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사업구조 개편, 진단과 과제 <하> 진정한 100년 농협 과제는

[한국농어민신문 이병성 기자]

농협중앙회와 농협경제지주가 ‘농협 올바른 농축산물 유통혁신’을 통해 사업부문별로 마련한 사업계획이 2021~2025년까지 추진하는 농협 경제사업 활성화 계획이 밑바탕이 됐다. 그러나 기존 사업의 연장선이라며 전폭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성희 제24대 농협중앙회장은 지난 2020년 1월 31일 회장에 당선된 직후 취임사에서 “100년 후에도 농협다운 농협을 만들어 가자”고 밝혔다. 이후 이성희 회장은 여러 공식 석상에서 ‘함께하는 100년 농협’을 강조해 왔고, 2021~2025년 5년 동안 추진할 경제사업 활성화 계획을 잡고 있다. 하지만 이번 경제사업 활성화 계획이 또다시 물거품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농협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100년 농협’ 출발점이라는 제언이 나온다.


◆경제사업 활성화 사업 재구축 배경

이성희 회장 핵심 공약, 유통개혁이 밑바탕

‘올바른 유통위원회’ 통해 
유통혁신 4대 전략 확정
‘경제사업 계획’에 활용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은 제24대 농협회장 선거운동을 하면서 ‘100년 후에도 농협다운 농협을 만들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당시 5개 분야 25개 과제로 짜여진 ‘5·25공약’을 내걸어 2020년 1월 31일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210만명의 농민 조합원, 1118개 지역농축협을 대표하는 농협중앙회장에 당선됐다. 또한 취임사를 통해 농협의 정체성 확립과 농협의 농축산물유통 구조 개혁, 미래에도 농협다운 농협 등 농협중앙회가 추구해 나갈 방향을 천명한 바 있다.

취임 직후 이성희 회장은 핵심 공약인 농축산물 유통개혁에 나서겠다며 2020년 4월 23일 ‘농협 올바른 유통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위원회 출범식에서 이성희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2015년 수립된 농협 중장기 발전계획을 되짚어 보며 5년이 지난 2020년 모든 부문에서 실적이 미달하고 있다며 자책한 바 있다. 그러면서 가장 먼저 해결할 과제로 농축산물 유통구조 개혁을 강조했다.  

이에 농축협 조합장과 학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올바른 유통위원회가 농축산물 생산에서부터 도소매, 그리고 식품사업에 이르는 모든 단계에 걸친 현황 점검과 개혁방안을 마련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또한 유통위원회는 7개월에 걸친 활동 끝에 △스마트한 농축산물 생산ㆍ유통 환경 조성 △도매사업 중심으로 산지와 소비지 농산물 유통체계 혁신 △도소매사업을 오프라인 중심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전환  △협동조합 정체성에 부합하는 농축산물 판매확대 등 유통혁신 4대 추진 전략을 확정했다. 이는 2021~2025년 농협 경제사업 활성화 계획을 수립하는 밑바탕이 됐다.


◆경제사업 계획 보완 제기

2021~2025년 추진 2차 계획
기존 방식 유사 ‘나열식 수립’
“실현 가능성 의심” 우려 목소리
‘확실한 목표·성과 책임’ 요구도

 

2012년 농협 사업구조 개편으로 설립된 농협경제지주는 농축산물을 잘 판매하는 이른바 ‘경제사업 활성화 추진계획’을 매년 시행해야 한다. 농협법 161조6 조항에 의거해 의무적으로 부여된 임무다. 이에 따라 2012~2020년 1차 사업계획에 이어 2021~2025년 5년 동안 추진할 사업계획을 세워 놓은 상황이다.

하지만 농협의 경제사업 활성화 2차 계획이 또다시 실패 평가를 받고 있는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본보가 다각도로 취재한 자료를 종합한 결과 2025년까지 추진할 경제사업 활성화 사업은 산지부문, 도매부문, 소매·식품부문, 축산유통 등 각 사업부별 투자계획이 기존 방식과 유사하게 나열식으로 수립된 것으로 확인됐다. 2025년 목표도 ‘산지유통 점유비 71%, 책임판매비율 43%, 소비지 점유비 15%’ 등으로 잡은 상태다. 2019년 기준 농협은 산지유통 점유비 57%, 책임판매비율 30%, 소비지 점유비 14% 등이었다.

