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농지농용 원칙에서는 농지 소유 자격에 대한 제한이 없으므로 농지 소유와 임대차가 자유이며, 오직 농지를 농업생산에 이용해야 한다는 농지 이용에 대한 규제가 있을 뿐이다.

ㅣ 박석두 / GS&J 인스티튜트 연구위원

이 칼럼의 2회째(▶2020년 9월 22일자 14면)에서 현행 헌법 제121조에 규정된 경자유전 원칙은 폐기하면 안 된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이 원칙을 헌법에서 삭제할 경우 농지법의 농업인과 농업법인만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한 농지 소유 자격 제한 규정과 농업진흥지역 제도 등 농지보전에 관한 규제를 폐지 또는 완화하라는 요구가 강해질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런데 여기서는 경자유전 원칙을 농지농용 원칙으로 바꾸자는 주장을 내놓는다.

경자유전이란 경작자 농민이 농지의 소유권을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곧 농지를 농업생산에 이용하는 것을 내포한다. 농지의 소유자가 농지를 농업생산에 이용하지 않는다면 그는 농업인이 아니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헌법의 경자유전 원칙은 경작자만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는 농지 소유 자격에 대한 제한일 뿐만 아니라 농지를 농업생산에만 이용할 수 있다는 농지 이용에 대한 규제이기도 하다. 즉, 경자유전 원칙은 경작자가 농지의 소유권과 이용권을 갖고 농지를 농업생산에 이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

농지농용이란 농지를 농업생산에 이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여기에는 농지의 소유권은 포함되지 않고 단지 이용권만 있을 뿐이다. 즉, 농지의 소유자가 누구이든 상관없이 농지를 농업생산에 이용하고, 농업생산 이외의 용도로 전용하지 않으면 된다. 농지농용 원칙에서는 농지 소유 자격에 대한 제한이 없으므로 농지 소유와 임대차가 자유이며, 오직 농지를 농업생산에 이용해야 한다는 농지 이용에 대한 규제가 있을 뿐이다. 

농지개혁 이전 1945년 12월에 전체 농지의 65%가 소작지였으며, 전체 농가의 86%(순소작농 50%)가 소작농이었다. 절대다수를 차지하였던 소작농은 농지의 소유권이 없었을 뿐 아니라 이용권, 즉 경작권도 확보하지 못하여 지주들은 마음대로 소작지를 빼앗아 옮기고 고율의 소작료를 부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시기에 농지는 농업생산에 이용되고 지주는 그 생산물을 소작료로 취득하는 데 골몰하였다. 농지를 둘러싼 대립 관계는 지주와 소작인 간에 농업생산물을 더 많이 획득하려고 하는 데서 벌어지는 농업 부문 내의 계급대립이었다. 농지개혁은 농지에 대한 소유권을 지주로부터 소작인에게 강제로 이전한 개혁 조치였다. 이로써 경자유전이 확립되어 경작자 농민들은 농지에 대한 소유권과 이용권을 갖고 농지를 농업생산에 이용하게 되었다.   

1950년 농지개혁이 실시된 직후 소작지는 전체 농지의 10% 미만, 순소작 농가는 전체 농가의 4% 미만이었다. 이후 헌법은 계속 소작제도 금지를 규정하였으나 1994년에야 농지법이 제정되는 등 자작농체제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법제도가 갖춰지지 못하는 동안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와 농지 임대차는 계속 확대되었다. 이리하여 2019년에 임차농지는 전체 농지의 47.2%, 임차농가는 전체 농가의 51.4%에 달하였다. 농지개혁 이전과 비교하면, 비농업인은 농업생산물 취득이 아니라 농지가격 상승에 의한 지가차익과 자산소득을 획득할 목적으로 농지 소유를 확대하였다는 데 차이가 있다. 도시와 산업 부문의 농지전용이 계속 확대됨으로써 농지 면적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농지의 거래가격은 농지전용에 대한 기대로 인해 농업수익에 의해 형성되는 수익지가를 크게 웃도는 절대적 고지가를 나타냈다.

이리하여 농지면적은 1975년의 224만ha에서 2018년에 159만6000ha로 64만4000ha가 감소하였는데, 같은 기간 농지전용 면적은 총 46만6286ha로 72%를 차지하였다. 농지전용에 의해 농지의 소유권과 이용권이 농업 부문에서 비농업 부문으로 이동한 셈이다. 이로써 농지를 둘러싼 대립관계는 농업 부문과 비농업 부문 간에 농지를 획득하려고 벌이는 부문대립으로 바뀌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농지의 소유권이 없는 임차농은 이용권, 즉 경작권도 확보하지 못한 형편에 놓여 있다.

현재 농가의 95% 이상이 영농후계자를 확보하지 못한 실정이며, 70세 이상 고령자의 소유농지 면적이 전체 토지대장 농지면적 160만ha의 29.5%를 차지하는 실정이다. 현재 농가의 고령화율과 영농후계자 확보율을 고려하면 약 15년 후 전체 농지의 84%가 비농업인 소유농지일 것으로 추정된다. 헌법의 경자유전 원칙은 현실에서 무너졌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이다. 반면, 농지전용은 2014∼2018년의 5년간 연평균 1만4000ha를 나타냈는데, 이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농지전용은 지난 6회차 칼럼에서 지적하였듯이 농지면적 감소의 주범이자 농지가격 상승의 원흉이며, 비농업인 농지 소유 확대의 근본 원인이다. 농지전용과 비농업인의 농지소유 확대에 의해 농업부문과 경작자 농민들은 농지의 소유권과 이용권을 점점 상실해가고 있다. 

규정력을 잃은 경자유전 원칙 대신 농지농용을 농지제도의 원칙으로 정립하게 되면 다음과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먼저, 농지를 농업생산에만 이용하도록 농지전용을 엄격히 규제함으로써 농지면적 감소를 줄일 수 있다. 농지전용이 농지면적 감소의 주된 원인이기 때문이다. 또한, 농지가격 상승과 비농업인의 농지소유 확대를 억제할 수 있다. 농지전용에 대한 기대가 농지가격 상승을 야기하고, 이에 따른 지가차익을 획득하려고 비농업인이 농지를 소유하기 때문이다. 다음, 경작자 농민들의 농지 이용권을 확보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농지 소유권 확대로 발전할 수 있다. 농지를 농업생산에만 이용하게 되면 그 이용자는 경작자 농민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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