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외국인 노동자 기숙사 정책에
농업계 재검토 여론 고조
청와대 청원글 잇따라 올라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외국인 근로자 숙소’ 관련 청원글.

“농촌의 현실은 아랑곳없이 농민들을 자기 이익만 챙기는 악마같은 존재로 만들어 비난하는 댓글이 연일 달리는 걸보면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지난해 포천 외국인 노동자 사망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유예기간도 없이 올해 1월1일부터 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 등을 숙소로 제공하는 사업장에 대해 외국인 노동자 고용을 불허하기로 한 가운데, 당장의 대책 마련이 어려운 농민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속을 끓이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외국인 노동자 기숙사 정책을 재검토해 달라”는 내용의 청원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2017년 귀농해 경남 밀양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청년농업인 부부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청원인은 지난해 12월 30일 “외국인 노동자 기숙사 정책을 철회하여 주십시오”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청원인은 “저희는 현재 외국인 1인 1컨테이너를 사용 중이고 컨테이너 외부에는 방한과 단열을 위한 시설을 추가로 해놓았으며, 에어컨, 전기판넬, 온풍기 설치가 다 되어 있고 온수시설과 샤워시설이 완비되어 있다”면서 “최근 외국인 노동자가 컨테이너에서 사망했다는 기사를 접하고 저도 마음이 너무 아팠지만 기사화된 상황이 극히 일부”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 방침을 따르려면 본인 같은 임대농의 경우 토지 소유주에게 건축물 허가를 할 수 있도록 양해를 구해야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기숙사 짓는 비용은 오롯이 농민이 부담해야 하는데 농민의 1년 수익을 알고 있는지, 그것도 유예기간 없이 갑자기 2월까지 기숙사 건물을 마련하라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물었다.

그는 “외국인 노동자들 없이는 실질적으로 경작을 지속하기 어렵기 때문에 외국인 노동자들의 불만이 없도록 우리가 해결해 줄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작업환경이나 주거환경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면서 “고용노동부가 외국인 노동자와 주기적인 피드백을 가지고 사실여부를 확인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해야지, 앞뒤 따지지도 않고 이슈화된 사건을 빌어 현실성 없는 대책을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해당 청원글은 1월 15일 11시 현재 5714명의 동의를 얻었다.

대부분 임차농인 상황에서
토지소유주 건축물 양해 어렵고
기숙사 건립 비용 마련도 불가
유예기간도 없이 강행 분통


12일 “외국인노동자 숙소 관련한 개정법 다시 한 번 검토해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을 올린 경기도내 한 농가도 “외국인 근로자들의 생활환경도 쾌적하고 안전하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저도 외국인 노동자를 위해 제 농지에 5000만원을 투자, 불법인 줄 알지만 어쩔 수 없이 콘크리트로 기초를 하고 조립식 판넬 100T와 바닥 난방, 에어컨. 화장실 및 생활 환경의 최적화를 위해 투자했다”고 밝혔다.

그는 “농지법상 건축물 규제 완화나 정화조 및 환경규제 완화 등 관련 법에 얽혀 있는 문제들을 하나씩 열어줘야 농가들도 차근히 적법하게 대응할 수 있다”면서 “외국인 노동자들도 숙소 환경을 보고 자신들의 일터를 선택하는 시대에 몇몇 농가들의 형태만 보고 문제점을 잘못 파악하지 말아 달라. 현실을 보시고 현실에 맞는 규제와 법령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 한국농축산연합회(회장 임영호)는 14일 성명을 내고 “지자체와 함께 외국인 노동자들이 실제 거주하고 있는 기존 주거 목적의 건축물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가 우선돼야 한다”며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시설의 경우에는 바로 개선을 유도하고, 기준에 부합하는 시설에 대해서는 1년 가량의 유예기간을 설정해 대안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방향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촉구했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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