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기반유지·예산 확충 중장기대책 시급”

[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지난해 낙농산업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매일 학교로 가야 할 약 460톤의 우유가 갈 곳을 잃었고 우유 덤핑 판매 등 부작용과 피해로 이어졌다. 코로나19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올해도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에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 회장을 만나 2021년 낙농산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2020년 국내 축산업과 낙농산업에 대해 평가해 달라.
“국내 축산업은 여전히 환경규제 강화가 화두였다. 지자체 조례 개정을 통한 축사 거리제한 강화, 가축분뇨법·악취방지법 등 국회의원들의 환경 관련 입법 추진 등 무분별한 환경규제 추진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축산의 공익적 기능은 간과한 채 수질 및 대기오염의 주범이라는 잣대로 일방적인 규제 강화가 문제다. 낙농산업은 코로나19로 큰 외부충격을 받았다. FTA 수입개방과 장기화된 학교우유급식 중단으로 우유수급문제가 불거졌다. 학교우유급식 중단에 따른 잉여물량을 시중과 격리·처리하는 대책을 건의했지만 정책·예산 지원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결국 지난해 말부터 낙농진흥회와 유업체는 원유감산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낙농가의 원유 감산은 수입 유제품으로 채워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코로나19로 인한 우유급식 축소로 업체 간 출혈경쟁·수급 문제 심화
무분별 원유감산·수입 증가 우려도
정부 대책 없어 낙농가 불안 커


-앞서 언급한 대로 코로나19 여파로 학교우유급식 중단 등 우유 수급이 불안정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유업체 등의 원유감산 추진으로 낙농가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학교우유급식 중단에도 원유사용량은 전년대비 0.3%(2020년 1~10월 기준) 감소했고 지난해 원유생산량(전망치)은 전년대비 1.8% 증가했지만 정부의 수급안정시점(2013년) 생산량을 밑도는 수준이다. 문제는 우유급식 중단으로 유통 현장에서 업체 간 출혈경쟁이 만성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중소 유업체들의 잉여량과 손실이 상대적으로 증가해 우유 수급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지난해 3월부터 학교우유급식 중단에 따른 잉여물량 해소 대책을 정부에 건의했고 낙농가의 원유 감산 최소화와 낙농기반유지대책 마련 차원에서 2021년도 예산 확충을 정부와 국회의 건의했지만 반영되지 못했다. 무분별한 원유감산 정책과 정부의 무대책으로 낙농가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021년 낙농산업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현안을 말해 달라.
“우선 낙농기반유지대책 수립이다. 잇따른 FTA 체결로 우유자급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고 낙농가 5000호가 붕괴됐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단기대책과 낙농예산 확충, 낙농의 안정된 생산기반유지를 위해 제도 마련을 포함한 중장기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협회에서는 낙농기반유지를 위한 근본대책 마련 촉구 결의안을 채택해 농림축산식품부와 국회에 전달했고 낙농제도개혁과 낙농예산 확충, 국회 내 낙농특위 설치를 촉구했다. 국회가 낙농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해결할 수 있도록 대국회활동을 강화하겠다. 두 번째는 소비기한 표시제 도입 문제다. 현재 유통 매장에서의 불완전한 냉장관리 실태로 인해 우유 변질사고가 빈번히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소비기한 표시제 대상 품목에 우유·유제품을 제외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환경규제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다. 연일 규제 강화 입법이 추진되고 있고 양분총량제 도입 논의까지 진행될 것으로 예상돼 다른 축산단체와 함께 조직적으로 대응하겠다.”

