어드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농식품부가 탄소중립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라도 이러한 기초적인 통계가 필수적인데, 현재는 주먹구구식으로 추진되는 측면이 있다. 새 정부에선 기초적인 통계자료부터 꼼꼼하게 준비해서, 2050년 탄소중립을 이뤄내야 한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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