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구 제20대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

[한국농어민신문 이동광 기자]

농업 이끌 젊은 인력 필수
시군단위 청년위원회 결성해
현장감 있는 농권운동 전개

지난해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제20대 회장직에 당선된 이학구 신임 회장이 본격적인 농민단체 대표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경남 진주에서 지금도 배 농사를 짓고 있는 이 회장은 뼈 속까지 농업인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농권운동에 전념해 왔다.

농업을 천직으로 여기며 살고 있는 그가 한농연중앙회장을 맡으면서 그의 어깨에 지워진 책임감은 더욱 무겁게 다가가고 있다. 지금의 농업은 정부의 주요 정책 이슈에서 밀려나고 농산물 가격마저 급락하면서 농업인들이 벼랑 끝에 내몰렸다는 위기감에 봉착해 있기 때문이다. 새해를 맞이하는 이학구 신임회장의 각오를 들어봤다.
 

-어려운 시기에 회장을 맡으셨는데 당선 소감은?

“먼저 전국 각지에 계신 14만 한농연 회원 여러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급변하는 농업 내·외부적 환경변화에 대응해 한농연 조직을 더욱 견고히 하고, 나아가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대한민국 농업·농촌을 위해 역할과 소임을 다하라는 한농연 회원 여러분들의 염원을 마음속 깊이 되새기고 있습니다.”
 

-선거공약으로 젊은 후배들의 활동 참여를 위해 ‘청년위원회’를 시·군 단위까지 결성하겠다고 제시하셨습니다.

“농업·농촌의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영농인구 감소, 농어촌지역 삶의 질 인프라 부재 등의 농촌 사회적 문제를 넘어 지역 소멸, 식량안보 위협을 포함한 심각한 국가적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이에 건강한 농촌사회 재구성과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농촌 현장의 중심에 ‘정예화 된 젊은 청년’들이 함께해야 합니다.

농촌 현장에서 차세대 농업을 이끌어 나가는 젊은 청년들이 바라보는 미래 농업과 농촌에 대한 시각, 그리고 영농 현장에서의 애로와 문제점, 더 나아가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들이 주장하는 목소리가 정부와 국회에 균형 있게 전달되어야 합니다.

한농연은 오래전부터 후계농업인력 육성 정책의 법적․제도적 토대를 만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왔습니다. 그 결과 20대 국회 회기가 종료되기 직전 ‘후계농어업인 및 청년농어업인 육성·지원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기에 이르렀고, 올 5월부터 시행될 예정 입니다. 후계농과 청년농 육성·지원에 대한 명확한 법적·제도적 근거를 바탕으로 농업․농촌의 고질적 문제들을 해결하고 미래를 선도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 입니다.

그래서 청년위원회를 시·군 연합회 단위까지 결성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것입니다. 중년의 묵직함과 청년의 패기가 조화된 이후의 한농연의 모습을 상상하면 마음이 뜨거워짐을 느낍니다. 농업을 영위하고 있는 모든 연령대의 농업인들이 각각의 위치에서 판단하고 생각하는 것들을 지혜롭게 모아내 더욱 현장감 있고 똑 부러지는 농권운동을 전개해 나가겠습니다.”

실질적 금융지원책 마련
안정적 영농활동 보장
유통비용 절감 거래 활성화
농작물재해보험 현실화 등
농업분야 지원대책 촉구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인력 수급 및 친환경 농산물 소비 감소 등 농업 분야에도 지속적인 피해가 발생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농업분야 피해도 점차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휴교로 인한 학교급식의 중단, 대다수 행사의 전면적 취소, 외식 소비 부진, 명절 등 폭발적 출하기 수요 감소 등으로 국산 농축수산물의 소비가 심각하게 위축되었습니다.

인력난 문제는 더욱 심각합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 입국 연기와 함께 지역 간 이동에 따른 감염 우려가 고조되면서 국내 인력을 수급하는 데에도 많은 제한이 따르고 있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마을회관, 경로당, 어린이집 등의 폐쇄로 인해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돌봄 공백이 발생하는 등 도시에 비해 가뜩이나 열악한 삶의 질 여건이 점차 후퇴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더욱이 작년 같은 경우는 코로나 장기화 국면에 냉해 피해, 역대 최장기간의 장마, 기록적 폭우 등 유례없는 이상기후까지 겹치면서 농업인에게는 정말 재앙 같은 한 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폭염에 따른 병해충 피해와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복구인력 부족으로 유실된 농경지와 파손된 생활 터전이 오랜 기간 방치되는 안타까운 일도 많았습니다.

이러한 심각한 상황에 입각해 한농연은 코로나바이러스와 이상기후에 따른 농업·농촌분야의 실질적인 피해 대책 마련을 지속 촉구해 왔습니다. ‘4대 핵심 기조 및 10대 요구사항’으로 구성된 한농연 요구사항을 공론화하고 4차례에 걸쳐 진행된 추경 과정에서 농업인의 정당한 요구를 피력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 사안에 대한 농업분야 대책은 미흡하기만 합니다. 앞으로도 한농연은 △농가 경영불안 해소를 위한 실질적 금융 지원책 마련 △안정적 영농활동 보장을 통한 농가 경영안정 도모 △유통비용 절감을 통한 국산 농산물 거래 활성화 △농촌 취약계층 건강 복지 증진을 위한 각종 지원 확대 △청탁금지법 상 농축수산물 선물가액 상한액 일시 상향 등의 코로나 피해 대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농업용수의 독자적․운영 관리 체계 보장 △농어업재해대책법 개정을 통한 재해대책 현실화 △농작물재해보험 현실화 등의 재해 대책 마련을 강력히 촉구해 전염병과 이상기후로부터 농업인의 권익을 보호하는 데 총력을 다하겠습니다.”


