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담합 규정 ‘후폭풍’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16일 내놓은 보도자료 제목은 ‘치킨에 사용되는 육계 신선육 가격·출고량 등 담합 제재’였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국민이 좋아하는 대표 음식인 ‘치킨’을 달고 나온 이 보도자료 후폭풍은 상당히 거셌다. ‘12년간의 치킨값 담합이 2만원짜리 치킨 낳았다’ 등 대다수 언론에선 치킨값 인상의 주범으로 육계업계를 지목했고, 관련 비판 댓글까지 더해져 육계업계는 마치 공공의 적이 된 마냥 여론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런데 ‘농업계는 수급조절’, ‘공정위는 담합’이라고 본 이 동상이몽 현상이 정말 치킨값 상승을 불러왔을까. 
 

왜 연관도 없는 치킨값 상승을 끌어들이나 

물가인상 죄인 취급했지만
생계 마리당 가격은 내리막
2011년 2157→2021년 1911원
“프랜차이즈에 면죄부만 줘”

16일 공정위 담합 발표 이후 나온 언론 보도는 ‘치킨값 인상 주범=육계업체’로 맞춰졌다. ‘치킨값 왜 비싼가 했더니…닭고기업체 12년간 담합’, ‘12년 치킨값 담합이 2만원짜리 치킨 낳았다’, ‘이러니 치킨값 비싸지’ 등 농업전문지를 제외한 대다수 언론에선 치킨값 인상, 다시 말해 국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먹거리 물가 인상의 주범으로 육계업계를 지목했다. 

하지만 이는 지난 10년간의 치킨가격과 생계 시세를 보면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육계업계는 강조한다. 오히려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에 면죄부를 준 꼴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 한국육계협회 가격조사표 등에 따르면 2011년 평균 1만6000원이었던 치킨값은 한 번도 하락한 적 없이 2014년 1만8000원, 2021년엔 2만원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이 기간 생계 마리 당 시세는 2011년 2157원, 2012년 2057원, 2013년 2167원, 2014년 1965원, 2015년 1883원, 2016년 1800원, 2017년 1894원, 2018년 1785원, 2019년 1717원, 2020년 1606원, 2021년 1911원 등 큰 변화 없이 오히려 내림세를 보인 사례가 더 잦았다. 

대다수 언론에서 지목한 치킨값 상승은 육계업계의 손을 떠나고 난 이후 벌어진 현상이었던 것이다. 최저 임금 및 평균배달 수수료 상승, 프랜차이즈 업체의 영업 이익률 등은 쳐다보지도 않고 오직 육계업계가 담합해 치킨값을 인상했다고 한 건, 특히 공정위가 굳이 모든 육계가 치킨에 사용되는 것처럼 ‘치킨에 사용되는 육계’라고 제목을 뽑으며 보도자료를 배포한 건 일반 소비자의 최접점에 있는 ‘치킨’을 통해 여론을 자극, 공정위 결론의 정당성을 확보하려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육계업계 패닉 속 산업 붕괴와 수급조절 행위 위축 우려도

일부 육계업체 도산 위기 
수입닭 국내시장 잠식 우려
농축산물 수급조절 악재 전망

한국육계협회 회원사인 13개 사업자의 지난 2011~2020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0.3%였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4개 상장사는 0.0002%에 그쳤다. 이런 현실 속 이번 제제로 막대한 과징금을 감내할 수 없어 업체들이 도산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육계업계는 하소연한다. 

업체의 낮은 영업이익률은 사육 농가 소득과 닭고기 가격 안정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지난 10여년간 닭고기 소비자가격은 다른 품목이나 일반 소비재와 비교할 수 없는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갔고, 이 기간 계열화 사육농가 소득은 2011년 1억5500만원에서 2021년엔 2억3000만원으로 상승했다. 이번 담합 건으로 인해 업체를 넘어 생산자와 소비자에게까지 피해가 이어질 것으로 우려되는 대목이다. 특히 소수 대형업체들의 시장지배력이 커지는 한편 수입 닭고기가 국내 시장을 잠식해 닭고기산업이 붕괴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육계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닭고기 소비자 가격을 한번 봐라. 닭고기만큼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된 품목이나 소비재가 뭐가 있느냐”고 항변했다. 

공정위는 이번 발표에서 정부의 행정지도는 인정했다. 하지만 정부의 행정지도가 일부 개입됐다 하더라도 근거법령이 없거나 심의 과정에서 근거법령이라 제시된 법률들(축산법, 축산자조금의 조성 및 운영에 관한 법률 등)은 이 사건 공동행위를 허용해 주는 법령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며 이를 외면했다. 그러면서 행정지도를 받은 육계업계에만 강력한 제재를 내렸다. 또한 육계산업이 계열화가 정착돼 타 농축산업과 다른 점이 있다 치더라도 향후 농축산물 수급조절 행위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실제 이런 우려 속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회를 비롯한 농업계가 닭고기 수급조절 행위였음을 강하게 공정위에 제기<▶본보 2월 25일자 1면 참조>한 것도 앞으로의 농축산물 수급행위 위축과 이에 따른 생산자·소비지 피해에 대한 부분까지 담겨 있었다.

육계업계 관계자는 “우리가 마치 밀실에서 은밀하게 담합을 추진한 부도덕한 사업자들인 것처럼 표현하는데, 농식품부 관계자도 참관했고 농업전문지 등 언론을 통해서도 수시로 수급조절 내용이 보도됐다”며 “농축산물의 생태를 이해하지 못한 몰지각한 담합 규정으로 인해 닭고기산업은 붕괴 위기까지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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