이와 관련 서용석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부총장은 “1차 경제사업 활성화 사업의 평가는 너무 저조하고 매우 실망스러웠다. 더 큰 문제는 추가 계획 또한 현재 농협경제지주 여건에서 실현가능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 경제지주의 구조를 시대의 흐름에 맞게 혁신적 개편과 함께 중앙회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 소관 부처인 농식품부 또한 철저한 검증을 통하여 관련된 제도 및 예산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양승룡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본보 특별기고(2020년 1월 12일자 2면)에서 “농업협동조합의 본질인 경제사업을 활성화하는 사업은 2021년부터 5년간 연장되고 투자계획이 수립되었다. 그러나 지난 사업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실패 원인에 대한 분석 없이는 소기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추가 사업계획도 지난 사업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비전과 중장기목표, 세부추진 방식 등이 입체적으로 구성되지 못한 채 여전한 나열식 사업계획에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지난 사업처럼 무의미한 숫자 중심의 목표가 아닌 조합원 편익과 농업소득이라는 확실하고 단순한 목표를 설정하여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사업으로 디자인할 필요가 있다. 사업실명제와 사업결과에 대한 보다 분명하고 엄정한 성과 책임제 도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농협경제사업활성화 위원인 양승룡 교수는 이 기고에서 매년 2회 진행된 자문회의에 참석하는 위원의 한계도 언급했다.


◆이사회 역량 키우고 제역할 해야

경제지주 이사의 절반 이상
농협중앙회 이사가 겸직
하향식 의사결정 등 우려
이사회 임무·역할 제대로 해야


농협중앙회와 농협경제지주 이사회의 전문성과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도 제기된다. 협동조합은 이사회 중심의 지배구조를 원칙으로 하고 있고, 이성희 농협중앙회장도 선거공약에서 이사회 강화를 강조한 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행 농협중앙회와 농협경제지주, 자회사 등으로 이어지는 이사회 운영에 대해 심층적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실상 하향식 의사결정 체계로 인해 농협중앙회 이사회가 농협경제지주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부정적 측면도 제기된다.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농특위) 좋은농협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농협경제지주 이사의 절반 이상을 농협중앙회 이사가 겸직하고 있으며, 농협경제지주의 주요 투자 계획은 중앙회 이사회의 의결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경제지주의 사업 전문성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사회는 물론 각 이사들이 전문성과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협동조합을 전문 연구해온 박성재 GS&J 시니어이코노미스트(전 농촌경제연구원 박사)는 “농협중앙회와 경제지주 등이 거대하고 복잡한 경영구조로 커졌기 때문에 농민 조합원과 조합장들은 경영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며 “따라서 이사회와 이사들이 자신의 임무와 역할을 명확히 인지하고 전문성과 역량을 키워 각종 경영현안에 대해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농촌·도시 농협의 경제사업 대책 절실 

판매사업 이용 조합원 25.7% 뿐
참여 높이는 방안 강구해야
도시농협 경제사업 확대 시급


농협중앙회의 회원조합들은 사업구조 개편과 경제사업 활성화의 기반이면서 손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들의 경제사업 현실은 어떨까. 우선 농촌지역 농축협을 보면 전반적으로 조합원 고령화와 감소가 예측되면서 판매사업을 이용하는 조합원 비율이 25.7%에 그친다.

2020년 농협 국정감사에서 어기구 더불어민주당(충남 당진) 의원은 “2019년 기준 농협 전체 조합원 210만 명 중 판매사업을 이용한 조합원은 54만여명으로 25.7% 가량에 불과했다”며 “판매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전국의 많은 농축협 조합원들이 농협이 아닌 산지 유통상인 등을 통해 출하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때문에 판매사업에 대한 조합원들의 참여를 높이는 방안이 강구되지 않는 한 매년 산지 점유율과 책임판매 비율을 높이겠다는 경제사업 활성화 계획이 또다시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 같은 문제점에 대해 양승룡 교수는 “전국 권역과 지역별 농축협 특성을 살린 차별화된 육성 방안을 세워 지역조합을 어떻게 재편할 것인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도시농협의 경제사업을 대폭 확대하는 제도적 방안도 절실하게 요구된다. 인구 30만 이상 도시에 본점 소재지를 두고, 총자산 5000억 원 이상이면 도시농협으로 분류한다. 도시농협은 또 2016년 132개소에서 2019년 156개소로 늘었다. 그러나 도시농협은 농산물 판매 등 경제사업 비중이 신용사업보다 저조해 신용조합화 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 농협 내부자료에 따르면 도시농협별로 설정된 경제사업 추진지표에서 2019년 기준 156개소 중에서 76개소가 미달해 경제사업 규모를 대폭 키워야 하는 상황이다.

박성재 박사는 “도시농협은 농민조합원이 조합설립 기준보다 감소해 제도와 규정에 맞지 않을 수 있다”며 “농민 없는 농협에 대한 대응방안이 필요하고 도시농협에 대한 문제를 더욱 공론화해서 다뤄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병성 기자 leeb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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