-매년 정부 예산 편성 과정에서 농업분야를 홀대한다는 농업인들의 불만이 상당합니다.

“올해 국가전체예산 규모는 약 556조원에 달합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매년 7%대 이상의 예산 증액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반면 농업예산은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농업예산이 국가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낮아지다 역사상 최초로 3% 비중마저 붕괴되었습니다.

농업예산의 증감 여부는 단편적으로 대통령과 현 정부의 농업에 대한 관심을 나타내는 주요한 지표가 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봤을 때 예산 편성을 위한 지난 해 네 차례의 추경 과정에서도, 그리고 확정된 정부 예산안 속에서도 농업예산은 무관심 그 자체였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특별히 최근의 코로나 사태를 통해 농업·농촌의 다원적 가치가 재조명되고 식량안보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포스트코로나 시대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위해서는 농업예산의 대폭적인 확충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농업·농촌의 가치 확산과 진정한 의미의 농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국가전체예산에서 농업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4%까지 확대될 수 있도록 조직적 역량을 다 하겠습니다.”

‘융합의 용광로’로 화합·단결
한농연 조직 혁신·강화
농업정책 현장·전문성 제고
세세한 목소리도 들을 것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한농연과 농업·농촌·농민을 지키고 진정한 농민대통령이 되겠다고 250만 농민 앞에 약속했습니다. 농민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한 부분에 대해 평가를 하신다면?

“지난 2017년 “선택 2017! 한농연대선후보초청 토론회” 단상에 서서 이전 정권의 무관심, 무책임, 무대책이라는 3무 정책을 비판하며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고 발언하시던 대통령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어느 덧 임기 5년차에 접어든 상황에서 농업․농촌의 현실이 과거보다 얼마나 나아졌는지 체감되는 바가 크게 없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공익형 직불제를 포함해 대통령의 농정공약이 일정 부분 이행된 부분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만 정권 초기 농정컨트롤타워의 장기간 부재가 있었고, 농업예산은 수년 째 지지부진한 상태 입니다.

특히 RCEP 타결, TPP 등 농업과는 정면 배치되는 통상정책의 흐름과 농지와 산림자원을 훼손하면서까지 자행된 태양광 재생에너지 사업 등 정부 정책 기조에 농업을 지키겠다던 대통령의 농정철학이 과연 담겨있었던 것인지 의문입니다.

“더 이상 이 땅에서 농업이 희생산업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고 농민의 눈물과 희생을 항상 마음에 담겠다”고 약속하셨던 대통령께서 이제는 농업·농촌의 현실과 중요성을 직시하고 진정한 농민대통령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해 줄 것을 240만 농업인들이 염원하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지난해 7월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기회복을 위한 국가 프로젝트로 뉴딜 정책 사업조차 농업분야에 대한 투자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세계의 석학과 전문가들은 코로나 종식 이후 펼쳐질 식량 위기 혼란 상황과 식량자급률의 중요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들 또한 코로나 사태를 통해 이러한 식량안보의 중요성과 농업·농촌의 공익적·다원적 기능과 가치에 대해 크게 공감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5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코로나19 이후 농업·농촌에 대한 도시민의 인식과 수요변화’ 자료에도 국민경제에서 농업의 중요성,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 식량안보 등에 대한 인식이 코로나 사태 이전보다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와 같은 이슈들과 함께 중장기적인 농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농산어촌분야 핵심 과제들이 한국판뉴딜종합계획 농업분야 과제에 종합적으로 반영되었어야 하지만 그러한 고민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점은 매우 아쉽습니다.

앞으로 한농연은 △온라인·비대면 유통체계 구축 및 마케팅 지원 △농촌 지역 디지털 접근성 강화 및 교육·행정 서비스의 온라인화 등 코로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비대면 정책 서비스 강화 △공간 기본계획 수립을 통한 농촌 정주공간의 체계적 정비 △밀·콩 등 해외 의존도가 높은 식량작물의 자급률 향상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위한 후계 농업인력 육성 등 중·장기적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농정 대응활동에 나서겠습니다.”
 

-끝으로 한농연 회원을 비롯한 농업인 여러분께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신축년 새해를 맞이해 참으로 힘들고 어려운 과정들을 묵묵히 이겨내면서 농업과 농촌을 꿋꿋하게 지켜내고 계신 전국 14만 한농연 회원과 240만 농업인 분들께 진심으로 존경과 감사를 표합니다.

어려운 이 시대, 현장이 요구하고 바라는 한농연의 역할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더없이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황소의 우직함과 성실함, 그리고 넘치는 뚝심으로 한농연의 재도약과 농업·농촌의 청사진을 그려 내겠습니다.

가장 먼저, 화합과 단결을 최우선에 두고 한농연 조직 혁신과 강화에 나서겠습니다. 분열과 갈등을 녹여 화합과 단결로 바꾸어내는 ‘융합의 용광로’가 되겠습니다. 위에도 말씀드린 것처럼 “청년위원회”를 시·군 단위까지 결성해 젊은 후배들의 한농연 활동 참여를 높이겠습니다.

또한 농업정책의 현장성과 전문성을 한층 높여나가겠습니다. 정책조정 역량을 대폭 확충하고 품목별·분야별 전문성과 활동력을 겸비한 전문 현장 그룹을 조직하여 농촌에서 들리는 세세한 목소리도 허투루 듣지 않고 담아내겠습니다.

가장 낮은 자세로 한농연 회원들과 농업인 여러분들을 섬기고, 우리 모두가 근심 걱정 없이 농사지으며 웃을 수 있는 그 날이 올 때까지 농권 운동의 최 일선에 서겠습니다. 쓰라렸던 아픔을 훌훌 털어내고, 올 한 해 대풍의 행운이 함께 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이동광 기자 leed 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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