-원유가격연동제 개편 관련 생산자와 유업체 간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어떤 방향으로 개편해야 하는가.
“유업체는 원유 과잉으로 인한 할인판매로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며 경쟁력 없는 가공용 원유에 대해 가격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낙농가는 생산자율권이 없고 원유사용실적 통계의 투명성과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낙농제도 개편 없이 원유가격제도만 바꾸자는 것은 선진국 사례에서도 볼 수 없는 모순된 주장이다. 우유생산비가 계속 올라가고 유업체는 지속적으로 손실을 볼 것이라는 불확실한 전제 아래 원유가격제도개선을 논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생산비 절감 대책과 함께 캐나다의 우유 최저·최고가격제, 한국의 도서정가제 등을 참조해 우유 최저판매가격제를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19 여파로 우유의 안정적인 소비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어떤 해법이 필요한가.
“우선 시유 소비는 인구 구조 변화로 한계국면에 접어든 만큼 정부가 제도적인 소비 확대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50% 수준인 학교우유 급식률을 90%대의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려면 학교급식과 우유급식을 통합해야 한다. 또 매년 축소되는 군인들의 흰우유 급식을 과거처럼 250㎖·365회로 환원해야 한다. 여기에 노인을 상대로 한 우유 소비 확대 방안도 수립해야 한다. 두 번째는 국산 유제품 시장 형성을 위한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일본은 국산원유자급률 58.6%, 원유생산량 중 가공유제품 사용비중 44.5%다. 반면 한국은 국산원유자급률 48.5%, 가공유제품 비중 14.2%에 불과하다. 일본 정부가 가공원료유생산자보급금을 통해 자국 유제품 시장 형성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재정지원 확대를 통한 가공원료유지원사업 개편과 확대, K-MILK 활성화를 통한 국산 우유사용 확대가 필요하다.”

-앞으로 우유 홍보에 대한 발상 전환을 통해 소비를 활성화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2021년 우유자조금 사업 방향이 중요하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급변한 소비 행태에 맞게 자조금 사업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올해는 위축된 우유소비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소비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새로운 소비처 발굴을 위한 소비 플랫폼 구축 및 뉴트렌드 홍보’라는 목표 아래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효과가 미흡한 사업의 축소·통합 등의 재편을 통해 효용성을 제고했고 사업 추진에 차질이 없도록 대면·비대면으로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다. 농가 거출금이 헛되게 쓰이지 않고 자조금 사업이 우유소비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소비기한 표시제 우유·유제품 제외 우유 최저판매가격제 등 필요
‘K-MILK 활성화’로 자급률 높이고, 뉴트렌드 맞춤 홍보 힘쓸것 


-정부는 축산 농가에 대한 규제와 단속, 사육 제한 등을 골자로 한 법률을 강화하는 등의 여건으로 농가들의 사육 환경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어떻게 보는가.
“문재인 정부의 농정 공약은 겉으로는 농정틀 전환을 내세웠지만 개방화 농정에서 비롯된 농업·농촌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정책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축산업 기반 유지 보다는 환경 측면에서의 축산업 규제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물론 친환경 축산은 지향해야 할 정책 과제이지만 개방화와 식량 위기의 시대에 안전한 국내 축산물 공급 기반 유지와 농가 경영안정방안은 뒷전인 채 한쪽으로 치우친 규제 중심의 축산농정에 아쉬움이 크다. 산업에 종사할 수 있어야 경영안정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 입지제한지역 무허가축사 농가들에 대한 구제책은 여전히 마련되지 않고 있어 범 부처 TF 운영을 통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산업기반이 없어지면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

-그렇다면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팽배한 상황에서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정부는 축산을 미세먼지 오염의 주범으로 인식하는 등 외부의 잘못된 시각을 비판 없이 수용하지 말고 농정의 주무부처로서 바로 잡아야 한다. 또 환경 개선과 질병 근절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

-1년간의 계도기간을 거친 퇴비 부숙도 의무화가 2021년 3월부터 본격 시행된다. 어떤 보완책이 필요한가.
“퇴비사 확충을 위해 건축법 시행령 개정을 통한 퇴비사 건폐율 적용 제외, 일부 지자체 퇴비사 설치제한 조례 개정 같은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또 농가 교반장비 지원과 퇴비자원화체계 마련, 악취저감기술개발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낙농가를 비롯한 축산인들에게 새해 인사 부탁한다.
“올해 연말은 작년과 같은 상황에서 맞이하지 않도록 코로나19의 조속한 종식을 바란다. 2021년 신축년 소띠 해, 농가들의 경영 안정을 비롯해 농가들과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길 기원한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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